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살 꽃알못의 졸업식 꽃다발 판매 A to Z

in #kr-daily6 years ago (edited)

(이 글은 논리적인 생각없이 의식의 흐름으로 써졌음을 밝힙니다..^^)

드디어
예전부터 꼭 해보고 싶었던 졸업식 꽃다발 판매를 해보았씁니다
예~~~~~~ (박수 박수)

많은 사람들이 도대체 이걸 왜 해? 수익도 안 남는데? 생고생인데? 라고 물어봤었는데
사실 ....
별 이유는 없었다. 그냥 너무 해보고 싶었다.
하도 물어보니까 이유를 좀 생각해봤는데

예전부터 졸업식 때 꽃다발 사려고 하면 너무 비싸서, 아니 조금만 싸게 팔면 잘팔릴 거 같은데 왜이리 비싸지?
에 더해 아니 조금만 예쁘게 만들어서 팔면 안되나? 이렇게 촌스럽게 파는 이유가 뭐지?
라는 생각이 무지 많았다.
그래서 나의 결론은
조금만 싸게 팔고 조금만 더 예쁘게 팔면 무지 잘 팔릴 것 같은데 ~~~~~? 였다.

그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이유도 사실은 "돈을 벌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치만 나 이번에 돈 못 벌었는데도 되게 뿌듯하고
남들이 하지 못하는 거 나는 해봤다! 라는 무용담도 생긴 거 같아 재밌었다. 히히

사실 나는 생각은 무지 많은 편인데 실행력이 조금 딸리는 편이다... ^_^
시작하고나서 뒷심이 부족하다 해야 하나

그래서 ! 열정적이고 실천력 최강인 경련이를 파트너로 섭외했다.
게다가 경련이는 다른 친구들과 다르게 엄청 흔쾌히 하자고 했다. (뿌듯)

그리하여 우리는 일단 범일꽃시장으로 꽃을 사러 갑니다 -

사실 그 전에도 우리는 꽃시장에 시장조사하러 몇 번 갔었는데,
우리가 간 날은 졸업 피크 때 였어서, 시장조사가 무의미할 정도로 가격이 달랐다.
게다가 사람도 엄청 많더라.

우리는 쫄보니까 많은 꽃다발을 팔 생각은 없었고,
한 번 경험 삼아 해보자!
라는
베타테스트 느낌의 판매를 계획했기에 조금만 샀다.

우선 저기 위에 비누꽃!
이렇게 한 박스 사면 조화 줄기도 같이 주는데, 이거 나중에 꽃아서 꽃으로 만들면 됨

포장지랑 리본 같은 건 인터넷으로 샀었는데
여기도 다 판다!
잘 모르겠지만 인터넷이 더 싼 듯 헤헤

하얀 포장지와 노란 리본을 인터넷에서 샀고,
흰색 모기장 느낌 나는 천을 꽃시장에서 따로 샀다.

꽃시장은 굳이 우리처럼 장사할 생각 없더라도 꼭 가보시길
걍 이렇게 꽃 사이에 있으면 행벅해진다규여

가격이 너무너무 비싸져서
졸업식 때 꽃다발들이 왜 비싼지 이해가 됐다.
심지어 꽃시장에서도 꽃다발을 만들어서 팔았는데, 그 꽃다발들도 3만원 정도에 판매되더라.
덜덜덜

장미는 너무 비싸서 포기할 수 밖에 없었고, (비누꽃으로 대체)
튤립 과 유칼립투스, 안개꽃, 아스토메리를 구입했다.

꽃시장도 가게마다 가격이 다 다르니 꼭! 많이 둘러보고 사시길

힘들지만 신나는 우리 ~~~~~

아스토메리라는 꽃은 하와이에서 날 꺼 같이 생긴 꽃인데 , 요 꽃이 예쁜데다가 저렴해서 짱 좋다!
단점을 꼽자면 조금 추위에 약한 것..? ㅠ,ㅠ

이렇게 시장 한 바퀴 돌고 나면 분식 먹어줘야 제 맛이져 ?
이렇게 구입하고 이틀 뒤에 부산의 모 여고에 가서 꽃을 팔기로 했고,

시장 갔다가 그 다음 날 저녁 8시부터 꽃다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꽃은 사실 신문지에 요로케만 있어도 예쁘거둔여... ^_^
이렇게 팔까?

우리는 비누꽃다발부터 만들거라서,
꽃들은 물에 담가둔다.

사실 물에 담가둘 통이 없어서,
나의 빨래통과 쓰레기통을 정리하고 꼽아뒀다.. ^_^
그럴싸하쥬..? ㅋㅋㅋㅋㅋ

비누꽃 만들기!
비누꽃을 구매하면 이렇게 대를 주거둔여

하지만! 요 대에 붙어져있는 잎들은 사실 너무..... 나는 조화다 티내는 거 같아서
다 제거하기로

그리고 제거한 모습!
제거해서 비누꽃에 끼우면 됩니닷

꽃이 툭 떨어지는 일이 없도록 꽉! 끼워줘야 한다.

내가 그래도...
꽃다발 원데이 클래스도 많이 가보고 꽃 조금 쥐똥만큼 배워보긴 했는데
역시... 잡스 횽님의 connecting the dots은 옳은 말인가바.. ^_^
이렇게 또 이 경험이 쓰이네오

안개꽃과 합쳐서 꽃다발 완성 !
경련이는 꽃다발을 만들어 본 적은 없어서
내가 속성으로 가르쳐줬다.
내가 꽃을 가르치다니 세상에 언벌리버블

욜심히 하는 경련경련 ~~!!!!!

처음에는 비누꽃다발도 그냥 비누꽃 안개꽃 조금 끝! 해서 만들었었는데
나중에는 유칼립투스도 섞어쓰고 종류가 쪼금은 더 다양해졌다.

중간에 너무 배고파서 은쥐의 최애 밀크티도 한 잔 건네드림.
텀블벅에서 펀딩한 밀크티시럽인데 순삭해버려따... 겁탱 맛있었는데
또먹고 싶다..

마지막 한 송이 남은 걸로 하나도 완성!
여기 이 그물 포장지처럼 포인트되는 거 하나는 있어야
우리 같은 왕 초보 쫄보들도 조금 있어보이는 꽃다발을 만들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하나하나 완성해갑니다....!!!!!!!!!!!!1

처음에는 사진을 많이 찍더니... 나중에는 안 찍었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튤립이랑 아스토메리랑 막 섞어서 총 17다발을 만들었다!

오른쪽에 있는 유칼립투스 다발은 절대 판매하려고 만든건 아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가 그렇게 생 양아치는 아니ㄷ ㅏ...
그냥 혹시나.. 향이 좋으니까 가져가고 싶은 사람 있으면 가져가라구 할랬지

(아무도 안가져가서 우리집에 꽂혀있다)


그렇게 새벽 2시까지 꽃다발을 모두 완성하고
3시까지는 전략 회의를 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는 나름대로 기발한 아이디어를 갖고 있었는데,
바로 만원 이상 구매하면 폴라로이드 찍어드립니다... ^_^ 였따...
겁나 인기 폭발일 줄 알았는데, 그렇진 않았구여
다음 날 5시 반에 일어나서 거스름돈 잔뜩 바꿔두고
7시 반쯤? 고등학교 앞에 도착해버림!

근데 도착하니까 이미 한 팀이 교문 앞을 아주 잔!!!!!!!뜩 평상을 다 깔아놔버린 것....
진짜 텃세를 맛보아따...
무슨 화훼단지 사람들인 거 같던데
돈 벌면 얼마나 벌겠다규..
교문 앞에 그냥 다른 사람들 아예 못 팔게 막아버리고 자기들 박스 쌓아두고 판매 못하게 하도라... ㅠㅡㅠ

어쨌든 저 분들이 우리는 딱 봐도 각이 나왔겠지
학생이고 멋 모르고 별 거 없겠구만,,, 하며
교문 앞 자리를 줬다.
우리는 이 자리가 좋은 줄 알고 그저 신나있구여

은쥐 집의 빨래 건조대를 들고와서 꽃을 전시해뒀다.

하지만 우리는 이게 엄청난 실수라는 걸 미처 깨닫지 못했즈 ㅣ...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꽃은 살아있는 아이들이라는 걸
꽃도 춥다는 걸...
반성 반성 왕 반성합니다..ㅠㅡㅠ

그저 다른 블로그들에서 꽃에 물기가 있어야 더 싱싱해보인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아침 7시 30분부터 신나게 꽃에 물을 줘댔는데
나중에 아이들이 다 얼어가지고...........

미안해 얘들아...
ㅠㅠㅠㅠ
우리는 그저 얘들을 살리기 위해
사랑한다는 말 밖에 해 줄수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는 양파가 싹도 더 잘난다고 하니까
...ㅠ

무튼 나중에 피크타임인 9시쯤 되자 꽃은 거의 다 얼었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는 꽃들을 헐값에 팔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폴라로이드는 아무도 관심이 없었다 (코 쓱.. 아마 이런 건 대학교 졸업식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고 생각)

그리고 우리 위치는 아주 안좋았다.
우리가 간 고등학교는 경사가 어마무시한데,
학부모님들은 거의 밑에서 사서 올라오기 때문에
제일 꼭대기에 있는 우리 꽃은 쳐다보지도 않음...

어쨌든 헐값에 팔긴 했지만
꽃다발 다 안고!!!!! 막 다니면서 팔아대니까 다 팔리긴 하더라
경련이의 몫이 컸따. 헤헤

나중에 진짜 다 얼어서 2다발은 못 팔고 우리는 해산했는데
해산 하고 짐 들고 가까운 카페 가는 길에 어떤 아저씨 걸어가길래
생화 오천원~ 이렇게 말했는데 그 아저씨가 흠칫 함.
ㅋㅋㅋㅋㅋㅋㅋㅋ
그래서 우리가 삼천원~~~~ 막 이러니까 바로 구매하심

그렇게 우리는 정말 완판녀가 되었다.

우리는 수익 그런거 필요 없고 다 팔았다!!!!! 가 너무 뿌듯하고,
그냥 이걸 진짜로 우리가 해보다니!!!! 라는 기쁨이 너무 커서 진짜 신나게 카페로 왔다.
카페에서 뜨뜻한 커피 한 잔 마시면서

그래도 우리가 왜 이렇게 생각보다 꽃이 인기가 없었는지,
순수익이 얼마였는지 정리해봤다.

엑셀로도 정리해두면 좋겠지만 그거슨 조금 귀찮을 것 같기도 하다.
순수익은 한사람당 15000원 정도.. ^_^ 였던 것 같다.

일단 첫 번째로 너무 일찍 나와서 꽃들이 추운데 거기다가 찬물까지 듬뿍 뿌려줬으니
꽃이 다 얼어가지고 너무 아쉬웠다.
진짜 예쁜 애들이었는데, 이건 언니들이 너무 잘못했어 꽃들아
꽃이 얼어버리니 사고 싶겠냐규여,,!

두 번째로 우리 꺼는 그렇게 화려하지 않았다.
다른 데서 파는 것들은 (내 기준) 예쁘지 않았다.
하지만 다들 그런 걸 좋아하더라....
사진에 잘 나오는 꽃을 원하기 때문에 엄!!!!!!청 풍성하고, 화려한 걸 추구하시는 것 같다.
우리는 꽃보다 포장지가 더 위로 튀어나오게 포장을 했는데, 그런 거보다 꽃이 더 튀어나오고 꽃이 더 풍성한 게 좋은 거 같다.
안개꽃만 있는 꽃다발이라 나는 (개인적으로) 흠~ 별론데 저건? 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무니들 맘은 그렇지가 않다구여,, 음층 잘팔리더라.

세 번째로 자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자리 매우 임폴턴트 중요하다.
평지 학교라면 교문 앞이 아주 유리하다. 왜냐하면 운동장에 주차하고 나온다면 교문 앞 꽃이 제일 먼저 보이니까
하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 언덕 학교였어서 주차하고 나오는 학부모님들은 거의 없었고
중간에 내려서 꽃을 사고 다시 차에 타는 비율이 훨씬 높았다.
학교가 어떻게 생겨먹었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어쨌든, 이 날은 이렇게 하고 집에 와서 씻고 바로 한 15시간은 잔 거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안 하던 짓 하면 이렇게 피곤합니다.
그래도 난 이 교훈을 가지고 다시 한 번 하고 싶다.
또 앞으로 꽃다발 줄 일이 있다면 그냥 내가 만들겠지? 이제?
경련이랑두 아주 좋은 추억을 쌓은 거 같아 행벅하다
경련경련 같은 파트너를 만난 것은 축복이야!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쓴 나의 이색 경험 #졸업식꽃다발판매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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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경험을 하셨네요.
꽃을 팔아서 돈을 크게 번 것은 아니지만 경험을 한 것이 돈보다 더 귀한 자신이 되었을 겁니다.
저도 가끔은 내가 장사를 했다면 잘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답니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너는 직장생활이나 해라. 니가 장사를 하면 쫄딱 망한다"라는 말을 너무나도 많이 들어왔기 때문에 장사를 할 엄두를 전혀 내지 못했어요.
굳이 장사가 아니더라도 독립적인 경영주체로서 어떠한 사업도 해 보지 못했어요.
단지 직장생활을 하면서 월급만 따박딱박 받고 있지요.

하지만 인생에서 무엇인가 도전한다는 것은 좋은 것입니다. 도전이 있기 때문에 발전도 있는 것이고요.
오늘의 경험이 좋은 추억이 되셨기를.... 응원합니다.

세상에 이런 좋은 댓글을 남겨주시다니, 감사합니다 :)
나중에 이 경험이 어떻게 쓰일진 모르곘지만 그래도 당장은 10년동안 우려먹을 수 있는 하나의 이야기가 생긴 것만으로도 기뻐요. >.<
정말 감사합니다. !

뭔가 직접 해보는게 산 경험이죠
듣기만 해서는 모르는게 많아요
좋은 경험하셨네요^^

맞아요 :) ㅎㅎㅎ !!!!!!
한 번만 하고 말 생각이었는데, 다 팔고 나니까 너무 뿌듯해서 다음엔 이렇게 하자면서 계속 다음을 얘기하더라구요.
다음에 할 수 있을진 모르겠지만 그래도 너무 재밌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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