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봄날|| #9 아버지 뭐하시노?
초등학교 시절 학교에서는 호구조사라는 걸 했다. 일괄적으로 나눠준 안내문을 작성하는 식이었다. 안내문은 가족관계는 물론 부모님 학력과 직업, 살고 있는 집의 형태도 적어야 했다. 말이 호구조사지 사실상 부모님 직업 조사이자 집안 재산 조사였다.
난 항상 부모님 직업을 어찌 써야 할지 고민했다. 고정적으로 일하지 않으셨던 아버지의 직업이 애매했기 때문이다. 그때면 아버지는 그냥 자영업이라 적으라고 하셨다. 난 뜻도 모르고 6년 내내 아버지의 직업을 자영업이라 적었다. 아버지는 자영업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학교를 상대로 6년 동안 거짓말을 한 셈이다. 지금 생각하면 이딴 걸 학교에서 왜 조사하는지 당최 이해할 수 없지만 당시만 해도 새 학기가 시작되면 꼭 거쳐야 하는 관례 같은 거였다.
그래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조사에 임해오며 내가 배운 것이 하나 있다. 부모님 직업은 함부로 물어서는 안 된다는 것. 상대에 대한 배려나 예의라기보다는 내가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이었기에 누군가도 곤란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성인이 되었을 즈음. 신중해야 할 질문이 부모님 직업 말고도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중 하나가 학교였다.
갓 대학에 입학했을 때였다. 한 모임자리에서 누군가 내게 다니는 학교를 물었다. 스스럼없이 학교를 말하자 한명이 “그런 학교도 있어?”라며 반문해왔다. 내가 다니던 학교가 명문대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부끄럽거나 창피할 것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알 수 없는 열등감을 느꼈다.
지금이었다면 그 사람의 질문을 순수한 의도나 예의가 없는 사람이겠거니 하고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몸만 컸지 정신은 미성숙했던 당시엔 무슨 잘못이라도 한 것 마냥 그저 얼굴만 붉혔다.
그 일을 겪고부터는 출신 학교를 묻는 것이 조심스러워졌다. 학교, 학벌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말하고 싶지 않은 치부일 수도, 내 아버지의 직업처럼 말하기 곤란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였다. 그러면서 다짐 같은 걸 했다. 궁금해 하지 말자. 궁금하더라도 굳이 묻지 말자. 스스로 정한 타인에 대한 작은 예의 같은 거였다. 하지만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부터는 이 다짐도 다 부질없는 짓이 됐다.
누가 그랬던가. 사회생활은 학연, 지연이라고. 인사 다음으로 오는 말이 “어디 학교 나왔어요?”였으니 의지와는 상관없이 타인의 출신학교를 알아가야만 했고, 난 그들의 궁금증을 채워줘야 할 의무가 있었다. 어린 시절 호구조사 안내문의 빈칸을 채우듯.
오늘도 여전히 누군가 내게 묻는다.
저도 이렇게 다짐해요. 졸업한지가 언젠데 아직까지... 학벌로 차별하고 무시하는 사람들은 자기가 바닥이라는 걸 스스로 드러내는 거에요.
현재는 학교와는 전혀 관련 없는 쪽에서 일하고 있어서 글 같은 일은 별로 없지만
예전 20대 때는 정말 심했었죠. 출신학교를 말하면서도 내가 지금 뭘하고 있는건지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죠.
전 이제는 학벌로 차별하는 사람들은 그냥 가까이 두지 않아요. 두지 않는다기 보다는 알아서 멀어진 거 같아요. ^-^
저도 어렸을 때 아버지 직업을 적고 말하기가 (저는 철이없어서) 부끄러웠던 적이 있어서 공감이 되는 글이네요.. 배려하는 마음으로 궁금해하지도 궁금하더라도 굳이묻지 않기로..
굳이 물을 필요가 없으면 안 묻는 게 맞는 거 같아요.
상대 부모님의 직업이 그 사람을 알아가는데 중요한 건 아니니까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아... 저도 국민학교때 늘 적어 내던 생각이 나네요... 어릴때도 왜 묻는지 이해가 안갔고 여전히 지금도 그런걸 물으면 이해가 잘 안가요.... 팁 이란걸 쓰쎴던데 ㅋㅋ 그게 뭔지 몰라서 한참 봤어요 ㅎㅎ 감사합니다. 저도 tip!
이렇게 하면 되는 건가여? ㅋㅋㅋ아... 왠지 아닌거 같아요 ㅠㅠ
ㅎㅎ 해피님 귀여우세요. :)
팁은 @tipu라는 곳에 미리 스팀달러를 보내 놓으면 사용할 수 있답니다.
제가 스팀 파워가 낮아서 더 나은 보상을 드리고 싶은데 못드릴 때 주로 사용하죠. :)
그렇지만 저는 안 주셔도 됩니다. 읽어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니까요. ^-^
머리 긁적 긁적... ㅎㅎ 뭔가 복잡하네요 ㅠㅠ
진심 감사해요 @chocolate1st님~~
행복한 주말 보내시길 바랍니다~^^~
저도 생각나요!!
집에 가전제품 뭐 있는지도 조사했던 것 같아요!!!!!!
가전제품도 조사했었군요. 저는 그정도 까지는 아니었는데 헤헷.
그래도 호구조사가 불편한 건 비슷했답니다. ^-^
얼른 없어져야 할 말인것 같아요 그래야만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잘 보고 갑니다 ^^
요즘에도 호구조사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근데 어린 기억에도 호구조사가 꽤나 수치스러웠던 기억이 있어요.
아직 남아 있다면 꼭 없어져야 할 텐데요. 말씀대로 그래야 더 좋아질 거 같아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