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낙서장이 필요해
새 학기가 되면 교과서에 맞춰 공책을 준비하고는 했다. 교과서 하나에 공책하나를 짝지어 주고나면 새 학기가 시작됐다.
나는 무줄 공책을 하나 사서 낙서장을 꼭 만들었다. 줄이 없어 규칙도 없던 이 공책엔 글도 쓰고 그림도 그렸다. 떠들 수 없는 수업시간에 짝꿍과 낙서장에 글을 써 대화하기도 했고 쉬는 시간 빙고 게임에 쓰기도 한다. 무의미한 것들이지만 낙서장에는 의미 없는 것들로 채워져야 한다. 그게 낙서장의 역할이니까.
낙서장은 자유롭다. 국어공책은 국어 이야기로, 수학공책은 수학 이야기로 쓰인다. 낙서장은 정해진 교과서가 없다. 오롯이 나를 위해 쓰인다. 낙서장을 끝까지 다 써 본적 없다. 낙서장은 다 쓰일 필요가 없다. 낙서장을 검사하는 사람은 없다. 다 안 썼다고 뭐라는 사람도 없다. 빈 채로 끝나는 게 낙서장의 본연이다.
회사를 다니고부터는 낙서장이 없어졌다. 사회생활에 무의미는 없다. 내 행동 하나하나에 결과가 생기고 책임이 따른다. 낙서장의 무의미가 무의미해졌다. 무의미가 없다 해서 모든 게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여유만 없어졌다.
이제라도 나를 위해 자유로운 낙서장 하나 만들어 줘야겠다. 무엇이든 끄적일 수 있는 그런 낙서장을. 그럼 잃었던 여유도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낙서장 정말 좋은거 같은데 말입니다 ㅋㅋ 저도 메모장 항상 들고 다니는데 메모장이 아니구 이젠 낙서장이 되있습니다 ㅎㅎㅎ 혼잣말 할순 없고 심심할때 무언가 끄적이다보면 의외로 새로운 자아를 발결할때도 있더라구요 ㅎㅎ
뭔가 끄적이고 있으면 생각정리가 되고는 하죠. 요즘엔 그 끄적이는 시간이 없어서 문제지만요. :)
글을 읽다가 갑자기 생각나는 친구들이 몇 있네요. 그 녀석들은 제 낙서장 같은 놈들입니다. 며칠에 한 번씩 무의미 한 만남과 매일 카톡으로 무의미 한 대화거리들. 사회에서 의미 만(!) 있는 인간관계를 버텨 나갈 수 있는 것도 모두 이 친구들 덕분인 것 같습니다^^
아, 친구들을 잠시 잊고 있었네요. 만나면 완전 비생산적인 짓만하는 친구들요. :) 제가 나름 잘 살아가고 있는 것도 그 녀석들 덕분일 텐데. 지누님 말씀에 뭔가 잊고 있던 걸 깨달은 듯하네요. +_+
요즘 유행하는 컬러링 북과 같은 의미가 있지 않나 해요. 별 생각없이 끄적거리다 보면 마음도 평안해지고, 기분 좋아지는 거요. :)
컬러링 북 같은 것도 있군요. (처음에 뭔지 몰라서 검색하고 왔음.) 아무 생각없이 색칠한다. 아무 생각 없이 끄적인다. 비슷하네요. :)
부담없이 생각나는대로 끄적끄적하는 것도 좋아요. 가끔은 이런생각을 했나 싶기도 하고! 저는 언젠가는 소설을 쓰는게 목표라서 혼자 여행가거나 오랜시간 타를 타거나 하면 끄적끄적하거든요....ㅎㅎ 낙서장은 진짜 필요한 것 같아요
맞아요. 전 너무 오랫동안 끄적이는 걸 안 했던 거 같아요. 그나저나 차에서도 뭔가 하실 수 있으시다니 부럽네요. +_+ 저는 멀미가 심해서 차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가 없거든요. 그나마 기차나 지하철은 조금 나은 편이지만요.:)
ㅎㅎ저도 뭔가 끄적끄적 적거나 그림그리거나 할때 낙서장 꼭 가지고 다녔는데~요즘은 폰으로 적는답시고 가지고 다니지 않네요..저만의 낙서장 하나 만들어봐야 겠어요!!!
생각해보니까 저도 핸드폰 때문에 더 낙서장을 안 썼던 거 같아요. 무언가 적기에는 폰이 더 편리하니까요. 편해서 그런지 어쩐지 폰에 적는 생각 정리가 잘 안 되더라고요. :)
ㅎㅎ 요즘엔 글씨 쓸일이 별로 없죠 ...
낙서장도 핸드폰에 ....
확실히 그렇죠. 손글씨 쓸 일이 별로 없어서 낙서장도 사라진 게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저도 학생 시절에는 낙서장이 있었는데...
언젠가 부터 자연스럽게 없어졌네요.= =;
잊고 있었어요. 낙서장에 그렇게 많은 추억을 새겨 넣었었다는 걸..
즐겁게 낙서 끄적이던 때가 생각나네요.ㅎㅎ
지금은 하려면 혼자 낙서를 해야해서 왠지 씁씁한 기분이지만..
낙서를 할 정도로 이제 우리는 여유롭지 않은 거 같아요. 조금이라도 잃었던 여유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지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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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toilet 계정을 처음 써주셨더라면 더 빨리보았을것을...좋은 생각을 이제서야 읽게되었네요 @chocolate1st님 ^^
낙서장..그리고 회사에서 무의미는 없다..
강력하게 공감합니다.
잘못 쓰여진 동그라미 하나로 경영진 회의에 강도가 달라짐을 느꼈던 신입때의 기억이 나네요
그때도 낙서를 하다가 그랬었던것 같은데..
가끔씩은 학창시절의 순수했던 낙서가 그리워집니다.
늦게 발견했지만 페이아웃 전이라 다행입니다.
풀보팅하고 갑니다.
아, 그런 일이 있으셨군요. 혹시 잘 못 쓰여진 동그라미 하나가 돈의 단위를 바꿔 버린 건 가요?.. ㅇ_ㅇ
학창시절엔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들이 이제는 하나하나 소중한 기억들 같아요.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걸 잘 알기에 더 소중하게 느껴지는 건지도 모르겠구요.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ㅎㅎㅎㅎ 읽다 보니 추억이 새록새록 돋네요 ㅋㅋ
저도 무줄 노트로 늘 그림그리고 낙서 하고 그랬어요 ㅋㅋ 짝궁과의 대화 ㅋㅋ 넘 좋았죠 ㅋㅋ
“그냥 여유만 없어졌다” 아픈 곳에 꼭 찔려요 ㅠㅠ
여유가 항상 있다가도 없는 거라 생각했는데 나이 먹으니까 항상 없는 거였더라고요. 이제는 일부로 내지 않으면 없으니 짧게라도 차 한 잔 마셔줄 시간을 자신에게 내려주는 것도 좋을 거 같아요. :)
오늘은 제가 약간의 여유가 있으니 제 여유 조금 나눠드리겠습니다. 해피님 하루도 조금은 여유로운 하루 되셨으면 좋겠어요. ^-^
꺅~~ 쵸코님 댓글에 없던 여유도 생기겠어요~^^~ 나눔이 많으신 쵸코님 항상 감사합니다~~ 👍
ㅎㅎ 주말이니 좀 쉬면 괜찮을거예요.😁
쵸코님도 행복한 주말 되세요~^^~ 아. 행복한 추석 ^^ 되세요~^^~ 맛있는 것도 많이 드시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