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봄날|| #13 늦은 날

in #kr-essay7 years ago (edited)

대문3-2.jpg



서둘러 준비했음에도 늦었다. 매번 뭔가를 보고 있으면 뭐에 홀린 것 마냥 집에서 늦게 나오게 된다.
집을 나서자마자 전화벨이 울린다.

“오고 있지?”
“으응.”

혹여 화낼까 지레 겁부터 먹고 늦을 거란 말도 꺼내지 못했다. 서둘러 발걸음을 놀린다.
이런 날일수록 버스는 더 더디게만 움직인다. 나 하나 늦었다고 빠르게 움직여주면 그게 어디 대중교통이겠는가. 속이 타들어가는 나와 달리 여유롭게 움직이는 버스가 야속하기만 하다. 그 덕에 여유로운 일요일 아침에 나만이 분주하다. 약속 장소는 멀었지만 약속시간은 금세다.
다시 전화벨이 울린다.

“오빠 어디야?”

넌 벌써 도착한 모양이다. 시간을 보니 벌써 5분 전이다. 시원하게 뻥 뚫린 길을 보며 태연히 말한다.

“조금 늦을 거 같아. 차가 좀 막혀서….”

눈치 백단인 네가 모를 리 없다. 하지만 전화로는 화내기 싫었는지 크게 숨을 고른다.

“알았어. 빨리 와. 추우니까.”

결국 난 약속시간보다 30분이나 늦게 약속 장소에 도착했다. 예쁘게 드러나 있어야 할 네 보조개가 보이지 않는 걸 보면 단단히 화가 난 모양이다.

“미안.”
“지금 몇 시야?”

내 사과에도 다짜고짜 시간부터 물어오는 너. 물론 시간을 묻는 질문이 아니기에 난 그저 꿀 먹은 벙어리처럼 입을 다문다.

“또 뭐 보다 늦었지? 늦으면 내가 미리 말하라고 했잖아. 그리고 이 추운 날 여자 친구를 밖에 세워두고 싶어?”

추우면 어디에 들어가 있으면 될 것을. 아마도 내 못된 버릇을 고치려 일부러 추운 길 위에서 언 발을 동동 구르며 있었으리라. 아무래도 오늘은 단단히 벼른 모양이다.
잔소리는 그 자리에서 한 동안 계속 이어졌다. 저 조막만하고 앙증맞은 입에서 어찌도 이리 쉼 없이 잔소리가 이어질까. 반성보다는 신기하다는 생각에 너의 잔소리가 어쩐지 싫지 않다. 하지만 겉모습만은 반성하고 있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그게 혼나는 사람의 도리다. 이어지는 너의 잔소리에 난 교무실에 불려온 학생처럼 숙연한 표정을 짓는다.

“아, 진짜… 결혼해서도 이럴 거야?”

너의 잔소리의 끝은 항상 이 질문이었다. 우린 둘 다 학생이었기에 이 말을 들을 때면 너와 나의 연애가 꼭 어린아이 소꿉놀이 같았다. 하지만 난 너의 그 질문이 좋다. 흔한 사랑한다는 말보다 너의 걱정담긴 그 말이 참 좋았다.

“이제 다 했어? 그럼 이리와.”

그러면서 난 양팔을 벌린다. 넌 그 모습에 뾰룡퉁한 표정을 지으며 못 이기듯 내게 안긴다. 양팔로 내 허리를 감으며, 차가워진 너의 얼굴을 내 가슴에 묻는다. 그리고 투정 부리듯 말한다.

“왜 대답 안 해? 결혼해서도 이럴 거냐구?”

감싸 안은 내 허리를 흔들어 대답을 요구한다. 난 애써 웃음 지으며 지킬 수 없는 약속을 한다.

“아니. 안 그럴게.”

맺음말_크기 변환.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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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eer Up!

  • from Clean STEEM activity supporter

꺄~~~~ 초코렛님. ~~~~!!!
사랑꾼~~~~
아,, 저 요즘 이런 달달함 끊었는데 (사실 남편에게 이런 달달함이 안통해서. ㅋㅋㅋㅋㅋ)
두분 너무 귀여우시고 이쁘세요.
결혼하셔도 너무 너무 잘어울릴거 같아요. 으흐흐

안녕하세요. 플로라님. :)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오늘 하루도 행복 가득한 하루 되셔요! ^0^

와.... 첫문단 시작할때부터 지금까지 입벌리고 봤더니 지금 잇몸이 말랐어요.... 어쩜 이렇게 달달합니까? 네?....ㅎㅎㅎㅎㅎㅎㅎ

송이님의 칭찬에 몸둘바를 모르겠어요. 부족한 글이나마 읽어주셔서 항상 감사할 따름입니다. :)

아옹...글을 이렇게 달달하고 로맨틱하게 쓰시다니 ㅠㅠ
연애하고 싶네요 흑흑

지금이 연애하기 가장 좋은 시기지요. :) 기린아님은 좋으신 분이니 분명 좋은 인연이 있을거예요. :)

아~~이거 너무 달콤한 거 아닙니까? 너무하시네요. 누군 이런 연애 못해 본 사람 있나~ 아..나 못해 봤구나~^^ 젊은시절 이렇게 예쁘게 알콩달콩 사랑하는 모습 부럽습니다. 글도 너무 좋으세요.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이렇게 방문해주셔서 부족한 글 일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도 앞으로 자주 찾아뵙겠습니다. :)

아우~ 예뻐라. 달달~ 하네요. :)
잘 읽고 갑니다.

항상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불이님. :)

아으 달달합니다요... 캬오...내 죽어가는 최후의 연애세포가 살아나는 기분입니다 ㅋㅋ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

댓글 열심히 달았는데 ㅠㅠ 스팀잇이 제 댓글을 또 먹었어요 ㅠㅠ 엄청 배고픈가봐여ㅠㅠ 댓글도 먹고 ㅠㅠ 포스팅도 먹고 ㅎㅎㅎㅎ

설레임과 달콤함의 절묘한 조화 입니다~ 너무 달달해요~ ㅋㅋ
쵸코님 역시 너무 멋지신 듯 합니다~ :) 연애이야기 계속 올려 주세요~ ^^~

스팀잇이 해피님의 글을 좋아하나봐요. 계속 먹는 걸 보면. :)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한편의 연애소설을 보는 것 같았습니당 +_+
결혼해서도 이럴거냐는 질문이 참 많은것을 내포하고 있겠지요~~
저는 제가 항상 늦었었는데 오히려 준비한다고 늦었다며~ 그랬던것 같아요 ㅎㅎ 알콩달콩 이쁜사랑하시길 바래요 ^^

시리님. :) 칭찬 감사해요. 부족할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0^

초코님 잔소리 다 들으시고....나중에 ㅋㅋㅋ이리와....+.+...멋진 분이셨군요 ^^ ㅋㅋ하아...저절로 달달하다는 표현이 나올 수 밖에 없는데요? ㅋㅋㅋ

안녕하세요. 햇쌀님. 음, 달달하기 보다는 그냥 있었던 일이라서. ㅎㅎ 이렇게 보고 나니 뭔가 창피하네요.

오늘 하루도 행복하고 즐거운 하루 되셔요!^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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