[#kr-lovelove 된장의 편지]

in #kr-lovelove6 years ago

플로리다에 사는 벗님 @floridasnail 님의 알콩달콩한 이벤트를 빙자하여 아내에게 편지를 써보았습니다.
플스님 고마워요. 그리고 조만간 보게 될 @lanaboe 님도 생큐~!^^


스와미!
내가 당신을 부르는 참 오래 된 이름이네.
우리 신혼 무렵이었지?
서로가 부를 별명을 짓자고 하여 수십 개의 별명을 서로가 지었던 기억이 나.
그 중 모든 별명은 사라지고 남은 별명-스와미-
‘스스로를 주관하는 존재’-라는 뜻의 산스크리트어 였던가?
그때 지어진 내 별명은 ‘타타’ 였고...한동안 잊고 있다가 몇 년 전부터 다시 쓰이고 있네.
‘바람처럼 걸림 없이 오고가는 존재’ 라는 뜻이었지.

그리고 삼십년이 흘렀다.
걸림 없이 사는 남자에겐 아마도 딸 둘을 시집보내고 싶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드는군.ㅎ
우리가 학교 선후배이다가 사귀게 되고 결혼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만화로 그려 스팀잇 초창기에 연재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역경 끝에 맺어진 우린 그 후 삶이 어떠했을까?

그래서 결혼한 두 사람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답니다-끝~!!!
이게 보통 동화 속의 결말인데 말이지.

신혼시절의 내 글씨를 보면 당신에게 드리는 엽서만한 시가 있었지.
속도 모르는 사람들은 그런 시가 있다고 하면 부러워할지 모르지만-그건 막상 함께 살아보면 채워주지 못한 공간에 울려 퍼지는 돈 안 되는 메아리 같은 건지도 몰라.

꾸미기_-20180402_112539.jpg

햇빛 진한 날 포도알 익고
사위어가는 장작불에 밥 뜸 들 듯
인연이 돌아와 우린 만났거니
익은 밤 툭-떨구듯 서로 앞에 나타났거니
먼 옛날 우린 서로에게 무엇이었을까?

알 수 없는 설렘으로 과거의 하늘 날면
반짝이는 기쁨 사이마다 구슬픈 사연도 많아
만남과 헤어짐이 어찌 한 번도 어김없을까?
지금 우리 살아가는 뒷길에도
기막힌 별리의 날 다가오고 있을 거라

우리여 이 날을 사무쳐 사랑하세
물이 한없이 아래쪽으로 흐르듯
우리도 한없이 허물없는 만남을
향하여 가세

1992년 겨울 한치선 쓰다

난 아마도 이번 생만이 아닌 수많은 생에 우리가 만나고 또 만나고 또또 만났던 기억의 파편들을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야. 아마도 매번 헤어짐을 맞아서는 아쉬움이 남았던 것일까?

그리고 그 무렵 당신에게 썼던 글이 좀 먹었길래 최근에 다시 리메이크한 것이 있으니 이거야.

선녀나뭇군.jpg

하늘의 뜻이 아니어도 좋다
아무도 축복해주지 않아도 좋다
한번 본 가슴에 들불이 번져오고
천지를 사를 듯 사랑 벅차오르니
내일부터 해가 해가
동쪽에 뜨지 않아도 좋다.
百千의 江이
거꾸로 치솟아도 좋다
우리 가슴에 사랑의 불
타오르는 동안에는
하늘의 뜻이 아니어도 좋다

그 당시 부모의 뜻은 하늘의 뜻이었고
우린 하늘의 뜻을 이기고 결국 사람의 뜻을 이룬 경우였기에 이런 엄청난 다짐을 했던 게지.
이젠 만난 지 30년이 넘은 지금- 당신에게 무슨 노랠 바칠 수 있을까?

싱그럽고 풋풋한 시절은 이미 아니다.
호랑나비가 후리지아에게 바칠만한 그런 노래는 아닐 것이다.

우리 젊은 날의 모습이 통통 튀는 생콩이었다면- 이젠 메주다.
그러니 된장이 익어 우러나온 간장 같은 사랑..................

우리에게 아름다움이란-그런 것일게다.
설탕으로도 마요네즈로도 도저히 흉내 낼 수 없는 깊은 맛!
그런 사랑을 오늘도 내일도 담아두고-문득 손가락으로 찍어 맛보며
서로를 보고 깔깔깔 실없이 웃어보고 싶다. 그대야!^^

2018년 초여름 그대의 메주된장 타타가 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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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마워요 플스님 ^^ 저 글 쓰고 나서 둘이 하루 종일 정원관리하다가 방금 컴 앞에 앉았네요.^^

어머...
둘이 하루종일 정원관리라니......

힘드셨겠군요..(급 현실모드)

오늘도 나무관리하고 이제사 님의 댓글을 보네요 ^^꾸미기_-20180401_133710.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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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도 내용이지만, 글씨가 넘 이쁩니다~
그대랑 좋은 날 항상 웃으시며 지내시길~~~~
저런 편지는 정말 받고 싶네요~~ 왠지 족보같은 편지 ^^

ㅎㅎㅎ족보같은 편지! 독특한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게 되네요. 차님 따스한 칭찬 고마워요.

저... 왜 눈물이나죠 ㅠㅠ
진솔한 마음, 따뜻한 마음, 감사한 마음, 그리고 함께 하고픈 마음이 다 느껴지는거 같아요
두분다 건강하시고 행복한 하루하루 보내시길 바랍니다^^

눈물이 나는 이유는............................................................아마도 황사? ㅋㅋㅋㅋ
고마웡 우리 아우 ^^

황사...미세먼지 때문에 눈병이 안떨어지네요;;;ㅋㅋㅋ
형님 내외분 보고 많이 배워야겠습니다^^

저도 나중에 남편과 익어 우러나오는 사랑의 존재들이 되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드네요 아내분을 향한 사랑이 폴폴 새어 나옵니다.

사랑둥이 러브흠님이 그리 봐주시니 행복에 겹네여 고마워요,^^

메주 된장이라니... 아아...
부부는 정으로 산다더니
구릿한 깊은맛으로 사는 거였군요... 어쩐지 점점 아내가 절 피하는거 같다는 생각이...

크로님도 벌써 된장맛이 난다굽쇼? 음...그거 메주가 부패한 것 같은디....? ㅋㅋㅋㅋ

간장 프리즈~~~

회를 마련하여 컴온 플리즈!^^(와사비는 있음 ^^)

아름답고 숙성된 사랑을..
두분 늘 지금처럼 행복하시길

부러움에 두세번 읽어내렸답니다 ^^

웅~고마워요. 블랙스완님 오늘 초면인데 두세번이나 읽어주시다니....

타타님과 스와미님의 사랑이야기 넘 예뻐요!!
좋은 결과가 있으시길..응원드려요!

제가 기대하는 최고의 결과는-----
이 글을 스와미가 보고 맛난거 구워주며 한잔 하자고 하는 거죠.^^
잘 되면 후기 올려야쥐~~~~~~~~~

잘 됐으면 좋겠다!
잘 됐으면 좋겠다!
Screenshot_20180402-213947_NAVER.jpg

고마워요~^^ 그런데 이 훈남은 누구시래요? 이 남자보고나서 날 보면 반건조오징어로 보일텐뎅...
아! 그럼 맥주 사오라고 할지 모르겠넹!^^
뜰님의 깊은 뜻을 이제야~

생콩이 익어 메주된 듯한 사랑이라니!
사랑 듬뿍 느끼고 가요 🧡🧡🧡

실지로 얼마 전에 메주로 장 담궈놨답니다.^^ 피기님은 아직 생콩같은 사랑부터 겪으시길!
메주익는 사랑은 그 후로 수십년 느낄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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