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반 아무말 대잔치] 스팀잇에 글을 쓴다는 것, 나의 정체성과 가치를 만드는 것.

in #kr-dawn7 years ago

안녕하세요 빔바입니다!

오늘 오전 세미나를 마치고 나니 뇌속이 텅 빈 느낌입니다.

화수, 그리고 목요일 오전까지는 저에게 죽음의 행진과 같아서, 목요일 오전 세미나가 끝나면 실존의 허무함을 경험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게 되네요... 공부좀 하고 책좀 읽다 멍하니 스팀잇 창을 켜봅니다.

벌써 새벽 1시반이네요. 오랜만에 새벽반 아무말 대잔치를 해볼까, 하고 Submit a Story를 눌러봅니다.

빈 화면이 저를 기다리고 있네요. 정말 재미없는 인터페이스입니다... 뭐라도 도구라도 좀 있고 그래야 글을 쓸 맛이 날텐데요.

그래도 스팀잇 덕에 누추하지만 몇백개의 글을 적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스팀잇은 자꾸 초심을 찾게 합니다. 일주일이 지나면 내 글을 태그에서 찾아볼 수 없고, 몇달러 되었던 가치도 그 뒤로는 0이 되어버리죠. 죽은 글이랄까요. 물론 제 마음속엔 살아있는 글들입니다만 :)

그래서 매일 매일 죽어가는 글들을 대체하기 위해 새로운 글을 써재낍니다.

마치 인간의 신체가 죽은 세포를 밀어내듯이요.

정확한 수치는 아니지만, 10년이었을까요, 이 정도 시간이 지나면 인간의 몸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세포는 예전의 세포와 같은 것이 하나도 없다고 하더라구요. 즉, 다른 사람이 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인간의 의식은 하나의 맥락을 공유하죠. 저는 그것이 "기억"이라고 생각합니다만, 과학자들이나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네요.

스팀잇이라는 블록체인에 글을 쓴다는 것, 그것도 비슷한 맥락인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에 새겨지는 내 글 하나하나가 나의 정체감을 만들어갑니다. 내가 썼던 심리학글도, 내가 썼던 뻘글도, 내가 썼던 먹스팀도, 내가 썼던 행동프로젝트도 각각을 보면 다른 글이지만 그 총체는 저의 정체성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생각하니, 보상과 상관없이 스팀잇에 글을 쓴다는 것은 상당히 중요해보입니다. 내 죽은 세포들은 배설되거나 피부 바깥으로 떨어져나가면 다시 볼 일이 없지만, 스팀잇이라는 블록체인에선 죽어버린 세포도 다시금 목도하거나, 다른 이들에게 보여져야할 때가 있습니다.

다시 또 생각하니 글 하나하나를 쓸 때 지금보다 더 신중해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오늘 잠이 들고 내일 아침해가 밝아오면
별 생각없이 시덥잖은 글을 하나씩 써재끼고 있겠죠.

지금 쓰고 있는 글은 저의 어떤 정체성에 더해질까요? 싱거운 사람? 아무말이나 던지는 사람? 앞뒤가 맞지 않는 헛소리를 하는 사람?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한가지 중요한 것은, 스팀잇에 글을 쓴다는 것은 다른 그 누구도 아니고 나 스스로가 정체성을 만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자유 의지로 말이죠. 돈을 위해 글을 쓰는 사람도, 대의를 위해 글을 쓰는 사람도, 자신의 억압된 정서를 쏟아내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들도 모두 자신의 자유 의지로 글을 씁니다. 그 글을 쓰는 것이 자신의 정체성인 것이죠.

"가치"라는 말을 아시나요? 어떤 이들은 가치라는 것이 목적지, 이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가치는 사실 "과정", 그리고 "행동"이란 말이 더 적합합니다. 또 다른 말로는 "방향"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예를 들어보면, 저의 가치가 "남을 돕는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해봅시다. 제 가치에 맞게 저는 주변 사람을 도왔습니다. 하지만 사람을 도왔다고 해서 제 가치가 달성된 걸까요? 아닙니다. 한 사람을 도왔다고 해도 제 가치인 "남을 돕는 사람이
되는 것"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여전히 나의 행동지침으로 남아 있죠. 이렇듯 가치는 나의 행동을 이끄는 방향이지, 달성할 수 있는 목적이 아닙니다. 그러나 가치에 맞는 방향대로 행동하다보면 그러한 가치가 더욱 정교화되고 공고해지겠죠.

이렇게 또 생각해보면, 스팀잇은 나의 "가치"를 형성해나가는 것에 큰 기여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쓴 글엔 나의 가치가 투영될 수 밖에 없으므로, 내 글이 쌓이면 쌓일수록 나의 가치가 드러나기 때문이죠. 물론 가끔 상황에 따라 가치에 반하는 글을 쓸 수 밖에 없는 일도 있지만요 ^^;;

아무 생각도 없이 글을 시작했습니다만 나름 주제가 생겼네요.

스팀잇에 글을 쓰는 행위는 1)나의 정체성을 형성하고 2) 나의 가치를 만들어갈 수 있다.

너무 거창한가요? 몽롱한 상태에서 새벽에 쓰는 글이니 이해해주시길... 사고가 들떠있습니다 :)

주절주절 혼자 너무 지껄였군요.

이제 그만 잠을 자러가야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내일은 한국심리학회에서 포스터 발표를 하는 날입니다.

놀라울 정도로 긴장이 안되네요... 구두발표가 아니라서 그런지 ^^; 막상 내일 아침이 되면 긴장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저의 두서 없는 아무말을 이 지점까지 읽어주신 분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빔바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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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락된 세포처럼 아쉬울것없이 지나가는 글이라지만 빔바님 말씀처럼 차곡차곡 쌓여나가니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게돼요 시덥잖은 글 아니고 아~~주 좋아요^^

흐흐 감사합니다 :) @staywithme님 처럼 읽기 힘든 글도 열심히 읽어주시는 분들 덕분에 힘이 나서 글을 쓰게 됩니다 :) 묵직하든 시덥잖든 열심히 쌓아보겠습니다!

글쓰기 창을 열고, 본인 표현대로 주절주절 써내려간 글이 이 정도라니 정말 놀랍습니다. 전 글을 한번 쓰려면 머리속에서 여러번 썼다 지우고, 썼다 지우고, 뒤엎고.. 하나가 완성되려면 며칠 걸리거든요.
글에 내 정체성과 가치가 드러난다는 말씀 잘 새겨듣고 갑니다. :)

흐흐 저의 특징이 초반에 그럴듯한 것을 내놓고 이후에 발전이 없다는 것입니다... 이것도 참 고쳐야할 문제인데요 ㅠㅠ @bree1042님처럼 심사숙고해서 글을 쓰시는 것이 결국 정말 좋은 글을 쓰는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김연수씨가 쓴 소설가의 일이라는 책을 읽으며 더욱 퇴고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네요. 앞으로는 좀 더 신중하게 글을 써봐야겠어요! 좋은 평가 감사합니다 :) 계속해서 제 정체성을 쌓고 가치를 실현해보겠습니다!

내일 포스터 발표하시려면 일찍 주무셔야 하는데 ㅠ
늦은시간까지 ..계시는군요 ~~
글이 너무 길자나 하면서 글을 끝까지 읽은 저에게 ...경의를 ...표시합니다.
얼른 주무시고 낼 화이팅입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경의를 표합니다 :) 저는 포스터 잘마치고 헤롱헤롱하며 집에서 글쓰고 댓글쓰고 있습니다 ㅠ 이상하게 중요한 날 전날은 자기가 싫더라구요 더 놀고싶고 ㅋㅋㅋㅋ 감사합니다 :)

에휴 새벽글들을 읽어나가다 빔바님 글에 뚝 하고 멈춰서버렸습니다. 기분이 별로안좋은데 빔바님은 항상 기분좋게 받아주셨으니 그냥 여기에 댓글을 남기면서 마음을 좀 의지하고 달래고 자러가려합니다.

왠지 잘 모르겠는데 토론회를 열고나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런말하면 좀 웃기려나요. 아직 왜 이런 느낌이 드는지, 잘 모르겠는데 새벽공원길을 걸으며 고요함을 느끼고 나니 갑자기 그런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내일 자고일어나면 뭔가 생각이 정리되어있겠지요? ..

가치... 스팀잇에서의 가치에 대한 생각. 이것때문일지도요..

내일 발표하신다는데 이렇게 축처지는 소리만 해서 죄송합니다. 발표화이팅입니다!

제가 감히 보기에 @marginshort님의 가치는 "정의 구현"이라고 보여지네요. 책임감이 있으신 만큼 심리적인 타격도 입으시는 것 같아요... 조금은 그 부담감을 내려놓으시면 어떨까 싶습니다 ㅠ 많은 분들이 도움을 받고 있지만 요즘 마진숏님이 너무 힘들어보이셔서 걱정되네요. 언제나 응원합니다 화이팅입니다 :)

자신과 잘 연결 되면
좋은 시스템이
만들어 지는 것 같습니다

요즘 가장 큰 화두는 연결 이더라구요

연결... 중요하죠 :) 내가 무엇과 연결되어있는지 잘 알아차리는 것이 정말 중요한 것 같습니다!

10년이면 모든세포가 바뀐다는말
느낌이 이상하네요~
빔바님 늦지만 캉디드 열심히 보고있어요
20장 즈음 보고있으니 많이 읽었지요 읽으면서 좋은책이라는걸 느끼고있어요 좋은책 추천해주셔서 감사해요^^

정확한 지식은 아닙니다만 어디서 비슷한 얘기를 들었던 것 같습니다 :) 생각해보니 뼈도 바뀔 까요...

캉디드가 마음에 드신다니 다행입니다 :) 다들 좋아해주시다니 엉엉 ㅠㅠ 후기 기대하겠습니다 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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