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gazua] 소설쓰는 책중독자 나하가 읽어주는 고전 | 시즌2 | 변신 1

in #kr-gazua6 years ago (edited)

이 글은 형에게 누나에게 친구에게 말하듯 친근한 말투입니다.


이번에 읽어주는 카프카의 <변신>은 단편소설이라 짧지만 아쉽지 않을 만큼 길~~게 읽어줄게. ㅎㅎㅎ

카프카의 변신. 이 소설은 사람이 벌레로 변한 소설이야. 벌레도 그냥 바퀴벌레같이 손바닥... 꺄~~~ 아니아니 신발로 밟아 죽일 정도의 크기는 아니고, 거대한 벌레야. 사람 만하다고 보면 돼. 카프카는 많은 작품을 우화 형식으로 써서 읽기가 쉽고 편하긴 해. 내용은 어둡지만 말야. 이번에 읽는 변신처럼 말이야.

어느 날 아침 그레고르 잠자(주인공 풀네임이야. 잠자다가 벌레로 변해서 성이 잠자인 건 아냐.)는 악몽을 꾸다가 깼어. 그런데 눈을 뜨고 일어나려고 보니까 헐~~~ 자기가 벌레로 변해있는 거야. 이거 실화? 뭐 소설이니까 가능하다고 치자. 그런 거 따지면 소설 못 읽으니까. 등은 딱딱하고 배는 마디 마디로 나눠져 있는 데다가 다리는 몸에 비해 너무 가냘픈 모습의 벌레인 거야. 그레고르는 아직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나 했지만 안타깝게도 꿈은 아니었던 거지.

그레고르는 몸을 돌려보려 했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어. 벌레가 뒤집어지면 다시 원래로 돌아가려고 발을 허우적거리잖아. 그레고르가 자신을 보니 꼭 그 짓을 하고 있는 거였어. 자신의 여러 개의 다리로 허우적거리고 있던 거야. 그는 몸 움직이기를 멈추고 생각에 잠겼어.

'아~~ 어쩌다 이런 고된 직업을 택한 걸까.날마다 출장을 다녀야 하잖아. 밥도 시간에 맞춰 먹을 수 없고, 열차 시간 놓칠까 전전긍긍해야 하잖아. 매일 다른 사람을 만나야 하는 것도 너무 스트레스야. 에잇, 부모님 빚만 아니면 벌써 때려쳤을 텐데. 빚만 다 갚고 나면 당당하게 때려칠 거야. 물론 5, 6년 걸리겠지만. 어라, 벌써 6시가 넘었네. 젠장할. 기차는 5신데 이걸 어쩌면 좋아. 7시 기차라도 타려면 빨리 일어나야겠다. 아, 근데 지금 일어나도 7시 기차는 타기 힘들 거야. 아프다고 하고 출근하지 말까?'

그레고르는 그러니까, 몸이 벌레가 되고서도 출근 걱정이야. 일중독인 거지. 오직 일을 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처럼 말야. 하지만 그레고르가 원래 일중독이었거나 일을 좋아해서 그런 건 아니야. 부모님의 빚 때문이지. 비코 사려고 집을 담보로 대출을 많이 받았는데 하필 고점이었을 수도 있고, 아버지의 사업이 망해서 잠시 어려운 것일 수도 있어. 그래서 일을 해야 했지. 기울어가는 집안을 다시 살릴 사람은 장남인 그레고르가 유일하다고 생각했거든. 싫지만 출근해야 했어. 열심히 돈을 벌어야 했어. 그래야 입에 풀칠이 가능했어.

그때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어.

"그레고르 6시가 넘었어. 출근해야지."

"네. 엄마. 방금 일어났어요."

근데, 그레고르는 자신의 목소리를 듣고 깜짝 놀라고 말아. 분명 자기 목소린데 목에서 찍찍거리는 소리가 함께 나오고 있던 거야. 그레고르는 자기가 벌레로 변했다고 엄마에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을 할 수 없었어. 찍찍거리는 소리가 나왔거든. 그레고르가 방에서 나오지 않으니까 아빠가 와서는 문을 두드리며 무슨 일 있냐고 물었고, 여동생도 뭐가 필요하냐고 물었어. 하지만 그레고르는 말도 할 수 없었고 몸을 뒤집을 수도 없이 누워 있었지.

그레고르는 어떻게든 침대에서 내려와 몸을 뒤집으려 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허사였어. 다리는 너무 많았고, 등은 너무 딱딱했고, 배는 예민했으며, 머리는 너무 무거웠어. 잘못하다간 침대에서 떨어지며 다칠 지경이었어. 그렇다고 침대에 계속 누워있을 수는 없는 일이었어. 문은 잠겨 있고 목소리도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처지를 가족에게 알려야 했거든.

여기서 잠시 그레고르가 어떤 벌레인지 알아보려고 해. 일단 등이 딱딱했고, 배에 마디가 많았고, 다리가 어마어마하게 많았다고 말해. 그러니까, 습한데 보면 다리가 많이 달린 기다란 벌레 있잖아. 그렇게 생겼거나 짧은 지네처럼 생겼다고 보면 돼. 난 첨에 바퀴벌레인 줄 알았는데 바퀴벌레는 아니더라고. 근데 우리가 사는 세상에 보면 사람의 탈을 쓴 바퀴벌레가 참 많아. 왜 그...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폭식 투쟁하는 집단들이 대표적이지. 바퀴벌레는 밟아 죽이는 게 최선책이야. 쓸모없거든. 다 죽여버려야 해.

그레고르는 다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어. 몸은 벌레지만 뇌는 아직 사람인 거지. 몸은 사람인데 뇌는 벌레인 범죄 집단들하곤 반대야. 그는 일단 침대 밑으로 떨어지기로 작정을 해. 등이 딱딱하니까 등으로 떨어지면 괜찮을 것 같은 거야. 그렇게 몸을 침대 밖으로 밀어 바닥으로 떨어지는 데 성공했어. 바닥으로 떨어질 때 '쿵'하는 소리가 들리면 가족들이 도와주러 올 거라 생각한 예상대로 가족들이 소리를 듣고 달려와. 흠, 회사 지배인도 함께 말야. 지각했다고 집까지 찾아온 거지. 하지만 쿵 소리 외에는 안에선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어. 그레고르는 말을 할 수 없잖아. 그러자 엄마가 지배인에게 대변을 해줘.

"그레고르는 몸이 많이 아파요. 정말이에요. 아프지 않으면 왜 기차를 놓쳤겠어요. 그레고르 머릿속은 온통 회사일뿐이잖아요. 그런 애가 아프지 않는데도 일어나지 못했을리 없죠."

그러자 회사 지배인도 아픈 것에 동의하며 문에 대고 그레고르에게 이렇게 말해.

"나는 지금까지 자네가 침착하고 인내심 많은 사람이라 생각했는데 내가 잘못 생각했나 보군. 오늘 아침에 자네가 늦은 이유에 대해 사장님께서 의심을 하셨네. 자네가 얼마 전에 고객에게 받은 돈을 말씀하시더라고. 하지만 난 결고 아닐 거라고 자네 편을 들어줬다네. 그런데 문도 열어주지 않고 대답도 하지 않으니 자네 편을 들어 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지는군. 요즘 자네는 물건을 많이 팔지 못했어. 자네가 시간을 마냥 헛되이 보내하고 있으니 어쩌겠나."

그레고르는 절대 아니라고, 그저 자긴 아플 뿐이라고 말했지만 그레고르의 입에서 나오는 말을 사람들이 알아들을 수는 없었어. 어제만 해도 멀쩡했는데 벌레로 변하는 병에 걸렸을 뿐이라고, 8시 기차로 가겠다고 말했지만 소용없었어. 그레고르는 어떻게든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썼어. 옷장을 붙잡고 일어서려고 했지만 잘 되지 않았어.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느낀 엄마가 그때야 의사를 부르고 열쇠장수를 불렀어. 이제야 안심이 된 그레고르는 침착해졌어. 그레고르는 의자를 붙잡고 서는 데 성공했고, 의자를 조금씩 밀면서 문으로 다가갔어. 드디어 문 앞에 도착해서는 입으로 문 손잡이를 잡고 돌렸어. 입에서 이상한 액체가 흘러나와서 쉽지 않았지만 온 힘을 다해 악물고 돌리는 데 성공했어.

드디어 문이 열리고,,, 벌레로 변한 자신의 모습을 사람들에게 보였어. 지배인은 슬금슬금 뒤로 물러섰고, 엄마는 거대한 벌레를 본 충격에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아빠도 당황해했어. 그레고르는 침착함을 유지하며 이렇게 말했어.

"저는 이제 출근하겠습니다. 출장은 매우 힘들지만 저는 일하기를 매우 좋아하거든요. 저는 사장님 신세를 많이 졌고, 부모와 여동생을 보살펴야 합니다. 그래서 일해야 하죠. 지금은 어려움에 처해 있지만 곧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지배인은 그레고르가 말을 하자 벌벌 떨뿐이었어.


오늘은 여기까지야. 카프카는 그 많은 생명체 중에 왜 하필 벌레를 선택했을까? 왜 그레고르를 벌레로 변하게 했을까? 멍멍이도 있고 야옹이도 있잖아. 사자라든가 악어도 있고. 근데 왜 하필 징그럽고 흉측한 벌레로 했을까? 먼 훗날 아시아의 한 나라에 벌레들이 모여 만든 집단이 생길 거라는 걸 예측한 건 아닐까? 암튼. 그건 그거고. 그레고르는 일을 열심히 한 죄뿐이잖아. 왜 열심히 일을 했다고 벌레가 된 건지 너무 슬퍼. 나도 사실은 일 중독자에 일벌레거든. 새벽에 출근해서 밤늦게 퇴근하는 게 일상이야. 5살 3살 두 아들과 놀고 싶은데 직업이 엔지니어라서 맨날 야근이지. 이 직종은 어느 회사를 가도 늘 야근이야. 직업을 바꾸지 않는 한 칼퇴는 힘들지. 그렇다고 직업을 바꾸면 지금 연봉은 어림도 없어. 결국 난 처자식과 알콩달콩 살기 위해선 일을 해야 하는 거야. 물론 소설가의 꿈도 던져두고 일해야 하지. 그런 내가 어느 날 벌레로 변했다고 생각해봤어. 헐... 신, 너 장난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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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어제 부엌에 졸큰(거의 엄지 하나정도 길이(한마디가 아니라 하나)) 바퀴벌래 나왔었는데 나하형때문에 떠올려버림 ㅂㄷㅂㄷㅂㄷㅂㄷ

꺄~~~~~~~~

ㅎㅎ 잘밤에 잘 보고갑니다~^^

ㅎㅎ 고맙습니다. ^^

^^좋은하루 보내셔요~

^^좋은하루 보내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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