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아야 할 슬픈 역사 #1. 자선당(資善堂)과 조선관

in #kr-history6 years ago (edited)

2월 14일 오늘은 모두가 잘 알다시피 발렌타인데이이다. 초콜릿이나 사탕을 즐기지 않는 나도 오늘 하루는 초콜릿의 달콤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약 90여년전의 오늘은 대한의용군 총참모장이었던 안중근 의사가 일제로부터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기도 하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죄로 뤼순감옥에 수감된 그는 3월 26일 서른의 나이로 형장의 이슬이 되어 사라졌다.

사실 내가 아는 것은 이 정도가 전부였는데 오늘 우연히 @sanha88님의 포스팅을 보고 난 후 더 세부적인 역사적 사실까지 알 수 있었다. 이래서 스티밋이 좋을 때가 많이 있다. 우리는 굳이 찾아보지 않아도 정말 유용한 정보를 스티밋에서 많이 얻을 수 있으니 말이다. 리스팀 해두었는데 아직 안 읽어봤다면 일독을 권해본다.

그래서 이참에 나도 얼마전 우연히 듣게된 경복궁 <자선당>에 대한 포스팅을 해 볼까 한다. 학창시절 그렇게 성적이 뛰어난 학생은 아니었던 나도 정말 좋아하는 과목이 있었으니 그건 단연 국사였다. 중학교 3학년 당시 총각이었던 선생님이 좋아서 였던 이유도 있었지만 사람의 살아온 궤적을 배운다는 것은 나의 흥미를 끌기에 충분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자선당이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오히려 동궁전이라고 하면 드라마에서 자주 들어 봤으니 꽤나 익숙하다. 이 동궁전은 세종대왕이 재위하던 1427년에 처음 건축되었다. 해가 동쪽에서 떠오르듯이 왕세자는 곧 왕의 뒤를 이어 새로운 해가 될터이니 내전의 동쪽에 거처를 정한것에서 유래가 되어 동궁전(東宮殿)이라고도 불렀단다. 또 그러한 이유로 세자를 동궁마마라고 부른다.

2자선당정면_(3).jpg

자선당(資善堂) : 자비로운 성품을 기르는 곳
(출처 : 네이버 이미지)

왕의 자리에 오르게 될 세자가 오랜동안 기거하면서 왕이 될 자질을 길렀을테니 동궁전의 중심 전각을 자선당이라고 붙인 이유도 충분히 이해가 된다. 이 자선당에서 가장 오래 기거한 왕은 세종의 아들 문종으로 알려져 있다. 다행인건지 불행인건지 아버지인 세종이 오랫동안 재위하여 선정을 펼치셨으니 아들은 28년이나 동궁전에 머물며 역대 임금 중에서 가장 철저하게 제왕학까지 익혔지만 왕위에 재위했던 기간은 채 3년이 되지 않았다고 한다.

경복궁에 가면 이 자선당을 볼 수가 있다.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1999년 12월에 복원된 자선당을 볼수가 있다. 우리나라의 많은 문화재중에 일제에 의해 몸살을 앓지 않은 것이 없겠지만 이 자선당 역시 일제에 의해 결국 소실되는 역사적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1915년 조선총독부는 자신들의 식민 치적을 홍보할 목적으로 조선물산공진회를 개최하기로 했고 그 과정에서 궁전의 누각이 거추장스럽다는 말같지도 않은 이유를 대어 1914년 자선당을 철거했던 것이다.

그리고 그 누각이라는 이유로 철거시킨 자선당은 일본인 건축가이자 거부였던 오쿠라 기하치로가 통채로 사들여 도쿄로 옮겨지게 된다. 그리고 "조선관"이라는 현판이 달린채 오쿠라가 여기저기서 수탈해 온 문화재를 전시해 놓은 사설 미술관으로 쓰이게 된다. 한 나라의 세자가 쓰던 전각이 한낫 장사치의 개인 박물관으로 전락한 것이다.

그나마 그렇게라고 유지가 되었다면 지금쯤 우리의 문화재로 다시 돌려받을 수 있을 기회가 있었을까. 자선당의 불운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1923년 일본을 강타한 관동대지진 때 완전히 불타고 기단석 288개만 남아 1996년 반환되어 지금은 명성왕후 시해터 부근에 옮겨 놓았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완전히 소실되어 고종 4년(1867)에 다시 재건된 자선당은 그렇게 일제에 의해 두번의 소실을 맞았던 것이다.

발렌타인데이가 1930년대 일본 제과회사 모리나가 사제였던 발렌티노를 추모하며 상술로 처음 시행되었다고 하니 더 아이러니 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역사가 있으니 발렌타인데이를 즐기지 말자라는 것이 아니다. 혼자 말 못하고 벙어리 냉가슴 앓던 누군가는 이런날을 계기로 사랑을 고백하기도 하니 말이다. 그럼에도 우리가 그저 잊고 지나가기 쉬운 역사를 다시 한번 되짚어 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Sort:  

공부나 역사는 어릴때보다 지금이 더 재밌는거 같아요!!! 잘보고갑니다!!

모든 역사의 이면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 있다지만, 단순히 서양에서 건너온 것이게니 생각했던 발렌타인데이에도 우습게도 이런 식으로 일본과 관련이 있군요. 하하..

그리고 오늘이 안중근 의사가 사형선고를 받은 날이라는 것도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사실을 알게 되었으니, 앞으로 적어도 매년 발렌타인데이 하루쯤은.. 그분의 희생을 돌아봐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지금 우리가 한국에서 열리는 올림픽을 즐기며 기쁨에 빠져들 수 있는 것도, 다 순국열사분들 덕이니까요.. ^^

요즘들어 오늘이 안의사의 사형선고 받은 날이라는 것이 많이 알려지는 것 같아요. 오늘을 사는 우리의 역할은 그저 기억해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요즘 너무 바빠서 그 감동적이었다는 올림픽 개막식 오프닝도 못 보았는데 스텔라님 덕분에 생각난 김에 동영상 찾아서 한번 봐봐야 겠네요. 오늘도 허접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설 연휴 되세요.

very good history post and important informations. thanks for us sharing.

오늘 자선당에 대한 새로운 역사를 알게 되었네요. 문종이 몇년을 더 사셨다면 아마도 '관상'이라는 영화도 나오지 않았을텐데...다음 편도 기대할게요! 설 명절 즐겁게 보내시길 바랍니다!

관상이라는 영화를 못봐서.. 사실 다음편은 또 어디서 주워 들어야 하는데.. 그럴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ㅎㅎ 별담님도 즐거운 설명절 되세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자선당이라는 음식관련 브랜드가 많은데~ 그 유래에서 온 이름인가보네요~
발렌타인데이가 일본에서 왔기에 저도 그리 반갑지는 않으나~
그냥 쵸콜릿 나누며 사랑도 전하는 좋은 날이라고 생각되네요~
우리의 쓰라린 역사를 먼저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먼저여야 겠지만요 ^^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설 연휴 잘 보내시고 복 많이 받으세요~

자선당이라는 이름.. 처음 들은 줄 알았는데.. 음식관련 체인점은 채선당 아니었나요??? ㅋㅋ 안중근 의사의 선거일이 기억되는 것을 덮기 위해 발렌타인데이를 지정했다는 설도 있긴 한데 그건 전혀 설득력이 없는 것 같구요. 그저 올바른 역사를 알고 기억하는 것이 오늘을 사는 우리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 봤네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채선당 맞아요 ㅋㅋㅋㅋㅋㅋ

ㅋㅋㅋ 저도 순간 아~ 그렇네. 했답니다. 그냥 한국 떠나신지 꽤 되신걸로 정리하죠~^^

ㅎㅎㅎㅎ
정리가 넘 깔끔해서 좋아용~

2월14일과 관련하여 안중근 의사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졌던 날이라는 이야기는 많이 들어봤지만 자선당과 관련된 일화는 저도 워킹맘님 포스팅을 통해 처음 알게 되네요. 님 말씀마다나 이래서 스티밋 포스팅이 좋은가 봅니다. ^^
일본 수탈의 역사와 맞물리면 가슴 아픈...이 아닌 가슴 애린 사건들이 너무도 많지요. 이렇게라도 하나하나 잊지 말고 다시 되짚어 볼 필요가 꼭 있습니다.
꽃잎지던날 님 말마따나 기억도 투쟁이니까요.

맞아요. 오늘이 안중근 의사 사형 선고 내려졌다는 날인 건 많이들 아시는 것 같은데, 또 은근히 모르시는 분들도 아직 많은 것 같아요. 저도 자선당과 관련된 일화는 처음 들었네요. 쌍둥이들과 행복한 설 연휴 되세요. 감사합니다.

어라..ㅎㅎ 맘님 이런글도 올리시네요? 요즘은 역사도 알아둬야 이땅의 후손이지 않나 생각해보며 역사공부도 하고 있네요. 잘 읽고가요.!!

ㅋㅋㅋㅋ 사실 전문적인 글이 아니라.. 저도 어디서 주서 들은 이야기라.. 다른 전문가분들이 분명 많으실 것 같아 부끄럽기도 하지만 그저 상식 수준으로 알아 두셔도 좋을 것 같아 자료 찾아 가며 정리해 봤네요. 사실 요즘 아이들이 협조를 잘 안해줘서 포스팅 거리 찾기가 쉽지가 않아요. 그래서 여기저기서 주워 들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포스팅하고 있네요... ㅎㅎㅎ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즐거운 설 명절 되세요...^^

이제 연휴네요. 명절에 바쁘고 힘드시겠지만 즐거운 설날 보내십쇼!ㅎㅎㅎ

Impressive post i like it

역사를 뜨문뜨문 기억하는 이 문제아는 역사를 되돌아 보기가 싫어질 때가 많습니다. 자꾸 아픈 기록이 들어나기 때문이지요.

맞아요. 저도 가끔씩 들여다 보기 싫은 역사들이 있네요.. 그리고 그 역사들이 가끔은 계속 반복되는 것 같아 더 보기 싫을 때도 있고 말이죠.. ^^ 역사 전문가가 아니라 사실 포스팅하면서도 전문가분들이 보시면 비웃으실 것 같아 걱정스럽기도 하네요. 그럼에도 기억해야 할 역사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저는 국사에는 꽝이였지요 ㅠㅜ

글을 잘 쓰시는 이유를 이제야 알았네요^^
국사를 좋아하셨으니 당연 글쓰시는 솝씨도
남다르셔요~

중3에 짝사랑 하셨군요^^ 저도 학교때 결혼을
하신 국어쌤을 좋아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생각하면 참 철도 없었을 때인데 말이죠...

Coin Marketplace

STEEM 0.31
TRX 0.11
JST 0.030
BTC 67776.21
ETH 3737.77
USDT 1.00
SBD 3.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