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2020.12.05 Sat

in #kr-diary4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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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의 산타

크리스마스는 부모에게 그리 즐거운 날만은 아니다.
아, 물론 모든 부모에 해당하는 말은 아니다.
아이가 아직 산타 할아버지의 존재를 믿고있는 경우에 그렇다는 것이다.
아이가 어떤 선물을 좋아할 지 평소에 관찰 및 정보를 수집하고,
몰래 구입해서 몰래 포장한 후 몰래 가져다놔야 한다.
쓰고보니 부모는 산타 할아버지의 하청이구나.

아이가 아주 어리면 이 작업이 좀 쉽고,
아이가 꽤 크면 사실을 고하고 해방될 수 있다.
우리집은 큰 아이가 4학년, 작은 아이가 내년에 1학년, 그리고 그 밑에는 한국 나이로 5살인가...
4학년 정도 되고, 평소 의심이 좀 있으면(!) 슬슬 고백할 만 하지만 그 밑 동생들은 아직 사실을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
그렇다고 큰 애에게만 살짝 말할 경우, 당연히 동생들에게 비밀유지가 어렵다. (큰 애는 보통 동생들에게 자기가 아는 것을 자랑하고픈 법이다)
올해는 그렇지않아도 자택근무로 온 가족이 내내 붙어있는데,
올해는 어떻게 해야하나...

어느날 불현듯 아내와 얘기하다 보니 이런 얘기가 나왔다.
'올해는 어떡하지?'
'코로나 시대라 더 귀찮네.'
'아이들 학교도 안가고, 집에 택배차만 오면 창에 매달려 있는데.'
'코로나 시대라 산타 할아버지도 못오신다고 할까?'

나는 가볍게 농담처럼 던진 말이었는데, 아내는 마음에 들었나보다.
결국 아이들을 모아놓고 공식화했다.
'올해는 코로나가 심해서 산타할아버지가 돌아다니지 못한데. 아빠도 회사 못가고, 가게도 너희 못가고 엄마나 아빠만 살짝 다녀오는 거 알지? 그래서 그래. 그러니까 올해는 산타 할아버지로부터 부모에게 연락이 왔어. 아이들 뭐 좋아하는지 물어보고 그거 사주래.'
큰애: '그런 연락이 왔어요? 어떻게 연락이 왔어요?'
'(당황) ... 이메일? ... 뉴스에도 나왔어'
큰애: '그럼 엄마가 선물 사주는 거에요?'
'그래 그러니까 뭐 좋아하는지 세 가지 생각해놔.'
아이들 일동: '와~~~'

아이들은 6하원책에 따른 논리적 사건 전개를 신경쓰기 보다는
본인들이 누구에게서든 선물을 받는 것 자체에 온 신경이 몰려버렸다.
다행이다.
이제 원하는 선물 목록을 취합해서 주문하기만 하면 될 것 같다.
이렇게 2020년은 넘어가보자.
내년은?
글쎄... 내년은 내년에 또 고민해보기로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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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앜ㅋㅋㅋ 너무 귀여워요. 어떻게 산타할아버지에게 연락이 왔죠.
이메일이라니
코로나 시대에 산타가 사라질 수도 있군요 이렇게 코로나가 위험합니다.

산타할아버지는 몸 사려도 부모하청은 정상 운영중입니다 ㅎㅎ

어른이 되어도 어렸을 때처럼 크리스마스엔 산타클로스한테 선물을 받고 싶네요 ㅋㅋㅋ

산타클로스에게 연락온 셈 치고 본인이 본인 걸 사면 됩니다 ㅋㅋ

dj님 천잰데요? 올해 선물은 산타의 연락으로 이루어진 겁니다 후후

너무 귀여워서 눈물날 것 같아요. 세상에.

귀여운 걸 좋아하시는군요. 역시 마음 따뜻한 분! ㅎㅎ

우리딸 초등 2학년때까지 산타할아버지 오셨다기실때 추우신대 차 한잔 드시고 가시라고 문앞에 녹차 한잔 두고 잤어요~~ㅎㅎㅎ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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