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함을 표현하는 것

in #kr-diar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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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에 불씨처럼 조그맣게 일어난 마음이 조금씩 커지고 커져 제 마음을 가득 채우고 있어요.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부터 저의 모든 의식을 송두리째 조종하고 있는 한 사람에 대해서 요새 밤낮이고 멈추지 않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날카로우면서도 넓은 포용력을 보여주시고, 차가우면서도 따듯한 마음을 가진, 웃는 모습이 모든 것을 녹일 수 있는 힘을 가진 분을 만났습니다. 이분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계획을 알게 되었을 때 그 설렘과 떨림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어요. 실로 제가 평생을 공부한다 해도 생각조차 하지 못할 영화같은 이 데를 가진, 사랑과 동시에 존경을 품게 하는 분이라고 할 수 있죠.

    그 분을 처음 만나게 된 계기로는, 계획하시던 공연의 뮤지션을 찾는 과정에서 저와 아코디어니스트 제찬님께 연락이 닿아 카페에서 마주하게 되었어요. 무더웠던 날, 테라스에 앉아 얘기를 나누던 그 날이 아직도 선명하게 기억나네요. 처음 만난 자리이지만 친근하게 커리어에 대한 조언을 아낌없이 주신 것도, 며칠 전 요리를 하는 도중 화상을 입었다며 팔에 상처가 나 있었던 것도 전부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 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고 돌봐주시는 모습에 변하는 제 모습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인제 보니 처음부터 저의 인생 조언자로 등극하셨었네요.

    제 삶에서, 라고 여태 걸어온 그 좁은 기로를 생각해보면, 그동안 가져왔던 수많은 물음에 진정으로 대답을 해주려는 사람을 단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어요. 사람은 늘 항상 끊임없는 물음과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니까요. 여태, 진정한 스승님을 만났다고 얘기할 수 없었거든요.

    깊은 인내심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여러번 설명해주고 가르쳐주며, 돌봐주시는 그 깊은 마음을 주위의 모두가 감사하고 있을 겁니다. 잘못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칼같이 쓴소리하시는 것까지…. 쓴소리도 애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란 걸 모두 알고 있거든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꿈의 계획들을 실현해 주셨을지 모릅니다. 고마우면 나중에 먼 후배들에게 그만큼 베풀면 된다고 손사래를 치시며 쿨하게 퇴장하시는 모습까지.

    하지만 안타깝게도 짝사랑인듯합니다. 저에게 아끼지 않는 조언을 건네주시면서도, 그분이 살아온 세월의 무게와 깊이까지 제가 모두 품기엔 역부족임을 동시에 느끼니까요. 선물 같은 존재인 은사님을 만나려 멀리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나 봅니다. 열심히 곡을 쓰고 노래하는 저의 사랑 방식으로나마 제 부족한 마음을 지탱해야겠지요.

    흔히 쓰이는 메타포 중, '데이팅' 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누군가와 데이트하려면 그 사람에 대해서 백퍼센트 알아야 데이트 하는것이 아닌것처럼, 그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생기면 그 사람이 자꾸 보고싶기도 하고, 서서히 만나면서 데이트를 시작하는 것이에요. 연서 없는 데이트도 생각할 수 없는 것처럼요.

    끊임없이 모름의 영역을 놔두면서, 그것에 대한 열정을 끊임없이 불살라야 합니다. 앞으로 이 관계에서도 데이팅 하듯이 부족한 부분은 공부해 가면서 저도 받은 사랑을 300% 돌려드릴 생각입니다. 아직 모르는 부분이 많거든요. 요새 그 분의 건강이 조금 걱정이 되기는 합니다만...

    제 마음은 편파적이지만 갈대기도 합니다. 유난을 떨어보고자 마음을 몇 자 적었는데, 그분께선 레일라 이게 무슨 말이냐고 웃으며 넘어가시겠지요. 누가 뭐래도 은사님을 향한 제 부족한 사랑은 멈추지 않을 테니 앞으로는 당당하게 사랑을 표하렵니다.

    이번 한국 일정으로 자주 비추던 얼굴이 몇 주간 뜸해질텐데, 그때야 저를 조금은 그리워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저의 빈자리를 느껴보시라고 편지도 남기지 않고 훅 떠날 생각입니다. 가차없이. 소심하게.

    가사를 만들면서 이보다 더한 낯부끄러운 마음을 써왔지만, 누군가를 향해 이렇게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건 처음입니다. 뭐든 처음은 있는 법이니 앞으로는 더욱더 큰 사랑을 품고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겠죠? 사랑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니까요. 모두 가까운 사람들에게 사랑한다고 전해보세요. 그 마음이 더 커지리라 생각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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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ylador님의 진심이 가을 단풍처럼 그분께 물들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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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단풍을 즐길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요. ㅎ

그분을 향한 절절한 마음이 제게도 전달되는 따뜻하고 솔직한 글이네요.^_^ 이마 은사님도 그 자리에서는 웃으면 넘어가시겠지만 laylador님 세포에게 문을 열어주실 것만 같습니다. 이렇게 진한 사랑고백에 무너지지 않을 사람은 없죠.

저의 빈자리를 느껴보시라고 편지도 남기지 않고 훅 떠날 생각입니다. 가차없이. 소심하게.

귀여운 laylador님 작전이 통해 은사님도 잠시 그리움을 느끼셨으면 좋겠네요.

제가 인용하려고 했던 부분을 ㅎ

소심한 사람들의 소심한 복수, 누군가 한번쯤은 해보았음직한,
, 대부분은 그 복수의 결과를 알 수 없는, 돌아보면 피식하고 웃음이 날지도 모르는, 하지만 당장은 내 마음속에 가득찬, 애틋함이 느껴집니다.

글의 흡입력은 기교나 논리가 아닌 진심에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순간입니다.

부끄러운 글에 진심을 알아주시다니 황송합니다. ㅎ 이런 소심한 투정을 부리고 싶은 때가 있다니 저도 신기하네요.

ㅎㅎㅎㅎ 모두 이 구절을 눈여겨보셨네요. 가차없는(!) 레일라님의 작전이 분명 성공할 것이라 저도 예상해봅니다..

공감요정 고물님, 더럼프님 만큼만 알아주시면 더할 나위 없을것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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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이 따듯하네요. 누군가를 존경하고 진심으로 대하는 모습이 느껴져서 좋네요 😁

감사합니다. 같이 읽는 일기는 이불킥도 동반하지만 이런점이 좋네요. ㅎ

ㅎㅎ 멋지네 Good night sis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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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 수 없이 많은 이야기를 해주시고 돌봐주시는 모습에 변하는 제 모습을 느끼기 시작했어요.

삶에서 진정한 스승, 진실한 조언자를 만난다는 건 정말 행운입니다! 진실한 조언자는 실제적으로 나를 변화시키지요. 누군가를 변화시킬 수 있는 건 정말 진심이 아니면 일어나지 않는 일이죠. 그런 행운을 잡으셨다니 부럽네요!^^ 나이가 들수록 나의 삶을 의논하고 조언을 구할 사람이 점점 없어져 아쉽습니다.

이제 한국 오시는 건가요~~ 쌀쌀한 늦가을, 초겨울의 공기속으로! 웰컴입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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