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hool] 우리 애는 착한데...

in #kr-edu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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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우리 아는 참 착합니다. 근데 저노마가 우리 아한테 시비를 걸어서 얼굴을 이 모양 이 꼴로 만들어놨다 아입니까.

6학년 담임을 하던 몇 년 전의 일이다.
우리반 남학생 둘이서 치고박고 싸웠는데 한 명은 턱에 시퍼런 멍이 들고, 한 명은 입술이 찢어져 피가 났다. 입술이 찢어진 아이의 할아버지께서 다음 날 항의를 하러 학교에 찾아오신 것이다.

손자의 입술이 찢어진 것 이상으로 아마 할아버지의 마음이 찢어졌을 것이다. 나는 최대한 할아버지의 입장을 이해하며 잘 지도하겠노라 말씀드렸다.

그런데 다른 아이의 어머님이 또 학교를 찾아오셨다.

선생님. 우리 애가 비록 장난은 좀 심해도 마음이 약해서 남을 먼저 때리지 않거든요? 그 애가 먼저 때려서 싸움이 커진건데 우리 애더러 가해자라고 하는 것은 심한 말씀인 것 같습니다. 사과해주십시오.

나중에 알고보니 생활지도 담당 선생님께서 두 아이를 불러 따로 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한 아이에게만 가해자라는 말을 썼던 것이었다. 중간에서 참 난감했다.

어찌저찌 저 사건은 잘 마무리가 되었는데...정작 담임이었던 내 마음은 잘 마무리가 안됐다.

서로가 자신의 자식은 착하고 마음이 약한 아이라고 하시는데 속으로는 그 말에 천 번도 더 답했다.

아닙니다. 그렇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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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느끼는데 대부분의 부모님들은 자신의 자식을 철썩 같이 믿고 있다. 그 믿음은 훌륭한 것이며 나도 학부모님들에게 자식을 믿어달라고 말한다. 그런데...내 자식을 믿는 만큼(은 안되겠지만 ) 남의 자식도 믿어야 한다. 그래야 내 자식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내 아이는 착한데, 친구를 잘못만나서 잘못됐다.
내 아이는 착한데, 저 애가 먼저 시비를 걸었다.

등은 결국 내 아이의 부족함을 드러내는 말일 뿐이다.


이번 학부모 상담 중 비슷한 내용인데 학부모님의 태도가 상반되어 인상이 깊은 일이 있었다.

  • 선생님, 작년에 우리 애가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사건에 휘말려서 학폭이 열릴뻔한 일이 있어요. 우리 애가 의도했든 의도하지 않았든 그 때 상처를 입은 아이도 있고, 우리 애도 놀라고 해서요, 교우 관계가 많이 염려됩니다. 선생님께서 잘 지켜봐주세요.

  • 선생님, 작년에 다른 애가 사건을 일으킨 것에 휘말려서 우리 애가 가해자가 될 뻔한 일이 있습니다. 우리 애가 그런게 아닌데 남의 잘못으로 휘말리게 되니깐 애도 저도 참 마음이 아프더라구요. 아무쪼록 이런 일이 없도록 선생님께서 잘 지켜봐주세요.

두 분 말씀대로
똑같이 잘 지켜보겠습니다만...마음은 똑같지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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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아직 아이가 유치원 다니지만 엄마 입장이 항상 조심스럽네요~오늘은 선생님께서 아이가 친구랑 실랑이하다 울고 화해했다고 하시는데...선생님앞에서는 웃으면서 그럴수도 있다고 좋게 이야기 하고 왔지만 얼마 전 때렸던 친구인가 싶고 마음은 복잡했어요.
보통은 아이들은 다 그럴수도 있다며 이해하고 이뻐하지만 내 아이가 당하고?온 상황이 되면

남의 자식도 믿어야 한다

그게 또 잘 안되더라구요. 어렵네요^^;;

사실 저도 부모로서 다른 아이와 마찰이 있으면 내 아이를 더 믿게 되더라구요. 하지만 내 아이에 대한 믿음 때문에 다른 아이를 배척하게 되면 아이의 사회 생활에도 안 좋은 영향을 미칠 듯 해서 조심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내 아이가 당하고 오면 더욱 애써서 노력해야할 듯 해요 ㅠ

저희 아버지도 그런이야기했더적이 있었던거 같아요 ㅜ

저희 아버지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었어요 ㅎ 학교 생활을 해보니 더 잘 느껴지네요

자식을 믿고 싶은 부모의 마음은 한결같죠.
저도 같은 학부모라 어느 상황이든 이해가 됩니다.
다만 나중에 진실을 알았을때 입을실 부모들의 상처가 더 걱정됩니다.
저는 무조건 우리 아이를 의심할겁니다.ㅋ
다행히 아직은 큰 일에 엮인적이 없군요.^^;;

ㅎㅎㅎ 무조건 우리 아이를 의심하신다니 아드님이 서운해하겠는데요? ㅎㅎㅎ
많은 학부모님들이 나중에 진실을 알았을 때 진실을 부정하거나 아이를 포기하곤 해요 ㅠㅠ

착하지 않은 아이가 있을까 싶네요
저도 아이를 키우지만 남의 아이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가져야 할거 같네요 좋은글 감사합니다 ^^

네 내 아이 귀한 만큼 남의 아이도 귀하다는 것 정말 중요하죠 ^^

오랫만에 뵙네요 ~~
근데 또 좋은글을 읽고말았어요 !!
요즘 선생님들과의 상담기간 전이라 상담내용 이나 부탁할 만한 것을 적어보내라고 했는데 다행히 우리 아이가 혹여 제가 모르게 다른아이를 괴롭히거나 하진 않는지 적어두었는데 이글을 읽고나니 잘 적었나 싶네요 ~
사실 저도 제 아이가 가장 소중하고 가장 착하다고 믿고 있지요~
하지만 그 애정에 눈이 멀어버리고 싶진 않아서 체크하고 있답니다.
모든아이가 착하기도 하지만 아니기도 하더라구요
저번에도 비슷한 글에 왕창글을 썼던것 같은데 ㅋㅋ
늘 되돌아보게 만드는 글을 써주셔서 늘 감사합니다

아이를 살펴보고 이해하는 것이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인 것 같아요. ^^ 말씀대로 모든 아이는 착하기도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아니기도 합니다. 내 아이도 당연히 그렇구요

아직 아이는 없지만 미래를 위해 새겨 읽었습니다
좋은 엄마가 되는 일은 참 어려운 것 같아요!
교육 일선에 계시니 더 잘 자주 느끼시겠어요~

네 ^^ 아이들의 특성을 잘 느끼고 있답니다.
엄마 뿐만 아니라 좋은 부모, 좋은 아이, 좋은 선생님 등 좋은 사람이 되기는 참 어려운 것 같아요 ^^

살인자의 부모도 그럴 거 같네요. 애는 착한데..
답은 자기 자식에게 있고, 또 자기 자식의 행동엔 그 가정이 있고, 그 가정의 구성원에 본인이 있다는걸 모르는걸까요.
아이가 없는 저도 알것 같은데. ㅋㅋ

아마 그분들도 알고 있을거에요. 자식에 대한 믿음이 낳은 현실부정? 책임회피? 그런 거 같아요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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