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스티미언:거짓말] 너무 착하게 살아서 거짓말 해본 기억이 안 난다

in #kr-funfun6 years ago (edited)

뻔뻔한 스티미언 이번 주 주제는 거짓말이다.
아~~~ 그런데... 거짓말을 안 하고 살아서 내가 무슨 거짓말을 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그래서 여태 쓰지 못하다가 마감을 앞두고 최대한 기억을 짜내본다.
기억을 짜내다보면 뭔가 생각날지도 모르니.

1
초2땐가 초3땐인 걸로 기억한다.
동네에서 씐나게 놀고 있었다.
늘 그렇듯, 동네 할아버지가 시끄럽다고 딴 데 가서 놀라고 했다.
그래서 난 친구에게 '야, 조용히 놀자.'라고 했다.
근데 이 친구는 계속 시끄럽게 떠들었다.
'야, 그러다 혼나. 나 갈래.'라고 말하곤 뒤돌아 걸었다.
그때 그 할아버지가 몽둥이를 들고 뛰어나와서는 그 친구에게 때리는 시늉을 했다.
난 그 친구에게 샘통이라며 혀를 내밀었다.
그런데...
그런데...
그때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래 내 얼굴을 봤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 할아버지를 놀려? 라고 몽둥이를 휘두르며 달려오는데,,,
와~~~ 정말 목숨 다해 도망갔다.
저녁때 할머니께서... 그 할아버지 다녀갔다고 너 왜 그랬냐고 혼내는데...
ㅠㅠㅠㅠㅠㅠ
정말 너무 억울했다.
난 진짜 할아버지에게 메롱한 게 아니라, 친구에게 메롱했다.
그렇게 난 거짓말쟁이가 되고 말았다.
너무 억울했다.
아마도,,, 이 때부터 억울한 걸 못참는 성격이 된 것도 같다.

2
아,,, 생각났다.
역시 쓰니 생각나는군.
군대 가기 전이었던 것 같다.
그러니까 스무살쯤???
한 아이를 사귀게 됐는데, 사귄 날이 만우절 전날이었다.
내가 나이 먹은 후론 안 그러는데, 어렸을 땐 정말 장난기 심했다.
사귄 이틀째 되는 날 그녀와 걷다가,,, 농담 한마디 했다.
만우절이고 해서 그냥 장난이었다.
그런데 쌩~~~ 하고 가버린 그녀.
그날 무슨 장난을 쳤는지 확실하겐 기억이 안 난다.
대략... '나 좋아하는 여자 많다.'라고 장난친 것 같다. (이것도 확실친 않음.)
아~~~ 이틀만에 차이다니...
여자에게 차인 최단기록이었다.
만우절날 장난치지 말자.
후회한다.

3
난 기억력이 매우 나쁘다.
고딩때 성적표가 수수수수수수수수가수수수수수수수였는데...
'가'가 영어였다.
영어가 가여던 이유는... 영어단어를 못 외워서였다.
난 정말 지독히도 멍청한 뇌를 가졌던 것.
하지만 집중력은 뛰어나서,
평소 수업시간에 집중하고, 시험 전날 두세시간 노트와 교과서를 외우면 시험점수는 늘 100점이었다.
그런데 영어단어는 도저히 외워지지 않는 것...
나의 가장 큰 단점은 금붕어 기억력이다.
그리고 내 장점 중 하나가, 잘 잊어버리는 것이다.
난 슬픈 일도 잘 잊어버린다.
기분나쁜 일도 잘 잊어버린다.
그래서 내가 한 거짓말도 잊어버리나보다.
내가 한 거짓말만 잊어버리는 게 아니라 그냥 다 잊어버리고 산다.
아내가 '오빠는 내 얼굴도 잊어버릴 사람이야. 내 이름은 기억나?'라고 물어볼 정도.
이는 아마도... 상처를 잊어버리려는 방어적 심리에서 나온 것 같다.
어렸을 때 엄마와 헤어진 기억을 지워버리려는 방어적 심리는 아닐까 생각을 하곤 한다.
할머니 손에 자라며 징그럽게 가난했던 어린 시절을 기억하기 싫은 심리가 작용한 건 아닐까...
준비몰 못 챙겨가서 미술시간 내내 뒤에서 손들고 있어야 했던 그 기억들을 잊어버리고 싶었던 것 같다.
그래서 난 초딩때도 기억이 잘 안 난다.
늦어도 초1 이후로는 기억이 난다고 하는데,,,
난 굵직한 사건 외에는 거의 기억나지 않는다.
이 짧은 기억력은 살면서도 많이 불편하다.
오늘 점심에 뭘 먹었는지 기억나지 않는 건 당연하고 상사의 지시도 잊어버린다.
그래서 노트에 늘 메모하려고 노력한다.
메모 습관을 들이려고 늘 노력하는데,,,
메모해야 겠다고 다짐한 걸 늘 잊어버려서 문제긴 하다.
거짓말도 머리가 좋아야 한다는데,,,
난 머리가 돌이라 거짓말에도 별로 흥미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착해서가 아니다.

4
아내는 나와 완전하게 다르다.
아내의 기억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어떤 장면을 보면 그 장면과 주위 배경까지도 기억하는 아내와 나는 완전 반대다.
어느날 어떤 옷을 입었는지도 기억한다.
그래서 아내는 공부도 무지하게 잘했다고 한다.
흠... 나도 공부는 잘했다 뭐. 영어만 못했지.
아낸 영어도 잘했으니 나보단 잘했네. ㅎㅎㅎ
그래도 아낸 수학 과학은 싫었다고 한다.
난 수학 과학이 가장 잼났는데.
울 두 아들 중 큰애는 나를 닮았고 작은애는 아내를 닮았다.
큰애는 다섯살인데도 아직 말을 못하고, 작은애는 세 살인데 벌써 몇 마디 한다.
작은애는 기억력이 놀라울 정도인데 벌써 노래도 따라한다.
사물 이름 가르쳐 준 것도 잘 따라하고 행동도 잘 따라한다.
큰애는 그냥 '엄마' '아빠' '시러' '아냐' 외에는 말을 안 한다.
그래서 엄마 속을 썩인다.
아내의 소원은 큰애가 말을 하는 것.
근데 난 걱정이 없다. 그냥 성격이 나랑 똑같아서 말이 느린 것 같으니까.
기억력 나쁘지, 고집쟁이지, 장난꾸러기지... ㅎㅎㅎ
나를 닮아 집중력도 좋고, 관찰하고 연구하는 것도 좋아한다.
큰병원에서 뇌 MRI도 찍는 등 검사를 1박2일동안 해봤다.
검사 결과는... 자폐는 아니라는 것.
수십장에 달하는 검사 결과지를 보니 자폐에서 딱 3점 모자랐다. ㅎㅎㅎㅎㅎ
이놈,,, 너 크면 자폐에서 3점 모자랐다고 놀려줘야지.
이제 엄마 속좀 그만 썩이고 말좀 해라.
사랑스런 내 아들.

다 쓰고 읽어보니,,, 도대체 거짓말과 무슨 상관 있는 글을 쓴 건진 모르겠다. 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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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아이는 천천히 세상을 바라보나봐요^^
전 어릴 때 가게를 해서 손님들 이름 번호를 다 외울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학교 엄마들을 길에서 봐서 몰라서 오해를 받아요. 어릴 땐 생존본능이였나봐요.

네. 아직 아기이고 싶은가봐요. 곧 말 하겠죠. ^^

!!! 힘찬 하루 보내요!

고맙습니다. ^^

ㅋㅋㅋㅋ 그러게요 거짓말과 무슨 상관이 있는건지... 거짓말을 안하고 사는 이유에 대한 장황한 설명? ㅋㅋㅋㅋㅋ

음... 변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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