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터와 절간

in #kr-life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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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막둥이 찬웅이가 벌써 생후 17개월이다. 정확하게 출산휴가만 쓰고 복직을 했으니 복직한 이후 벌써 1년이 넘은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젖먹이 아이를 떼어놓고 복직할 때는 걱정이 앞서고 막막하더니만 이제 많이 커서 그래도 사람 구실을 한다.

요즘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사실 몇달 전에 아버님께는 아무래도 올해 말까지는 아이를 못 데리고 올 것 같다 말씀 드리며 더 키워주십사 부탁드렸다.

그럼에도 매주 주말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기 위해 시댁에서 아이들 둘만 데리고 집으로 올 때면 막내가 이제 무엇을 아는지 울고 불고 난리가 난다. 그럴 때면 돌아오는 차안에서 마음이 무겁고 아이가 눈에 밟힌다.

둘째가 다니는 어린이집 원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지금 0세반 아이가 한명 이사를 가게 되서 결원이 생겼다고 말이다. 지금 아니면 또 몇달을 기다려야 할 지 모른다. 오후 4시 이후에는 나나 신랑이 퇴근해서 데리러 올때까지 첫째까지 유치원에서 어린이집으로 와서 아이셋이 함께 있을 수 있으니 이것만큼 좋은 여건이 없다.

게다가 요즘 아이가 조금씩 크니 시부모님이 많이 힘드신가 보다. 그러니 아이가 조금만 보채거나 하면 자꾸 아이에게 뽀로로나 동영상물을 틀어 주신다. 며칠전에는 아버님과 자러 들어간 아이가 1시간 남짓 조용해서 자는가 봤더니 아버님은 주무시고 아이 혼자 눈앞에 놓인 핸드폰으로 뽀로로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시부모님께 뭐라 할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렇게 모든 것이 때가 되었음을 알리고 있었다. 이제 아이가 엄마, 아빠의 울타리에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같이 있어야 된다는 알림이다. 내가 아무리 피곤하다는 이유로 거부하려해도 거부할 수 없는 한번은 부딪쳐야할 시기가 온 것이다.

원래 계획에는 이번주 중요한 모임이 있어서 일요일 오후에나 데리고 올 생각이었는데 어머님이 갑자기 여행을 가시는 바람에 어제 시부모님들께서 아이와 아이의 짐을 모두 가지고 와 주셨다.

아이 셋은 신이 났다. 몇달은 못만난 사람들 같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만 틀어주어도 웃으며 온 몸을 흔들어 댄다. 아이들은 정말 좋은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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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우리집은 전쟁터가 될 것이고, 시댁은 두 노부부만 사는 조용한 절간이 될 것이다.

다음주부터가 전정한 전쟁의 서막이 오르겠지만 오늘 아이셋을 데리고 결혼식에 들러 모임에 참석하려고 했으나 결혼식에서 두손 두발 다 들고, 이후 참석 예정이었던 모임에는 조심스레 불참을 알렸다.

장거리를 아이 셋을 데리고 가야하는 것도 일이었지만 모임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다가 분위기를 망칠 것 같아 포기한 것이다. 역시 아이 셋을 온전히 키우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전쟁이 언제 끝날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언젠가는 전쟁이 종식되고 평화가 찾아오겠지. 그럼 그때는 우리집이 다시 절간이 되는 시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내 옆에서 곤히 잠든 세 녀석들을 보고 있노라면 이렇게 예쁠 수가 없으니 전쟁 첫날인 오늘 하루는 그래도 꽤 싸워볼만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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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한 집이 되겠네요 ㅎ

걱정은 됬겠지만 잘 하신거 같아요

좋은 결정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도 앞으로 정말 파이팅!!! 입니다. ㅎㅎ

어머니에게 아이를 맡긴다는것
적적하신 어머니에게 선물을 드린다라고 생각했었는데 정작 어머니는 그렇지 않으시더라구요
전쟁의 시작이네요
워킹맘님 화이팅입니다^^

참 이쁜, 이기기 힘든 전쟁이실듯합니다. 아름다운 평화의 날이 새로운 절간의 탄생과는 조금은 다른 날이길 바래봅니다~ 건강하십시오! ^^

멋지네요.앞으로 이녀석들은 님의 희노애락을
제대로 알려줄 보물입니다.사랑하고 아껴주세요.^^

으흠 일이라도 덜 힘들면 몰라도 걱정이군요.. 아이 셋이라니.. 응원 또 응원합니다..!! 지칠때면 저는 가끔 옛날 아이들 사진을 보는데요.. ㅎㅎ 어찌나 이쁜지 ㅎㅎ 가끔 써보셔요~~

아이들의 모습을 보니 아이들은 이 전쟁을 재밌게 즐기고 있는것 같아요. 워킹맘님 홧팅!!

막내가 아직 많이 어렸군요
엄마도 애기도 시부모님도 모두 화이팅입니다.
금방 이런 시간도 지나갈 거예요
저도 키워보니 눈깜짝할 사이같아요

5년만 더 버티시라고 말씀드리면 안되겠죠? -ㅅ-;;
저희집은 막내가 여섯 살인데 아직도 전쟁터네요. ㅎㅎ;;

아니아니 안돼요.. 그런말 하시면 안됩니다....
저 오호 6세만을 바라보고 있단 말입니다...

육아 선배님들께서 왜 자라나는 새싹(?)의 기를 이렇게 팍팍 죽이시는 것인가요ㅜㅠ

ㅎㅎㅎ
해.... 행.... 행복....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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