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대 게임악]랜덤박스 - 탐욕편

in #kr-game6 years ago (edited)

탐욕

  • 삼독(三毒)의 하나. 자기의 뜻에 맞는 일이나 물건을 애착하여 탐내고 만족할 줄을 모르는 것. 곧 세간의 색욕(色欲)•재물(財物) 등을 탐내어 그칠 줄 모르는 욕심.

인간의 허영심 그 자체가 사기꾼이다. - 한비자

지난 7대 게임악 자동사냥편은 기만으로 다루었습니다. 해당 내용은 이곳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이번편은 탐욕입니다. 플레이어의 탐욕을 자극하는 창작자들의 탐욕의 결과는 예상하신분이 계실것 같지만 랜덤박스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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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에선 제가 주로 고물보불린이 됩니다.

지난번에 이어 말씀드리지만 랜덤박스라는 시스템 자체가 잘못된것은 없습니다. 언제나 기술은 그것을 제공하고 사용하는자들에 의해 선악이 정의됩니다.

랜덤요소는 게임의 주요 구성요소중 하나로 대부분의 게임에서 활용되며 특히 최근들어 개발자들은 어려운 문제를 만나면 마치 만능약처럼 랜덤을 사용하곤 하는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그런 모든 랜덤요소가 탐욕의 결과인가. 랜덤박스가 탐욕의 결과라는 이야기는 오히려 생각외로 소비자로부터 시작됩니다.

2000년을 기준으로 한국 패키지 시장은 전멸합니다. 패키지 자체가 전멸한 것은 충분치 않았던 퀄리티와 온라인 플랫폼의 대두로 인한 관심이전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mp3 무료 다운로드와 판매량 사이에 뚜렷한 상관관계(음의 상관관계라도)는 발견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마찬가지로 불법 다운로드와 게임유료 판매량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믿지 않습니다. 물론 불법 다운로드를 옹호하는 것은 결코 아니며 단지 객관적으로 봤을때 일반적으로 이야기되는 와레즈/불법 공유 사이트로 인해 한국 패키지 시장이 몰락했다는 생각에 반대한다는 입장이라는 이야기입니다. 다만 당시 패키지 판매시스템에 대한 시장의 강력한 문제의식이 발현하며 국내 어플리케이션시장은 무료서비스라는 광풍이 몰아칩니다. 현재 텐센트의 기반이 되는 아이디어였던 사이월드의 아바타/내공간 꾸미기는 사실 더이상 패키지를 통해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리지 못하게된 응용프로그램 제공업체들이 아이디어를 쥐어짜 탄생한 결과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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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이친구가 이렇게 큰 위력을 발휘할줄은....

이를 퀴즈퀴즈를 서비스하던 넥슨이 최고 도입하고 이를 텐센트의 QQ에서 아이디어 도용하여 현재 전세계 많은 온라인 서비스에서 사용하는 추가과금형태의 판매형태가 도입됩니다.

지난 시간에도 말씀드렸지만 한국은 온라인 네트워크가 가장 빠르게 발달하여 전세계를 선도하던 공간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시 한국을 지배하던 온라인 네트워크의 철학은 Copy Left와 정보공유 였습니다. 문화적역량이 부족하진 않았으나 급격한 산업발달로 저작권의식등의 문화적 교육의 (현재까지도 이어지는) 중요도가 한참 낮아지고 있던 당시의 분위기에 따라 Copy Left와 정보공유는 잘못사용되어 모든 정보를 무료로(멋대로) 사용하는것을 마치 사회적 레지스탕스가 된듯한 착각에 빠져 영유하는 문화가 생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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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깨닫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철학에 영향받고 살고 있습니다.

행동경제학에는 앵커효과라는 게 있습니다. 어떤 대상에 대한 가격(가치)를 메기는 기준은 쉽게 변경되지 않으며 어떠한 기준도 없는 최초 설정시에는 오리가 그 어미를 인식하듯 단지 최초 숫자를 인식했다는 이유로 백지에 그리듯 순진하게 받아들인다는 이야기입니다. 당시 널리 인터넷 서비스가 퍼지며 대다수의 프로그램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즐길 수 있었던 대중들에게 (특히 많이 접하던) 게임은 무료라는 앵커가 자리잡히게 됩니다. (이는 음악도 동일하여 그 이후 mp3를 300원에 다운로드 받으라는 마케팅이 오히려 상대적으로 버리는 기준가-다른서비스를 돋보이게 하는-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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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에게 게임이란 엄마 오리는 공짜 ㅠㅠ

이제 한국 대중 게이머들에게 게임은 공짜라는 앵커가 박혀버린 것입니다.

물론 게임들은 개별로 모두 다르기에 게임을 깊게 즐기기 시작한 이들에겐 그 이후로 다른 앵커를 설정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있습니다. 똑같은 커피라도 스타벅스는 공간과 분위기라는 차별화된 서비스를 통해 다른 같은 커피가 아닌 다른 서비스로 자리해 가격기준을 다른 앵커에 맞춰 설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결과적으로 게임이 대중들에게 공짜로 인식되니 게임창작자들은 그동안처럼 게임을 완성하고 패키지 가격을 설정하는 것보단 더 복잡한 마케팅을 해야 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마케팅이 게임제작이후 후발로 붙던 기존의 상황과 달리 게임제작시점에 오히려 제작이전시점에 마케팅요소를 고려하여 그 내용을 게임안에 포함시켜야 하는 다시 말해 마케팅이 게임내용을 이끌어가는 배경을 만들게 된 것입니다.

게임을 공짜로 즐기고 싶은것은 인간 행동 본성에 따른 작은 욕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자체로는 자연계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인간의 본성으로 이를 비난할 수 있는 근거는 없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본성은 결국 시장의 개편 즉 무료게임서비스를 불러왔고 이제 개발사들은 고민에 빠집니다. 무엇을 팔것인가.

지금은 좀 의아할 수 있지만 사실 가장 먼저 추가로 판매했던 아이템은 스킨이었습니다. 넥슨 퀴즈퀴즈에 도입되었던 꾸미기 아이템으로 게임머니등을 추가로 얻게해주는 정도의 기능성만 가진 간단한 아이템이었습니다. 이후 기능성 아이템들이 도입되었지만 기능성 아이템들을 직접 팔게되니 유저들의 엄청난 반발에 직면하게 되었습니다. 즉 PayToWin이라고 불리는 비난으로 우승을 직접 돈주고 산다라는 개념이 주는 불쾌감이었습니다. 여기에서 랜덤박스가 진입할 구간이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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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공정해야 한다.

똑같이 승리를 이루게 해주는 아이템임에도 불구하고 랜덤박스를 통해 뽑게 되면 마치 내가 영향을 미친것 같은 느낌을 주게 되어 비난이 덜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부분은 kmlee님의 https://steemit.com/kr-philosophy/@kmlee/4ep5sd 에서 인간의 본성에 대해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수집이라는 게임의 형태를 재발견하면서 랜덤박스는 최고치의 전성기를 맡게 됩니다. 더이상 남과 경쟁하는데 이기기 위해 필요한 기능성 아이템을 랜덤박스로 얻는다는 불편함에서 벗어나 그저 나 혼자 즐기기 위해서도 랜덤박스를 굴리는 방식을 찾아낸 것입니다. 사실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일본의 가챠 시스템을 게임에 도입한것 뿐으로 랜덤박스가 일반화 할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만들어 줍니다.

PayToWin을 위한 랜덤박스에 격렬히 저항하는 게임=무료 라는 앵커가 없는 서양의 경우(이 앵커는 한국과 중국그리고 그 이후 디지털 게임문화가 대중화된 국가에서만 찾을 수 있습니다.)에도 수집형 게임에서 사용하는 랜덤박스에는 별다른 저항없이 즐기고 있습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랜덤박스의 폐해는 랜덤박스를 맞이했을때 기분나쁜 상황에서 체감하게 되며 이는 그 랜덤박스가 PayToWin과 연결될때 생성되고 이 PayToWin은 반드시 PvP상황일때 입니다. 즉 PvP가 없는 게임의 랜덤박스에 대해서는 우리는 그다지 큰 우려를 표시하지 않습니다.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가챠가 있긴 하지만 없어도 게임하는데 큰 지장은 없어'.
많은 수집형(pvp없는)게임을 즐기는 유저들에게 가챠에 대해 물어볼때 가장 많이 듣는 대답입니다. 이 대답은 본인이 즐기는 게임을 쉴드하기 위해서 하는 대답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그렇기 때문에 하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싱글 게임은 랜덤박스의 영향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습니다. 누가 쫓아오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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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은 반드시 공정해야 한다.

그렇다면 정말 랜덤박스가 나쁜것일까요?

아니면 랜덤박스를 통해서라도 이기고 싶은 마음, 그 마음을 자극하는 시스템이 나쁜것일까요?

게임은 두가지 궤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술과 스포츠. 인간이 현재가 아닌 미래라는 개념을 발명하며 세상 만물을 대상으로 이룩할 수 있다고 하는 두가지 영역입니다.

예술은 승패가 없습니다. 그리고 스포츠는 공정해야 한다는 룰이 있습니다. 우리가 랜덤박스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을 잘 떠올려보면 이 두가지와 상충되었을때라는 것을 쉽게 깨닫게 됩니다.

몰입을 깨는 타이밍에 등장하는(UI등으로) 랜덤박스, 혹은 랜덤박스를 통해 획득할 수 있는 공정성을 깨는 기능성 아이템들.

탐욕의 죄는 과한 욕심에 랜덤박스를 사용하는 개발사와 퍼블리셔에게 물어야 겠지만 공정하지 못한 승리를 느끼면서도 사용하는 탐욕자들에게도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공정하지 못한 승리를 위해 기능성 아이템 사용등 소극적인 방법이 아닌 적극적 방법으로 판을 어지럽히는 자들에 대해 이야기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게임에 대해 이야기하는 박발자였습니다.

피드백은 감사히 받겠습니다.

부디 이번 주말에도 즐거운 게임라이프를 영유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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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대 게임악 1편 : 자동사냥-기만편
7대 게임악 2편 : 랜덤박스-탐욕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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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dyuhyun님께서 추천해 주셨습니다.
https://steemit.com/kr/@ioc/5nbbup-url

감사합니다~ 재밌게 읽으셨으면 좋겠네요!

랜덤시스템이 운빨게임 실력게임 기준을 나누는듯 합니다. 좋은 시스템이고 게임의 재미를 증감시키는 요소이긴 하지만 이걸 게임에 영향을 미치는 과금요소로 사용하는 몇몇 개발사가 있어 문제가 되는것같네요. 그래도 자동사냥보다는 낫습니다!ㅋㅋ

문제가 많지만 즐기시는 분들덕에 아직 게임도 살아있는것 같습니다.
부디 더 즐거운 게임들을 발견할 수 있기를 ㅠㅠ

게임 이라는 소재를 통해 좋은 글 써주시는 @devpark님 감사합니다.

새해 소망 글쓰기 릴레이에 @devpark님을 추천하였습니다.
단순 게임 얘기만하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의미등을 잘 포스팅 해주셔서 이렇게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https://steemit.com/kr/@leetyt2/2018-3
(혹시 새해 소망에 글쓰시는 것이 부담드러우면 안쓰셔도 됩니다. ^^)

안녕하세요! 잘봐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지목에 따라 열심히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ㅎㅎ

자동사냥 랜덤박스는 한 몸처럼 대한민국 게임시장을...

하지만 그들은 우리 4대 천왕중 가장 약하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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