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뻔한 스티미언 : 게임] 원화채굴자와 게이머와 스티미언의 하루

in #kr-funfun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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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람 소리에 잠에서 깬다. 또 하루가 시작됐다. 겨우 네 시간 잤지만 그래도 일어나야 한다. 오늘도 원화를 채굴해야 하니까.
부지런히 로그인을 한다. 오늘도 렙업을 해야 하고 골드 노가다를 해야한다. 겨우 네 시간 잤지만 쟁에서 방패막이라도 하려면 렙업이 필수다.
폰을 집자마자 스팀잇에 들어간다. 오늘도 글을 쓰고 댓글을 달아야 한다. 아직 피라미인 나는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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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탔던 지하철을 탄다. 어제 걸었던 길을 걷는다. 어제 앉았던 책상에 앉는다. 어제 하던 일을 한다. 이번 주까지 끝내려면 부지런히 해야 한다. 남들보다 두 시간이나 먼저 출근했지만 날짜 안에 끝낼 수 있을지 미지수다. 아홉시가 되자 사람들이 굿모닝이라며 인사를 한다. 인사받을 시간도 없다.
어제 잡았던 몹을 잡는다. 어제 돌았던 던전을 돈다. 어제 팔았던 잡템들을 판다. 새벽같이 일어났더니 사냥터에 사람이 적어서 골드가 제법 모인다. 일찍 일어나길 잘했다. 하지만 이번 주까지 칼을 재련하려면 아직 골드가 턱없이 부족하다. 난 다시 18초 전에 잡았던 몹을 또 잡는다.
어제 인사했던 스티미언에게 인사한다. 새 글을 읽고 정성을 다해 댓글을 단다. 이런, 죄다 테이스팀 글이다. 아침부터 고문이다. 잠자는 동안 못 읽은 피드를 읽는다. 다 읽고 댓글을 단다. 아차, 실수로 대세글을 눌렀다. 역시나 죄다 코인글이다. 패스한다.

3
구내식당에서 점심을 먹는다. 2~30분이라도 자려면 빨리 먹어야 한다. 잠이 부족해서 눈이 충혈됐다. 조금이라도 자둬야 한다. 그래야 오후에도 원화채굴을 할 수 있다. 밥을 먹고 올라오자 갑자기 회의한단다. 젠장할.
오른손은 마우스질로 사냥 노가다를 하고 왼손으론 빵을 입으로 처넣는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깝다. 사냥해야 한다. 골드를 모아야 한다. 칼을 재련해야 한다. 이번 쟁에서도 1등으로 죽으면 길드에서 강퇴될지도 모른다. 무과금으로 게임하려니 몸이 고생이다. 과금 충동을 느낀다. 잠을 자고 싶다.
너무 많은 글을 읽어서 읽은 글인지 안 읽은 글인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내가 댓글 달았는지 확인해본다. 댓글 달았으면 읽은 글이니까. 드디어 오늘의 포스팅을 한다. 아~~ 보팅이 안 찍힌다. 앞 분식집에라도 가서 사진 찍어다가 테이스팀이라도 해야 할 판이다. 무자본으로 스팀잇을 하려니 몸이 고생이다. 현질의 충동을 느낀다. 나도 대세글에좀 가고 싶다. 업비트에 가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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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일은 태산인데 회의를 두 시간이나 했다. 젠장할 빌어먹을. 다시 원화채굴을 시작한다. 마우스질이 더 빨라진다. 키보드를 두드리는 손가락에 경련이 온다. 눈이 오전보다 더 빨개진다. 머리가 아파온다. 두통약을 먹는다. 콧물이 나온다. 콧물약을 먹는다. 약으로라도 버텨야 한다.
내가 게임을 하는 건지 내 캐릭터가 게임을 하는 건지 마우스가 게임을 하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했다. 몹이 안 죽어서 자세히 보니 NPC다. 눈이 침침해서 안경을 쓴다. 내 영웅이 갑자기 두 명으로 분신술을 시전했다. 헐~~ 몹도 두 배로 늘었다. 신난다. 골드도 두 배로 벌린다. 칼 재련이 가능할 것 같다.
가즈아에 징징대본다. 형들이 위로해준다. 보팅도 찍어준다. 짱짱 멋진 형들이다. 업비트 인증이 안 된다. 헐~~ 신규가입자 입금 불가. 인증하느라 두 시간 날렸다. 빗썸에 가입해본다. 와우~~ 가입하자마자 3000원 줘서 스팀을 하나 샀다. 니미럴. 출금이 안 된다. 고팍스(@gopaxkr)에 가입한다. 통장을 털어 스팀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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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자리 동료가 퇴근해버렸다. 나도 퇴근하고 싶다. 하지만 난 오늘도 야근 모드다. 저녁을 먹고 다시 앉았다. 이번 주 내로 끝내야 한다. 지난주에도 이번 주 내로 끝내야 할 일이 있었다. 다음 주에도 이번 주 내로 끝내야 할 일이 생기겠지.
종일 빵 하나 먹었더니 배가 너무 고프다. 마우스도 두 개로 보이고 내 손가락은 스무 개로 보인다. 안 되겠다 싶어 찬장을 열어본다. 컵라면 하나가 있다. 뜨거운 물을 끓인다. 멀리 보이는 모니터의 내 영웅이 바닥에 누워 있다. 옷도 벗고 있다. 바부팅아, 거기가 네 안방이냐?
다시 대댓글을 달기 위해 스팀잇에 접속한다. 내 눈을 의심한다. $10. 이거 실화? 보팅자 목록을 눌러보니 고래님이 계신다. 눈물이 난다. 그자리에 엎드려 큰절을 올린다. 아멘 할렐루야. 노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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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12시가 다가오자 오늘도 퇴근을 포기한다. 두 시. 세 시. 네 시. 난 그대로 책상에 고꾸라져 기절하듯 잠에 빠진다. 나는 원화채굴자다. 칼퇴근을 해본 역사가 없는 노예다. 그래도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 원화채굴자니까. 흙수저니까. 그래도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다. 내년엔 연봉이 오를까? 아니, 짤리지만 않았음 좋겠다.
분명 내 영웅은 하난데 이젠 세 개로 보인다. 눈이 이상해진 것 같다. 골드가 세 배로 떨어지는데 이상하게 잔고는 세 배로 안 오른다. 나는 게이머다. 1번 몹을 잡고 2번 몹을 잡고 3번 몹을 잡는다. 그리고 다시 1번 몹을 잡고 2번 몹을 잡고 3번 몹을 잡는다. 난 게이머니까. 이젠 눈을 감고도 1번 몹과 2번 몹과 3번 몹의 위치를 찾아간다. 편하다. 그렇게 잠이 든다. 칼 재련은 물 건너 가는 건가...
마음을 잡고 두 번째 포스팅을 올린다. 나는 스티미언이다. 열심히 피드를 읽고 댓글을 단다. 대댓글을 단다. 대대댓글을 단다. 그림을 못그리는 똥손이라 오직 글만 쓴다. 외식을 싫어해서 오직 글만 쓴다. 독자들이 늘어난다. 보팅이 늘어난다. 시간은 자정을 넘기고 난 댓글과 대댓글을 달기 위해 오늘도 잠을 미룬다. 내일은 나도 파워스티미언이 되어 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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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원화채굴자다, 아니아니... 게이머다, 아니아니... 스티미언이다. 난 오늘도 열심히 글을 쓴다. 마치 스팀잇에 글 쓰기 위해 태어난 사람마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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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미언에 대해 포스팅해주셨네요. 저도 좋은 글 많이 쓰겠습니다.~

저도 열심히 할게요. ^^

ㅎㅎㅎㅎ감사합니다 원화채굴자님 파이팅! 저도 원화 열심히 채굴하겠습니다

눈물이 납니다

헙... ㅠㅠ 슬픈 현실이죠. ㅠㅠ

슬퍼지려고 해요
힘내세요

좋은 날이 올 거라 믿으며 힘낼게요. ^^

오늘하루도 화이팅입니다
화이팅🍀

고맙습니다. 파이팅!!!

나하님....책상 위 영양제라도 챙기면서 일해요 ㅠㅠ 고단함이 느껴저 마음이 아파요...
어서 스팀남매가 힘내야~ 나하님 원하시는 글쟁이만 할 수 있을 텐데.....어서 좀 가즈아~~~

영양제가 있긴 한데 먹는 걸 잊어버려요. ㅎㅎㅎㅎㅎ
걱정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갑자기 눈물이...
제 감성책임져요 엉엉

헙... ^^
좋은 글로 책임지겠습니다. ^^

gi2nee님이 naha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gi2nee님의 [뻔뻔한스티미언][글보상나눔] 20180530 소모임 글모음 및 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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