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쓰는 일기 0209

in #kr-diary5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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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일하는 곳은 핀테크 회사다. 금융을 뜻하는 파이낸셜(financial)과 기술(technique)의 합성어로 만들어진 핀테크(FinTech).
몇 년 전에 정말 가고 싶은 핀테크 회사가 있었다. 그 회사에서 만드는 프러덕 보다도 그곳의 사람들과 회사 문화가 맘에 무척 들었고 정말 즐기며 일을 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결국, 다니다 보면 프러덕은 다 비슷하고 가능성만 보인다면 그 가능성을 키우는 것은 자신 있었고, 회사 생활은 결국 사람과의 관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단계에서 거절을 감당해야 했다. 어떤 이유인가를 묻는 나에게 대답은 간단했다. 자신들도 이 분야가 처음인데 파이낸셜 배경이 없는 나보다는 파이낸셜 배경이 있는 사람을 뽑고 싶다는 이유였다. 그 당시 나의 포폴에서 빈 공간은 B2B 그리고 파이낸셜 분야였다.

그러다가 지금의 회사를 만났다. 인터뷰를 보던 그 자리에서 오퍼를 받고 다니기 시작한 이곳은, 모든 직원이 직책이 없는 문화를 가졌다. 뭐 서열을 좋아하지 않는 나에게는 딱 좋은 시스템이었으나 그런 이유로 받는 금액은 하는 일에 비하면 엄청 작다. 그런데도 매일 아침 출근길이 너무 행복했고, 퇴근길이 늘 벅찼다.

항상 모든 관계와 사건에 "돈"이 얽히면 정말 복잡해지는 거 같다. 하물며 삶도 그러한데 회사 프러덕이라고 예외는 아닌가 보다. 그 돈이 움직이는 것을 만들다 보니 프러덕 자체가 어찌나 복잡하고 다양한지 하루하루가 배움으로 넘쳤다.
물론 끊이지 않고 생기는 사건들에 너무 많은 시달림을 받기도 했다. 회사가 너무 젊어서 그런 것인지 팀마다 드라마가 끊이지 않고 생겨나고 사라지면서 많은 사람이 상처를 받고 떠나기도 하고, 남은 사람들은 상처를 안고 스스로 누르고 또 그렇게 덮으며 하루하루를 보낸다. 어떤 변화가 앞으로 계속 생길지 모르겠으나 다니는 동안만이라도 조금만 더 행복할 수 있게 심리적 정신적으로 조금만 더 평안해지기를 바라고 있다.
작년 연말 그리고 올해 초에 겪은 일들로 요즘은 PTSD 현상을 마주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요즘은 어린아이처럼 잠을 잔다. 자다 깨고 자다 깨고 그러다 꼴딱 새는 날도 이어지고....
매일 있는 미팅 속에서 언제 또 사건이 터질지 몰라 초긴장으로 준비하면서 극도로 예민해져 있는 상태이다.
전혀 몰랐던 분야를 배우면서 채워졌던 행복감이 불안함으로 바뀌어 가고 있고 주변에서 들려오는 수많은 드라마마저 점점 나를 지치게 한다. 그래도 아직은 포기할 때가 아니라고... 스스로 흘려보내고 집중을 하지만 PTSD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하나의 프로젝트가 마무리 단계에 오면서 새로 시작될 프로젝트에 더 긴장하면서 언제 어떻게 다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바라보는 느낌이 불안하기 짝이 없다.

나에게 외로움은 이럴 때 찾아오는 거 같다. 사건을 겪은 사람도 나이고 후유증을 겪는 사람도 나이고 주변인은 그저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어떤 후유증을 앓고 있는지 알 길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짐작에 건네는 말들이 얼마나 더 나를 더 혼자 있게 하고 싶어 하는지 알 길이 없을 거 같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면 분명히 나도 누군가에게 많은 상처를 줬을 텐데... 정말 미안하다는 말이 부족하다는 걸 인제야 느낀다.

경력을 그다지 따지지 않고 살아온 나이기에 큰 것을 이루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럴 거였으면 서열을 따지며 직장을 들어갔을지도 모른다. 사회성 없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적게 벌고 작게 쓰며 큰 욕심 없이 소소하게 평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은 하는 일이 프러덕의 정 중앙에 있다 보니 늘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인다. 그렇게 또 배우는 것이 있으니 그래 되었다고 위로하지만 받은 상처들을 치유할 시간은 아직 충분히 갖지 못한 모양이다.

조금만 더 힘을 낼 수 있기를... 조금 더 놓고, 조금 더 용서하고, 조금 더 사랑하고, 조금 더 미안해하고, 조금만 더 행복할 수 있기를... 조금만 더 평안하기를.. 간절히 두 손 모으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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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적게 벌고 적게 쓰는 삶을 살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더라고요. 제 소비야 제가 조절하면 되는데 가족과 함께 살다보니 피치못할 소비가 생기더라고요. 그럴 때마다 바닥을 치는 통장을 보면 돈 열심히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ㅠ

그간 스트레스를 많이 받으셨나봐요. ptsd라니. ㅠ 스트레스 해소에 독서가 도움된다고 해요. 제가 재밌는 책 보내드릴까요??

저도 그런적 많아요. ㅠㅠ 까미노 떠날때만 해도 다시는 이 분야로 돌아 오고 싶지 않았으나 통장이 바닥나서 어쩔 수 없이 와야 했지만 ㅠㅠ 슬픈 현실이죠. 평화롭게 벌 수 있으면 좋겠어요. 흑 ㅜㅜ

^^ 지난번에 82년생 김지영도 너무 잘 읽었는데요. 매번 받기만 하면 어째요. ㅎㅎㅎ 저는 참 하는 일의 분야는 안 그런데 사람 자체가 너무 아날로그 인거 같네요. ㅋㅋㅋ 그떄도 책 보내 주시느라 초코님이 엄청 가르쳐 주시고 ㅋㅋㅋ 저 엄청 헤메고 ㅋㅋ

뭐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이 어디있나요.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다 그런 거지요. :)
제가 책 골라서 연락 드릴게요!! :D

꺅!!!!! 감사합니다.ㅎㅎㅎㅎㅎ 그나저나 저 김지영 이후로 로그인 안해서 비번 또 까먹었는데요 ㅋㅋㅋ 아 ㅠㅠ 책 안 읽는거 너무 표내는 군요 ㅠㅠ

금방 기억하실 거예요. ㅎㅎ 저번에도 금방 찾았으니까요. :)

적게 벌고 작게 쓰며 큰 욕심 없이 소소하게 평화롭게 살고 싶은 마음

사람이 욕망하는 게 있을 때, 삶이 피곤해지더라구요. 저 역시 상승 욕구보단 평화 가운데서 제가 하고 싶은 일들 소소하게 하면서 지내자는 주의입니다.
요즘 받으시는 스트레스들, 봄기운과 함께 날아가버리길 바랍니다!^^

저도요.~~ 평화 주의자^^ 그냥 소소하게 평화롭게 행복하게가 좋아요~ ㅎㅎ
으히히 감사합니다~ 솔메님~ 봄기운이 스트레스를 데리고 가겠죠? 헤헤 ^^
행복한 저녁 되세여~

사람들이 모두 자기 마음같으면 좋을텐데요 그렇지 않기 때문에 관계에서 오는 피로가 큰 것 같습니다

힘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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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trueimagine님도 행복한 한 주 시작하시기를 바랍니다~

해피싸이클님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일을 하시느라 바쁘셨군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을...탈모도 많았던 으로 봤습니다.
스트레스는 탈모의 주범입니다!

스트레스 적게 받으시길 바랍니다 ^^;;;;

ㅎㅎㅎㅎㅎㅎㅎㅎ 탈모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맘 아파여. 아... 그래서 요즘 머리 빠지는 건지도 ㅠㅠ @@ ㅠㅠ
흑흑 ㅠㅠ
기린아님도 행복한 한 주 되세요~

Eat more,
Pray more,
Love as if to die.

감사합니다. 퐁당님~ ^^ 👍👍 :)

내게 맞는 직업을 찾는 것도 힘들지만 내게 맞는 직장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죠.
해피님 화이팅입니다!!

브리님 건강하시죠? 브리님 화이팅에 힘을 입어 이번 한 주도 힘을 내겠습니다. :)
감사합니다.

해피님~ 오랜만에 뵙네요~^^
직장생활의 복잡 다난한 시간을 겪고 계셨군요~.
개인의 일이라면 한발짝 떨어져 시간이란 자연힐링을 사용할 수 있지만
직장생활은 매일의 연속이라 피할 곳이 없을 것 같네요.
매일 가까이 온시간과 온감각이 집중하는 것을
그냥 멀리 멀~~~리 보고 느낄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말이죠.
어차피 영원한 것은 없기에 지금의 환경 또한 지나가는 시간이기에...^^

꺄아악!!!!!! 주노님!!!!!!! 안녕하셨어요? 꾸벅~~ (^.^) (_ _) (^.^)
건강하시죠?
지금의 환경 또한 지나가는 시간이라는 말씀이 가슴에 남네요. ㅠㅠ
^^ 감사합니다.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자주는 아니지만 해피님이 더 뜸하셨어요~^^
매일 의무처럼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예요.
특히 직장이라는 매일 보고 부닺혀야 하는 공간에서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면
누구든 해피님과 같은 고민을 해 볼 것 같아요.
피할 수 없는 상황일땐 억지로라도 가치판단의 기준을 고려해 볼 것 같아요.
이런 사람들이 지나갈 사람들일지 아님 내가 오랫도록 간직할 사람일지...
지나갈 사람들이라면 내 맘도 한발짝 떨어져 영향을 받지 않도록 정신무장을 해 볼 것 같아요.^^
그래서 지금의 환경도 지나가는 시간이라 했답니다.^^
해피님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자주 뵈어요~^^

^^ 조언 감사합니다. 한발 떨어져서 정신무장 단단히 할 수 있도록 해 볼꼐요. ^^
이 시간이 지나가면 더 좋은 시간들이 오겠지요~ ㅎㅎ 감사합니다~

나에게 외로움은 이럴 때 찾아오는 거 같다. 사건을 겪은 사람도 나이고 후유증을 겪는 사람도 나이고 주변인은 그저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겪어 보지 않은 사람은 어떤 후유증을 앓고 있는지 알 길이 없을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짐작에 건네는 말들이 얼마나 더 나를 더 혼자 있게 하고 싶어 하는지 알 길이 없을 거 같다. 그러면서 생각해 보면 분명히 나도 누군가에게 많은 상처를 줬을 텐데... 정말 미안하다는 말이 부족하다는 걸 인제야 느낀다.

사람 사이의 관계에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절실히 느끼는 요즘입니다. 어쩔때는 열 마디의 응원보다 마음을 파고드는 한 마디가 더 꽃히는 것이 아플 때가 있는 요즘이에요.

다 모두를 위해서 저를 위해서 하는 말인데 아프게 들리는 게 제가 그릇이 작아서 그런 것인지 생각할 때가 있어요.

예전에 봤던 무도의 한 장면을 떠올리면서 힘을 냅니다!

작은 것에서도 큰 것을 배울 수 있고, 큰 것에서도 작지만 큰 배움이 있는 것 같아요.

오늘 동그라미님 글에서 많은 위로를 받고 갑니다!

빛님 올려주신 동영상 덕분에 웃었어요. ^^
위로는 제가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여긴 날이 갑자기 추워졌어요. 빛님 따뜻하게 입으시고 감기 조심하세요. ^^ 헤헤 그동안 이터널 님이라고 불러드렸는데 빛 님 이라고 부르고 싶어졌습니다. ^^ 맘에 드시기를 바랍니다~^^

언제나 많은 사람들에게 빛이 되어 주고 계실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주말 떡국은 맛있게 드셧나요?ㅎㅎ 떡국에 와인도 참 잘 어울리는데.ㅋㅋㅋ 사실 술이 어디에 안 어울리겠습니까.하하하
저도 겪어보지 않은 일이라.. 어줍잖게 위로를 드리기가 힘드네요.ㅎ
사장욕이라도 같이 해드리고 싶지만..ㅋㅋㅋ
조금 피곤하시더라도 맛있는 거 많이 드시고 배부르고 등따실 때 잠이라도 좀 푹 주무시길 바래요. 힘들고 지칠 때를 생각해보면 걍 본능에 충실해지는 거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지더라구요 ^^ 그리고 힘들게 하는 고민들은 그렇게 기분이 나아진 후에 하셔도 될 듯.ㅎ
잠을 잘 못주무신다는게 제일 걱정되네요..흐음..배게라도 한번 바꿔보심이.ㅠㅠ
마이해피서클님의 '조금만 더'가 조금만 더 쉬워질 수 있도록 저도 기도하고 응원하겠습니다 ^^ 힘내세요~~

ㅎㅎㅎㅎ 스트레스 받을때 일수록 본능에 충실해지는 것 만으로도 기분이 나아지신다는 말씀에 공감요~ ^^
그래서 주말에 꼬기 먹고, 떡국 먹고 굴러 다녔슴다~ ㅎㅎㅎㅎ 얼굴이 달덩이 처럼 부었지 모에요.
완전 둥근 보름달 ㅎㅎㅎ이 되어 출근하였습니다. ㅋㅋ
사장이 화가 많아요. ㅠㅠ 화를 아주아주 심하게 내는데….
남이 화를 그렇게 직접 내는 것을 처음 당해본지라 뇌리에 강하게 남아서 심리적으로 충격이 너무 컷던 모양입니다. 가족도 그렇게 심한 경우는 없었거든요. 볼때 마다 심장이 불안에 떨어서 ㅋㅋㅋ 어떻게 방어도 못하고 그냥 당하게 될테니… 제가 보호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니 더 불안한 모양입니다. 그저 직업일 뿐이고, 절이 싫으면 중이 나가면 된다 라고 생각하지만 다시 직장을 구해야 하는 스트레스도 엄청나게 되니까요.

한동안은 꿈에도 막 나와서 스트레스 만땅이었는데 조금 뜸하다가 다시 또 그러네요. 점점 무시하고 흘려 보내는 법을 배워야 겠지요.

으히히히히 미술관님이 기도해 주시고 응원해 주신다니~ 너무 좋습니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행복한 한 주 되시고요~

저는 해피서클님의 한달전 글조차 놓쳤었었군요. 반성합니다. :'0
한달이 지난 지금. 많은 것들이 더 편안해지셨기를 바래요. 날마다 꿀잠 주무시길 바랍니다.

꺅!!!!!! 마법님 이게 얼마만이에요 ㅠㅠ 잘 지내시죠? 제가 요즘 너무 뜸해서 ㅜㅜ 요즘은 썸머타임으로 잠을 못자고 있지만 ㅋㅋ 곧 나아지겠죠. 헤헤 얼른 마법님 보러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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