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이번 주 목에 담이 왔는데도 불구하고 방청소하고, 전 부치고 했던 일기를 쓰려 했지만, 이케아가 잠식해버린 일기.(feat 이터널라잇의 iphone 6s)

in #kr-dairy6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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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부터 올리고 글을 쓰려는데 이놈의 아이폰이 PC를 신뢰할 거냐고 계속 물어온다. 이미 그 답은 전에 줬잖아? 껐다 다시 켜도 소용이 없다. 미루고 미루다 오늘 한 업데이트의 결과인 걸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글부터 쓰고 너를 손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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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오랜만에 동생과 집에서 점심을 함께했다. 웬일로 밖에 안 나가고 집에 다 있나 했더니 추석 전, 시집가기 전, 자기방 대청소를 하려는 모양이다. 그것이...하루로는 모자랄 텐데 했는데 역시나 였다. 도와줄 마음은 없었다. 나도 내 방 청소를 해야 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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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 이케아를 다녀왔다. 그 얼마나 오래 알아왔던 이케아인가. 대학교 다닐 때 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고, 썸머와 톰이 뛰 놀 던 그곳을 동생 내외, 엄마와 함께 다녀왔다. 가기 전에 들른 동생 신혼집에는 큰 살림살이가 다 들어와 있었다. 이제 곧 진짜 떠나는구나를 새삼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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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네 잡다한 것도 사야 했고, 우리 집 식탁도 바꿀 때가 됐었다. 이케아가 집 근처에 있어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입으로 들어가면 응응에서 나와야 하는 이케아의 구조를 알고는 있었으나, 좀 너무 한다 싶었다. 이것이 말로만 듣던 샤워 효과인가? 중간에 위장을 뚫고 나오고 싶었지만 이미 뚫을 기력조차 잃고 말았고, 뚫을 길 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케아가 그런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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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는 젊은 부부와 커플들이 너무나도 많았다. 기력을 잃기 전에 다시는 이 조합으로는 가고 싶지 않아졌다. 이케아의 입을 들어갈 때는 즐거웠으나, 위장쯤에 도착하니 이내 흥미를 잃고 말았다. 다음에는...썸머와 톰처럼...십이지장쯤 도착하자 다이닝룸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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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던 식탁은 이것이 맘에 들면, 저것이 맘에 안 들고 그랬다. 마음에 드는 식탁을 골랐지만 다리가 튼튼해 보이지 않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보기에는 이쁘나 얼마 못가 헤어질 것처럼 생겼다. 이미 그 끝이 보이는 만남을 시작할 수는 없었다. 야멸차게 돌아섰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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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 오피스 코너에 들어서니 다른 것이 눈에 들어왔다. 가죽이 벗겨져 연신 스펀지 가루를 토해내고 있는 내방 책상 의자가 이제 헤어질 때가 됐다는 텔레파시를 보냈다. 함께 한 세월이 얼마인가. 아쉽지만 보내줄 때가 되었다. 가죽 달린 것은 고르지 않으리라. 패브릭 소재에 등에는 메쉬, 팔걸이가 있고, 머리까지 기댈 수 있는 놈으로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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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응에 거의 다다랐다 싶었다. 이제 적어온 목록을 보고 창고 여기저기 가서 찾아야 했다. 이미 지쳤다. 오프라인 쇼핑은 넘나 힘든 것. 매제야 다녀오니라. 우리 집 산 것은 의자뿐이여. 카트 하나에 구루마 하나가 가득 찼다. 배송을 하려 했으나, 배송료 오만원, 캬. 역시 이케아는 차 없이는 못 간다. 그것이 이케아의 진면목이지 암 그렇고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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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대가 응응인 줄 알았으나, 차가 빠져나가야 배설이 완료됨을 주차장에서 깨달았다. 네 식구를 태우고 짐을 다 싣고 집에 어떻게 가나 생각했는데 동생이 택시를 생각해냈다. 기똥찼다. 자랑스럽다 내 동생. 트렁크는 이미 가득찼고, 운전석을 제외한 나머지 공간에 짐을 가득 채웠다. 전신거울은 사선으로 우겨 넣었다. 나머지 식구들은 택시를 타기로 했다. 우와, 어찌 그걸 다 실었대? 오빠 운전병 출신이야. 운전만 하는 게 아니라구, 짐도 잘 싣는 것도 에이스가 되는 길이였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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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만큼은 먹은 동생네 아파트 주차장은 이미 이면주차로 가득했다. 먼 길, 들고 나를 수밖에. 시간은 벌써 10시가 넘었다. 픽업해갔던 이미 본가에서 저녁을 먹은 매제를 제외한, 아직은 우리 식구일 우리 집 세 사람은 저녁도 못 먹었다. 김밥에 라면이 땡겨 집 근처 김밥 집으로 차를 몰아 다 찾아 다녔으나 이미 모두 문을 닫았다. 지금 샀으면 밥이 다 쉬었을 거라는 위안으로 집에 돌아와 냄비에 물을 올려 김밥 대신 만두를 넣고 라면을 끓여 먹이고 먹었다. 수고했어 오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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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쓰려던 일기는 이것이 아니었는데, 이케아 다녀온 것이 가득 차버렸다. 0번을 이케아로 넣고 오늘 한 일을 적었어야 했나. 신뢰가 생명인 내 아이폰 덕에 오늘 일기는 내일 쓸 수 있게 되었다. 기특한 것. 이래서 내가 너와 헤어질 수 없지. 우리만남은 식스에서 시작했으니 다음 만남은....돌고 돌아 투웰브쯤? 그래 6s에서 12s면 적당한 것 같다. 녀석 몸값이 원래도 비쌌는데 요새 더 비싼척을 하고있다. 럭키한 금성으로 넘어가기도 뭐하고, 세개의 별만 있는 은하계로는 가고 싶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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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남은 할부금보다 싼 내 아이폰 중고 가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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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가 선물해준 노래로 마무리한다. 스틸 코너의 더 트립인가, 더 트립의 스틸코너인가. 코너로 돌아서면 응응이 다가올까 기대했지만, 내 기대를 스틸해간 이케아 트립. 즐거웠다. 다음에는 500일의 썸머의 한 장면처럼 다시 만나기를.

아.....내일 사람들이 많이 볼 시간대에 올릴지 심히 고민했지만, 내일은 오늘 일기를 쓰리라. 여전히 내 PC를 신뢰하지 않는 아이폰님. 사진은 메일로 쏴드리리다. 다음에는 PC와 서로 친해지기로. 오늘 청소도 해줬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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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아가 좀 그렇죠. 처음 갔을 때는 뭐 이런 곳이 다 있나 싶고 사고싶은 것도 많았는데, 요즘은 딱 사올꺼만 정해놓고 돌진해서 집어와요 ㅋ
동생분이 가구도 장만하시니 정말 시원섭섭하시겠어요. 가족끼리 즐거운 명절 보내세요!

딱 살 것만 정해놓고 동선을 따라가도 힘이 들 것 같아요 ㅎㅎㅎ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

제 지역엔 이케아도 코스트코도 없답니다...ㅡㅜ 문명의 이기여...

저도 아주 가까운 건 아니고 옆 지역입니다. 코스트코도 같이 있는데 한번도 못 가봤어요...
다른 지역에 있는 것만 한번...

이케아만 가면 정신이 없어서... 결국 군것질만 하고 돌아오게 된다는....

중간에 푸드코트가 갑자기 툭 튀어나와서 놀랐어요 ㅎㅎㅎ배 고팠는데 나가고 싶다는 생각만...

집안에 소소한 일을 잘 도와주시는 꼼꼼한 성격이시네요.^^
저도 애플은 손을 놓을 수가 없더라구요.ㅋ

도와주는 건 극히 소소해서요...
아이폰만 써오다보니 안드로이드로는 못 넘어갈 것 같아요 ㅎㅎㅎ

이케아 함 가봐야하는데... 제가 원래 이케아 병행수입으로 판매했었거든요...

헐...그러셨군요. 저도 이케아 알게된지가 어언 10년이 다 되가는데 이번에 처음 가봤습니다 ㅎㅎㅎ

아이키아.. (여기선 이렇게 불러요)
인터넷에서 모델명 확인하고, 위치 확인하고, 매대부터 거꾸로 들어가 물건만 집어 나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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