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어 바로잡기] 003. 저는 프헝스에 삽니다 (프랑스가 아니고요?)

in #kr-langue6 years ago (edited)

잊을 만하면 돌아오는 [프랑스어 바로잡기] 코너입니다.
사실 이 연재는 소설 연재와 함께 기약없이 미뤄졌는데 타의반 자의반으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현재 프헝스에 살며 프헝스어를 공부하며 프헝스인들과 교류하며 프헝스식 예술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어? 김작 프랑스에 사는 거 아니었어?



제가 사는 나라의 국기를 잠시 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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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여, 프랑스구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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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손모가지 날리기 전에 잠깐 보실게요.
FRANCE 이 단어의 발음기호는 이렇습니다.

/fʁɑ̃s/

왜 R을 ㅎ으로 발음하는진 [이전 글]에서 자세히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실 이 논쟁은 영어권에서도 가끔 일어납니다. 발음을 '굴린다'는 표현 때문에 그런데요. 영어권에서 누가 최초로 그런 표현을 썼는진 모르지만 여기서 굴린다는 뜻은 영어의 R을 발음할 때처럼 혀끝을 뒤로 젖히는 동작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혀끝은 아랫니에 댄 채로 혀 뒤쪽과 목구멍을 들어올리는 겁니다. 우리말의 목을 긁는다는 표현에 보다 가깝습니다. 그래서 영어권에서도 잘 안 되면 그냥 '영어 H'에 가깝게 발음하면 된다고 가르칩니다. 이런 이유로 어지간한 국내 불어 학원이나 강의도 ㅎ으로 가르치는 게 현실입니다. (100% 똑같지 않으니까 5%가 다르잖아! 아예 다른 발음인 ㄹ로 하자는 주장을 저는 도저히 이해할수 없습니다)


아닌데? 내 프랑스인 친구들은 엄청 꼬부라지게 말하던데?


크게 두 가지 경우가 있습니다.

그 친구들은 십중팔구 10대-20대 초반일 겁니다. R이 아니라 억양L'intonation때문입니다. 어느 나라나 그렇지만 10대들은 특유의 말투를 씁니다. 여기서는 우웨 우웨 거리며 너울 타듯 심하게 높낮이를 출렁거리는 말투를 씁니다. 실제로 들으면 우리가 생각하는 낭만적인 불어와는 거리가 먼 시끄러운무서운 말투입니다. 사실 불어 자체가 그닥 낭만적인 말투는 아니라는...

그게 아니면 table 처럼 끝이 -le로 끝나는 단어나 정관사 le의 /르/를 R로 착각하는 경우입니다.


됐고... 왜 앙이 아니라 엉인데? 엉?


발음 기호 /ɑ̃/은 /ɑ/와 모양이 같은데? 거기에 /ㅇ/이응 받침이 들어갔을 뿐이니까 /앙/ !

누가 우리나라 불어 교육의 시조인지는 모르지만 최초에 이렇게 생각한 양반이 있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생각한 일본/미국인의 책을 그대로 가져다 쓴 걸지도 모르겠군요. 불행히도 이것은 /엉/이라고 읽습니다. 왜 때문에? 이런 질문을 받으면 현지 교수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것은 강의 시간에 다 설명할 수도 없거니와 깊이 알면 자네가 다치니 이렇게만 알고 있으라고 합니다.


C'est la France ! 셀라 프헝스 이게 프랑스야!


원래 그런 거니 더 따지지 말고 닥치라는 뜻입니다. (실제로 대답할 수 없는 많은 질문에 '프헝스'인들은 저렇게 답합니다) 문제는 이런 게 한두 개가 아니란 건데요. 하지만 걱정 마세요. 하나씩 다룰 테니까요.


참고로 위의 삼색기(욕 아닙니다)의 색은 블루Bleu / 블렁Blanc / 후쥬Rouse 라고 읽습니다. 각각 상징하는 바가 있는데 이건 프랑스 혁명과 관계 있으니 다른 시간에 한 번 더 다루겠습니다.

이제 비슷한 다른 단어를 볼 텐데요. 한 번 유추해 보시기 바랍니다. 정답(한국식 명칭)은 밑에 쓸게요.


헤스토헝

노흐멍디

몽 블렁

르 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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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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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답)

헤스토헝 - 레스토랑 Restaurant

노흐멍디 - 노르망디 Normandie

몽 블렁 - 몽 블랑 Mont Blanc

르 멍 - 르 망 Le Mans (르망24의 그 르망 맞습니다)

많이 맞추셨나요?
표준 발음이 어색하죠? 우리나라 불어 표기가 영어식 불어를 따라서 그렇습니다.

영어식 불어?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다음 편에 이 분을 만나보기로 하죠.




"짐이 곧 국가니라"
Now and forever, I'm your king





+)덧붙이는 말

발음이 중요하지 않다는 분들을 종종 만납니다. 우리가 원어민이 아닌 이상 그들처럼 말할 순 없겠죠. 그건 맞습니다. 그런데 그렇다고 그들이 만들고 따르는 발음 '규칙'을 무시하고 외국인인 우리가 임의로 만든 규칙을 따르는 건 전혀 다른 일입니다.

발음은 지역마다 다르니까 상관없다구요?
한국어를 배우려고 우리나라 어학당을 찾는 외국인에게 표준어가 아닌 연변 말씨를 가르쳐야겠습니까? '엉덩이'라는 글자를 '앙당이'라고 읽어도 상관없다고 하시겠습니까?

발음이 중요한 게 아닌데 발음을 왜 가르치나요? 그것도 표준 규칙에서 벗어난 발음으로? 사투리를 쓰는 지역의 모든 학교와 어학원에서도 표준 규칙에 의거해 가르치는데요.

'갬새랍니다'

이게 무슨 뜻일까요? 우리말입니다. 감이 오나요? 위의 주장을 하는 분들의 논리로 감사합니다를 바꿔서 써 봤습니다. 외국인들에게 우리말을 이렇게 가르쳐주실 건가요?

그리고 엄밀히 말하면 이건 기초적인 '읽기'법입니다.


+) 본 연재는 프랑스 한림원l'Académie française과 DELF 주최기관 CIEP의 교육 방침에 근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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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작가님의 귀한 손모가지 날라오시기 전에 초 집중해서 재미있게 배웠습니다. :D
예제까지 ^^ 너무 좋았네요. 헤스토헝은 생각을 못 했지만 단어 속 R을 떠 올리며 읽으니 쉽게 이해가 됩니다.
감사합니다. ^^

손모가지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 :D 그런데 너무 일찍 일어나신 거 아닌가요? 심지어 오늘은 토욜...

오늘은 새벽이 아니면 ㅠㅠ 스팀잇을 할 수가 없을 것 같아서요 ㅋㅋ
백수 과로사가 오고 있습니다 ㅋㅋ

아앜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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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부... 부끄럽습니다. ^^;;
저 소리내서 웃었어요. 작가님 덕분에 오늘도 웃음으로 하루를 시작해요~^^~
감사합니다. ^O^

짤방 올린 보람이 있네요 :D 즐토 되시길!

프헝스라니... 30년간 믿어왔던 프랑스에 대한 발음이 이렇게 무너집니다.. 털썩..

솔직히 좀 구리죠? -,.-; 불어에서 이 발음은 굉장히 많이 쓰입니다.
그런데도 우리식 표기가 저런 건 우리가 외국말을 표기/발음할 때 워낙 양성모음/단모음을 선호하는 경향이 한몫 한 것 같습니다.

훌륭합니다 발음을 정확히 말할 수 있어야 잘 들리겠지요 프헝~쓰
감사합니다

맞습니다. 잘못된 걸로 알고 있으면 그렇게 들립니다. 어학 연수 온 수많은 학생들이 기존에 알고 있던 것과 실제 발음의 괴리 때문에 인지부조화를 겪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나중에는 현지 교수의 말까지 부정하다가 문법 공부만 하고 갑니다. 기초가 그만큼 중요하다는 증거겠지요.

중간에 이적으로 과학을 완성시켜주신 4 헨리님 아니십니까!

위와 같은 불상사를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기본발음을 아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그럼 저 축구선수는 "앙히" 라고 해드려야 하나요? ㅇ_ㅇ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고 가는군요. :)

오옷... 근접했습니다. 다음 편에 같이 다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고등학교 시절 제2외국어로 프헝스어를 배우고 겨우 대학에 진학했더니 제2외국어가 교양필수ㅠㅠ 다사다난한 신입생 생활 끝에 재수강ㅠㅠ까지... 본의 아니게 젊은 시절 5년을 프헝스어와 함께 했네요. 세월이 흘러 지금은 AVOIR 동사의 격변화를 칠판에 쓰며 "얘들아~ 봤지? 영어가 공용어인 게 얼마나 다행스럽니?"하는 용도(?)만 남았지만 프헝스 어는 고1 시절 어여쁜 프헝스 어 선생님과의 첫만남 이래 언제나 호멍^^ 같은 언어입니다. 반가워서 보팅 및 팔로우합니다.

배우신 분이군요! 영어가 공용어인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한국어를 쓰란 말이다ㅠㅠ 공감합니다. 팔로우 감사합니다. 영어 강의를 연재하시는군요. 자주 찾겠습니다 :)

한국어를 공용어로 쓰면 우리야 좋겠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에겐 재앙일 듯. 저는 한국어가 모국어임에 언제나 감사하며 삽니다. ㅋㅋ

이젠 다른 나라 사람들도 고통 좀 받을 때가 되지 않았나요ㅋㅋ 한국어 가즈앗!

어? 그러네. 가즈아~~ 한국어~ ㅋㅋㅋ

와 김작가님이 프랑스에 산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네요!
예술가의 도시 프랑스!!

프랑스 아니죠 '프헝스' 이발음 했다가는 친구들한테 놀림받겠는데요 ㅋㅋㅋㅋㅋ 저 근데 프랑스가면 ' 아이 원트 투 고 ㅇㅇㅇ 헤스토헝' 해야하나요 ㅋㅋㅋ

장난으로라도 하지 마세요. 절교 당합니다ㅋㅋ 프랑스 오시면 저런 말 하기도 전에 알아서 밥집 데려다 줍니다. 먹는 즐거움 빼면 남는 게 없는 사람들이라는...


불란서 사셨군요.

역시 모범 답안을 주시는군요👍

저한테는 프헝스가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꿈의 도시인데
악취가 정말로 심한가요 ㅋㅋㅋ? 아름다움을 견디고 싶다면 악취를 참으라는 말까지 있던데 ㅠ

찌린내가 파리의 상징이나 다름없지요ㅋㅋ 특히 아침 찌린내... 그래도 나폴리 쓰레기 악취에 비하면 양반입니다. 그 외 다른 도시는 깨끗한 편이구요.

좋은 지식 얻어갑니다 프헝스!!! 으젠 아제도 .... 이런 진짜 고독한 아제인가 싶었습니다.

아, 아제... 안 돼... 알아두면 쓸모없는... 아니 전혀 쓸모없진 않겠군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단어 하나라도 더 정확하게 자기네 말로 해주면 좋아하니까요. 놀러오시면 유익하게 써먹을 순간이 있을 겁니다 :)

영어발음과 프랑스발음에는 큰 차이가 있죠ㅎㅎ 아주 살짝 배웠지만 정말 재밌게 공부한 기억이 나네욯ㅎㄹ

문법은 영어보다 어려운데 발음 체계는 서양어 중에선 쉬운 편이라 한 번 배워두면 최소 읽는 데는 문제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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