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끄적임] 요즈음 (2019.05.24)

in #kr-diary5 years ago

요즈음.

바쁘다. 다시 바빠졌다. 그런데 이번 바쁨은 누구에게 뭐라 불평할 수가 없다. 다 내가 자초한 일이다.

(어딘 안그러겠냐마는)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Python의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그림은 그림 그리는 프로그램으로, 계산은 포트란으로, 이 둘을 묶는 것은 유닉스 쉘 스크립트로 했었는데, 파이쏜은 이 모든 일을 하나로 가능하게 하니까 확실히 이점이 있다. 그래서 이 분야에 새로 들어오는 사람들은 처음부터 이것 저것 여러개를 배우는 게 아니라 파이쏜만 배워서 일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시간이 지나가고, 또 나처럼 그동안 쓰던 것들을 버리고 파이쏜으로 넘어가고 하니 어느덧 파이쏜 사용자가 과반을 넘어서게 되었다. 그래서...

아직 파이쏜으로 못 넘어온 사람들 중 친한 사람 몇이 나에게 파이쏜에 대해 이것 저것 자꾸 물어보길래, 아예 이참에 내가 파이쏜을 좀 가르쳐주겠다고 했다. 내가 약 3년에 걸쳐 이리 저리 구르면서 하나 하나 익혀왔던 팁들을 한 2-3시간 모아놓고 스파르타 식으로 짧고 강렬하게 가르쳐보겠다고 했다. 내가 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막상 다른 사람을 가르치게 되자, 준비할 게 많다. 나의 노하우를 응축시켜 전달하기 위해서는 잘 다듬어진 예제 코드를 작성해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리고 생각보다 내가 가진 노하우, 다시 말해 파이쏜을 처음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주의시켜야 하는 요소들이 꽤 많더라. 강의하기로 한 날은 벌써 다음 주로 다가오는데, 아직도 예제 코드 몇 개 더 만들어야 해서 스트레스 받고 있다. 요즘은 내가 왜 그랬을까 하고 후회하는 중... 뭐 말은 이렇게 하지만 어떻게든 강의는 진행할 것이다. 이미 뱉은 말이요, 한 약속이니까.


며칠 전 아이의 이빨이 빠지면서 내가 시험에 들었음을 글로 적었는데, 시험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번 시험은 일명 "이의 요정 건"이다. 이빨 빠지고 한 3일 정도 지났을까, 아침에 아이를 학교 버스 타는 곳까지 데려다 주는데, 이런 말을 했다. "아빠, 왜 이의 요정이 안올까요? 벌써 며칠 째 베개밑에 이빨이 그대로 있어요..." 어이쿠...

이번에 빠진 이빨은 5번째이다. 그리고 당연히도 앞의 4개는 모두 내가 밤에 아이 자는 베개 밑에 손을 넣어 이빨을 동전으로 바꿔놨다. 예전에는 이빨이 빠지자마자부터 "이의 요정" 노래를 부르고 다녀서 바로 바꿔치기 했는데, 이번에는 아이가 조금 더 컸다고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나보다.

이거야 뭐 밤에 아이 방에서 또 바꿔놓으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아이가 언제까지 "이의 요정"이나 "산타 할아버지"를 믿을 것인가 하는 건데... 아이의 예쁜 상상을 부모가 깨줘야 하는건지, 아니면 학교에서 친구들이랑 이 문제로 한바탕 싸울 때 까지(?) 놔둬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제는 집에 전기가 나갔었다. 가끔 그럴 때가 있다. 한랭 전선이 다가올 때, 다시 말해 며칠 예년보다 덥다가 시원한 공기가 밀고 들어올 때, 먹구름이 생기며 비바람이 몰아친다. 그런데 이번 전선이 꽤나 강력하게 활동했는지 우리집 들어오는 골목 입구의 나무가 쓰러져 전기줄에 걸쳐 쓰러져 있더라. 우리 동네 뿐 아니라 근처 이곳 저곳에도 나무가 쓰러져 길이 막히고 전기가 나간 집들이 한 둘이 아니었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춰보면 이런 경우 보통 하루에서 운 나쁘면 2-3일까지도 전기가 안들어 오곤 했으므로, 이번에도 단단히 채비를 하였다. 그런데 오후 3시에 나간 전기가 저녁 9시에 들어오더라. 이렇게 빨리?

한국 사는 사람들은 정전이 몇 시간만 지속되어도 난리겠지만, 여기서 이정도면 정말 선방한 거라 생각한다. 전기 회사 (유틸리티 회사라고 부른다)도 어떤 노하우가 쌓이는 걸까. 그 노하우가 지난 몇 십년 동안은 별 진척 없더니 요 근래에 갑자기 폭발적으로 발달된 것일까? 뭐 아무렴 어때. 중요한 것은 전기가 (생각보다) 빨리 들어왔다는 거다.

잠깐 여기서 광고 하나: 미국에서 나무가 잘 쓰러지는 이유가 궁금하다면? 여기를 보셔요~

그래서 어제 저녁 10시 무렵에, 애들 다 재운 후, 컴퓨터를 켜고 채굴 세팅을 다시 하는데... 안되었다. 전기는 들어왔는데, 인터넷이 안되는 것이었다! 인터넷이 안되니 컴퓨터를 켜도 채굴도 못하고, 스티밋도 못하고, 위에서 말한 코드 준비도 못하고,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나의 삶은 정말 강력하게도 인터넷과 엮여있구나... 이런 깨달음을 안고, 그냥 잤다. 덕분에 오늘은 완전 말똥말똥하네 ㅋㅋ


그래도 이제 12시 넘었으니 가서 자야겠다. 컨디션 좋다고 너무 늦게까지 놀다가 잠이 부족하면 다음 날 활동에 지장을 받는다. 요즈음 나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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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rba님이 dj-on-steem님을 멘션하셨습니당.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연결되용~ ^^
zorba님의 [2019/5/24] 가장 빠른 해외 소식! 해외 스티미언 소모임 회원들의 글을 소개해드립니다.

...enerva 뉴욕 dj-on-steem/td> DC 근교 hello-sunshine DC

궁금해서 ‘여기’를 봤어요.

“너무 안락하고 풍족한 환경은 나무의 발육에 불균형을 초래합니다.”
이걸 보자마자 댓글을 달아야 겠구나 생각이 들더라구요, “인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바로 아랫줄을 보고는 실소를 했습니다.
“이같은 이치는 인간의 내적 성장에도 동일하게 적용될 것 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 강의 잘 되시길 바랍니다. ㅎㅎ

축하받을 일이 있나요.. 그저 푸념할 거리 뿐이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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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디자이너를 배워보면서 파이썬을 살짝 건드려봤 기억이 나네요:..

파이쏜의 범용성은 정말 대단한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다른 분야의 파이쏜은 제가 쓰는 것과 완전 다를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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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쏜이 뭔진 몰라도 중요한 거군요? 강의 잘 하세요. 배워서 남주는 거 좋은 일입니다. ㅎㅎ 그나저나 아이가 아직도 순수하군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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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중요하죠. 프로그래밍 언어에요. 이걸 이용해서 여러가지 자료를 분석하고 그래요. ^^
그나저나 왜 새벽 늦게까지 안주무시고...

파이썬의 활용도가 점점 커져가는 느낌입니다. 들리는 소문으로는 예전의 엑셀이 도입될 때보다 훨씬 범용성이 높다보니.. 몇 년이 지나면 지금 엑셀이 사용되는 것 처럼 누구나 사용하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 강의 화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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