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의 영어 이야기] #07. 영어 듣기 실전에 적용하기 - 2편

in #kr-english6 years ago (edited)

연필 영어 스팀.jpg




계속 이어지고 있는 "영어 듣기 실력 향상 프로젝트"! 지난 번에 이어 영어가 잘 안 들리는 이유를 마저 알아보자.





지난 시간에는 단어와 단어가 만났을 때 나타나는 두드러진 발음 현상 네 가지 중 두 가지에 대해 알아봤다. 첫째, 발음하기 편하게 줄어든다. 둘째, 앞 단어의 끝과 뒷 단어의 앞부분이 만나 전혀 다른 새로운 발음이 탄생한다.

이번엔 나머지 두 개의 특징에 대해 파헤쳐보자.


3. 어려운 발음들은 쉬운 발음으로 바뀐다. t와 d가 'ㄴ'이나 'ㄹ'로 바뀌게 된다.



발음하기 어려운 t나 d는 좀더 발음하기 쉬운 'ㄴ'이나 'ㄹ'로 바뀐다. 물론 아무때나 t가 'ㄴ'이나 'ㄹ'로 바뀌는 건 아니다. 이렇게 발음이 바뀌려면 t에 강세가 없어야 한다. 대개는 t 바로 앞 음절에 강한 강세가 온다.

예를 들어 guitar는 아무리 혀를 많이 굴려도 절대로 "기라"라고 발음하지 않는다. tar에 강세가 있기 때문에 반드시 "기타"라고 해줘야 한다. 반면에 잘들 알고 계시는 water는 ter에 강세가 없고 앞부분인 wa에 강세가 있기 때문에 "워러"가 된다.

t가 'ㄹ'로 발음되는 또다른 유명한 예는 마이클 잭슨의 노래 "Beat it"을 들 수 있다. '비트 이트' 혹은 '비팉'이라고 하는 대신에 "비 맅~, 비 맅~"하고 노래하기 때문이다.




나 기라~ 잘 치지? 아, 참! 기라~가 아니라 기타!

사실 "워러" 같은 건 워낙 유명한(?) 발음이라 t가 'ㄹ'로 바뀐다는 건 많이들 알고 계실 거다. 그런데 d도 ‘ㄹ’로 바뀌어 발음된다는 건 잘 모르는 분들이 많다. 우리 생각엔 "d를 발음하는 게 뭐가 어렵다고 그게 'ㄹ'로 바뀌어?" 하겠지만 d는 우리말 'ㄷ'과는 다른 발음이고, 제대로 발음하려면 조금 어렵긴 하다.

쉽게 단어를 예로 들어 보자. '편지'라는 뜻을 가진 letter는 [레터]라고 발음하기도 하지만 단어 앞에 강세가 있기 때문에 [레러]라고 발음하는 경우도 많다. 그런데 비슷하게, ‘사다리’라는 뜻의 ladder 역시 [래더]라고 발음하는 대신 [래러]라고 발음하기도 한다. d 발음이 'ㄹ'로 바뀌는 것이다.

언젠가 한국 코미디언 중에 깐족거리기로 유명한 양세형이 촐싹거리는 춤을 추며 자기 소개(?)를 하는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이게 유명한 유행어인지는 모르겠으나, “에브리바디 양세바리 제주도엔 다금바리~”하면서 랩을 하듯 쏟아낸 부분이 있었다. 여기에 나온 everybody도 마찬가지다. 원래는 [에브리바디]로 발음해야 하지만 d를 'ㄹ'로 바꿔서 [에브리바리]로 발음되기도 하기 때문에, ‘~바리’가 반복되는 저 후렴구가 귀에 착착 감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이 한 단어 안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라, 문장 안에서 두 개의 다른 단어가 연결됐을 때도 일어난다. 설명이 길었다. 예문들을 보고 가자.


I don’t know. [아이 돈트 노우] => [아/노우]
몰라.

You should have accepted that. [유 슈드 해브 엌셉티드 댓] => [유 슈러(ㅂ) 엌쎕틷 댓]
그걸 받아들였어야지.

Don't you get it? [돈트 유 겟 잇] => [돈츄 게릿]
모르겠니?


I don't know는 매우 쉬운 문장이라 [아이돈노]로 많이들 알고 계신데, [아론노]로 발음하는 경우도 많다. 두 번째 문장은 어제 @raah 님과 댓글로 얘기하다가 얻은 예문이다. (고맙습니다!) d가 'ㄹ'로 변하기 때문에 [슈드해브]가 [슈러]까지 바뀌게 된다.

마지막 세 번째 문장에서 don't you가 [돈츄]로 발음되는 건 지난 시간에 알려드렸던 2번 특징(앞 단어 끝인 t와 뒷 단어 앞인 y가 만나 'ㅊ'이라는 새로운 발음이 되는 것)이 적용된 것이다.


4. 강세가 없는 부분, 특히 전치사는 흘려서 발음하기 때문에 잘 안 들린다.



영어 단어에서 강세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이미 앞선 글들에서 언급을 한 바 있다. 강세가 있는 부분은 크게 읽고, 강세가 없는 부분은 흘리듯 작게 발음하게 된다. 그런데 똑같은 원칙이 문장에도 적용이 된다. 의미가 있고 중요한 부분은 크게 강조해서 읽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은 작게, 흘리듯 발음한다. 대개 전치사를 이렇게 흘리듯 발음하는 경우가 많다.

링컨의 명연설 중 나오는 of the people, by the people, for the people처럼 전치사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 그 부분을 강조해서 읽겠지만, 그렇지 않은 대부분의 경우에는 전치사의 발음이 잘 안 들린다. ‘커피 한 잔’이라는 의미의 a cup of coffee는 [어 컵 오브 커피]가 아니라 [어 커퍼 커피]로 발음한다. 물론 앞에 나온 '커퍼'의 '퍼'는 p 발음이고, 뒤에 나오는 '커피'의 '피'는 f 발음이라 다르긴 하지만, 여기에서는 Of를 [오브]라고 발음하지 않고 그냥 [어]로만 발음하고 넘어간다는 게 중요하다.




어 컵 오브 커피? No. 어 커퍼 커피!

내가 겪은 한 일화를 알려드리겠다. 미국인과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무슨 얘기 끝에 그녀가 앞으로 46주 동안은 몸을 조심해야 한다고 말을 했었다.

What? Forty-six weeks? 뭐라고? 46주 동안이나? 내가 놀라서 되묻자 그녀가 키득거리며 웃었다.

No, four to six weeks! 아니, 4에서 6주 동안!

Forty-six는 [포티 식스]가 아니라 대개 [포리 식스]라고 발음된다. 강세가 없는 t를 제대로 발음하지 않고 굴리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녀는 ‘4~6’을 나타내는 four to six를 [포 투 식스]라고 말한 게 아니라 전치사 to를 상당히 굴려서 [포루 식스]라고 말했다. 그러니 순간 내 귀에는 마치 [포리 식스] 즉, 46이라고 들렸던 거다. 전치사는 발음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것과 t 발음을 굴린다는 걸 알고 있었는데도 갑자기 훅 들어온 [포루 식스] 발음은 못 알아들었다. 이래서 듣기 공부는 게을리할 수가 없다.


I go to school. [아이 고 투 스쿨] => [아이 고 스쿨]
나 학교 다녀.

I go to bed at 9. [아이 고 투 베드 앳 나인] => [아이 고 베뎃 나인]
난 9시에 자.

Have a cup of a coffee. [해브 어 컵 오브 어 커피] => [해버 커 커피]
커피 한 잔 마셔.



자, 이쯤 되면 서서히 머리가 빙빙 돌기 시작할 것이다. 도대체 이 많은 법칙과 예외들을 어떻게 다 외운단 말인가? 사실 여기에 적어 놓은 법칙들은 아주 적은 부분이다. 실제로는 더 많은 연음 법칙과 발음 법칙들이 있다. 또한 사람에 따라, 지역에 따라 각각의 법칙이 적용되기도 하고, 안 되기도 한다. I want you to go를 [아 원츄루 고]라고 발음할 수도 있고 [아 원/ 유루고]라고 발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공부해야 할까?

시중에는 영어 발음과 듣기에 대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다. 각 상황에 따른 연음 법칙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놓은 이런 책들을 읽으면 도움이 될 것이다. 발음과 듣기에 대한 학원 강좌를 듣는 것도 좋다. 그렇지만 혼자서 공부할 방법을 찾고 있다면, 혹은 책을 공부하고 학원 강좌를 듣고 나서도 더 꾸준히 공부하고 싶다면 나는 ‘받아쓰기’를 권하고 싶다. ‘받아쓰기’야 말로 영어 듣기 실력을 확실히 향상 시켜주는 방법이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우리 머리가 아무리 좋아도 각각의 연음법칙과 발음 법칙들을 달달달 외워서 그때 그때 적용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실전에 적용하지 않은 채 머리로만 외우게 되면 잊어버리기도 쉽고, 헷갈리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건 원어민처럼 영어를 듣는 절대량이 많아서 자동으로 이런 법칙을 깨우치는 거겠지만, 그건 이번 생에서는 글렀고.(이미 한국에서 태어나 수십년을 살아왔으니 말이다) 하지만 받아쓰기를 하면 우리의 귀가 영어 듣기에 단련이 되고, 그렇게 익숙해지게 되면 굳이 연음 법칙을 외우지 않아도 듣는 법을 몸으로(귀로) 체득하게 되어 있다. 더군다나 받아쓰기를 하면서 아는 단어도 들리지 않는 충격과 경악을 경험하고 나면 그런 단어와 거기에 관련된 발음 법칙은 절대 쉽사리 잊히지 않는다. (마치 내가 four to six를 절대 잊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해서, 다음 편에서는 ‘받아쓰기’로 듣기 공부하는 방법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다.



[불이의 영어 이야기] 지난 글들 최근 5개 링크입니다.
@bree1042를 팔로우하시면 더 많은 영어 이야기를 읽으실 수 있습니다. ^^

[불이의 영어 이야기] #02. 영어를 잘 하는 비결

[불이의 영어 이야기] #03. 문법, 나만 어려운 거니?

[불이의 영어 이야기] #04. 영어는 왜 이리 안 들릴까? - 1편

[불이의 영어 이야기] #05. 영어는 왜 이리 안 들릴까? - 2편

[불이의 영어 이야기] #06. 영어 듣기 실전에 적용하기 -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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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님이 발음 녹음해주시면 따라할게요....

아.. 원래 스승은 바담풍해도 제자는 바람풍해야 한다는... -_-;;

불이님, 오늘 글도 유익하게 잘 읽었어요. 전치사는 정말 넘사벽 ㅠ.ㅠ 그런데 영어로 말할 때 여기에 맞는 전치사가 in이냐 on이냐 헷갈릴 때가 많잖아요. 그럴 때면 '어차피 다들 전치사 발음 거의 안 들리게 하잖아' 하고 대충 흐리거나 아예 전치사를 안 쓰거나 한답니다;;; 역으로 원어민들은 어떤지 궁금해요. 상대가 하는 말에 전치사가 잘 안 들려도 맥락으로 찰떡 같이 알아듣는지, 위의 글에서처럼 자연스럽게 연음으로 발음하지 않으면 '쟤 영어 되게 못하군' 하고 생각하는지...언제 '한국인이 하는 영어, 이렇게 들린다' 편을 써주시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

전치사가 안 들려도 맥락으로 찰떡같이 알아듣는답니다.
사실 그건 우리도 마찬가지죠.
전에 인디구님 포스팅에서 봤지만, "오래망갑이네요."라는 글을 읽고, (뭔가 이상하긴 하지만) 그런갑다 하고 넘어갔었는데, 나중에 보니 "오래간만"인데 저렇게 잘못 말한 거였더군요. ㅎㅎㅎ

근데 특히 숙어들, phrasal verbs는 워낙 하나의 표현으로 굳어진 거라 원어민의 경우 거기에 들어가는 전치사를 잘못 넣는 일은 없어요. 별거 아닌 거 같아도 전치사 하나로 뜻이 달라지기도 하니까요. (물론 in과 on 정도로 비슷한 전치사라면 크게 티나진 않을 듯합니다만..)

발음이 안 좋으면 당연히 원어민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죠. 하지만 발음과 영어 실력은 별개입니다.
막상 외국에 나와 보시면 아시겠지만 온세계 사람들을 다 만날 수 있잖아요. 자기 나라의 액센트가 섞인 영어를 말하는 사람들 천지인걸요. 영어를 모국어로 쓰는 인도나 필리핀도 액센트가 미국/영국 영어와는 다르잖아요. 만일 누군가가 영어 발음이 안 좋아서 "쟤 영어 되게 못하는군"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그 사람이 편협한 거죠. ^^;

말씀하신 것처럼 한국인이 하는 영어가 어떻게 들리는지 그 부분에 대한 글도 쓰도록 하겠습니다.
댓글 남겨주시고, 제안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

어머... 항상 브리님 브리님 하고 불러드렸는데
불이님이셨군요.. 이런 식스센스 반전이있나..
생각해보면 그전에도 불이라고 계속 대문달고 하셨던것 같은데 익숙함에 그냥 새겨보지 않았나봐요 죄송해요 >___<ㅎㅎ 그나저나 저는 지금도 발음때문에 애먹습니다.. 이게 진짜 열심히 노력안하면 성인이 되어 배운 영어는 발음이 젤 고치기 힘든것 같더라구요 ㅠㅎㅎ

죄송하실 거 없어요. 전 '브리'도 되고, '불이'도 됩니다. ㅎㅎㅎㅎ
우리말로는 '불이'라고 쓰고, 영어 이름이 Bree라서 영어식으로 표기할 때는 '브리'라고 하기도 해요.
엎어치나 매치나, 발음은 비슷한걸요. ㅎㅎㅎ

혀가 굳어진 후에는 발음 고치기가 참 힘들죠. 불가능한 건 아니지만 어렵죠.
그리고 어떤 때는 그런 노력을 들여 굳이 고쳐야 하나 싶기도 하고.. ^^;;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발음이 좋으면 더 좋은 건 사실이긴 해요. :)

ㅎㅎ 맞아용.. 발음 안좋으니 한번말할꺼 두번말해야 할때가 있어 그럴땐 좀 발음좀 신경써야겠다 하는데 자꾸 생각뿐이네요 흑흑 ㅜㅜㅜ

I를 '아'로 발음하기 시작하니 왠지 발음하기가 많이 쉬워지는 거 같아요.
아마도 영어 듣기를 하다가 포기한 이유의 대부분이 연음 때문이었던 것이 분명해지네요.
너무 어려워요.
그래도 받아쓰기로 조금은 극복할 수 있다니, 다음 포스팅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극복할 수 있긴 한데.. 받아쓰기 자체가 참 지루하고 지난한 과정입니다. -_-;;
듣기 실력을 향상시키는데 아주 좋은 방법이지만, 알고 있다고 해서 아무나 다 하지는 못하는.. ㅠ.ㅠ

정말 받아쓰기가 좋은 방법이 될 수 있겠네요..
사실 연음이나 이렇게 발음이 변하는 건 처음 들어서는 거의 알 수가 없고 영어자막이라도 봐야 알 수가 있는데 받아쓰기를 하면서 자주 발음도 해보고 더 듣게 되면 익숙해질 거 같아요..감사합니다 불이님~~^^

네. 저도 이런 저런 방법 많이 써봤는데, 확실히 받아쓰기를 했을 때 듣기가 많이 늘었던 거 같아요.
받아쓰기를 어느 정도 해보면 연음 법칙을 정확히는 몰라도 체득할 수 있다고 할까 그래요.
물론 그 정도가 되기까지 받아쓰기에 들어가는 노력이 꽤 크긴 하지만요.. -_-;;

커퍼 커퓌~영어공부 뿜뿜하게 하는 브리님. 미드라도 보고싶게 만들어요!ㅋㅋ

그쵸그쵸? 때려치우고 싶은 영어 공부를 하고 싶게 만들다니, 나 좀 어깨 으쓱해도 되죠? ㅋㅋㅋ

브리님 오랜만에 왔어용 요즘엔 영어 표현 대신 또 엄청난 포스팅을 해주고 계셨네요!! 영어 잘하는 비결이라니 +_+ 감사합니다!

영어 표현도 꾸준히 하고 있고, 더불어 영어 공부에 관한 포스팅을 올리고 있어요.
내용을 정리할 필요가 있어서 일주일에 한 개 정도 올리고 있습니다. :)

받,,,받아쓰기까지...

ㅎㅎㅎ 겁먹으실 필요까지야.. ^^;;
받아쓰기가 좀 어렵긴 해요. 그치만 영어 듣기 실력을 높이는데는 받아쓰기만한 게 없더라고요. ^^;

5번정도 반복했네요 ㅎㅎㅎ 듣고 써보는거 예전에 많이 했었는데 기억이 안나요 ㅜㅜ
돈츄 게릿 은 잘할거 같습니다!!! 브리님^^

역시 우수 학생다우십니다. 5번 반복하시다니. :)

브리님 영어 포스팅의 예시는 항상 찰져요!ㅋ 참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주신다는ㅎㅎ!! 그나저나 받아쓰기 필사 포스팅을 하면 규칙적으로 하게 되려나요ㅋ 뭐든지 그렇지만 영어는 꾸준함이 제일 중요한 노하우인듯해요.

네. 꾸준함을 따라올 순 없죠.
받아쓰기를 하면 실력 향상엔 도움이 되는데, 좀 어려워 하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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