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72시간의 사투 in 화장실 - 상편

in #kr-daily7 years ago (edited)

안녕하세요, RT4U 입니다.

오늘은 광복절 때 부터 시작한, 저의 처절한 72시간의 사투에 대한 기록을 영원히 지워지지 않는 블록체인 위에 남겨볼까 합니다.

(이거 잘 하는 짓인지 모르겠네......)

저희 집 양변기와의 밀고 당기는 처절한 투쟁기를, 지금부터 시작 하겠습니다.

경고 : 더럽고 혐오스러운 내용입니다.
사람에 따라 거부감을 느낄 수 있사오니 식사 전/후, 음주 후에 보시는 것을 왠만하면 말리고 싶구요.
뭐, 그렇습니다.
어차피 보지 말라고 하면 더 보실 거 다 압니다.
그냥 보세요.

이하부터 쓰는 글은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경어체를 생략합니다.

2017년 8월 15일. 광복절. 오후 2시 경


오늘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은 날이었다.

나는 일상처럼 양변기에 나의 수분과 암모니아를 쏟아 내고는, 버튼을 눌렀다.

이제 곧 양변기에 고인 물들이, 그것들을 머나먼 정화조까지 인도할 것이다.

'손을 씻어야겠지.'

그 순간이었다.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다.

엄청나게 찝찝하고, 상상하고 싶지 않은 그런 소리가......

마치 보이지 않는 동굴 안 쪽에서 미지의 괴수가 으르렁 거리는 것 같은 그런 소리였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양변기를 바라보았다.

"이...... 이럴수가!"

나는 경악을 금치 못하며 서서히 뒤로 물러섰다.

내려가야만 할 양변기의 수위가, 오히려 차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등에서 식은 땀이 흘렀으나, 나는 침착하려 애썼다.

'침착하자, 침착해.'

생각 해 보면, 이런 일 들은 살면서 가끔 있어온 일 아니던가.

나는 청소용 솔을 집어들었다.

'몇 번 뚫어주면, 예전의 수위를 되찾겠지.'

조심스럽게, 물이 튀지 않도록 조심하며, 나는 솔을 양변기의 깊은 구멍에 맞춘 후 조심스럽게, 그러나 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헛수고였다.

수위는 전혀 내려가지 않고 있었다.

인간이 살면서 제일 마주치지 않고 싶은 순간 중 하나.

하지만 언젠가 한 번은 마주친다는 바로 그 순간이,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그렇다.

변기 막힘.

일단 물러나서 태세를 정비해야만 한다.

지금 가지고 있는 장비로는 해결하기 힘들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우선 침착하게 손을 씻은 후, 내무부장관(아내느님)께 우선 보고를 드렸다.

알 : 장관님, 문제가 발생 했습니다.
내 : 뭐지?
알 : 저...... 양변기에서 정화조 까지 가는 이송로에 뭔가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내 : !!!
알 : 방금 전 부터 정화조로 병력 투입이 불가합니다.
내 : 어떻게 된 일이야!
알 : 잘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문제가 생긴 것은 확실합니다.
내 : 할 수 있는 건 일단 해 본건가?
알 : 네. 우선 가지고 있는 장비인 청소용 솔로 압력을 줘 보았지만, 이송로를 확보할 수 없었습니다.
내 :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봐!
알 :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추가 장비를 구매해도 되겠습니까?
내 : 허가한다.
알 : 감사합니다.

2017년 8월 15일. 광복절. 오후 2시 30분 경


우선 가까운 PX...... 아니, 슈퍼에서 뚫어뻥을 파는지 확인해 봐야겠다.

다행히도 은혜로운 우리 동네 슈퍼는 구석에 뚫어뻥을 구비해 놓고 있었다.

가격은 3,500원. 카드 결제도 된다.

언제나 반갑게 인사해 주시는 슈퍼 아저씨를 뒤로 하고, 나는 새로운 장비를 구비하고 전장으로 돌아왔다.

싸구려라 잘 될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양 손에 뚫어뻥을 쥐고, 동그란 부분이 모두 구멍을 덮을 수 있도록 한 뒤, 힘차게 눌렀다.

푸슉!

우렁찬 소리와 함께, 물이 튀어 올랐다.

"이...... 이런!"

깜박 했다.

압력이 가해지면 물이 튀어오를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양변기가 가한 포화 세례로 온 몸이 만신창이가 되었다.

후......

이 정도는 각오하지 않았던가.

이 정도도 하지 않고 이 치열한 전장을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단 말인가.

나중에 씻으면 되지.

나는 입고 있던 옷을 모두 벗어 화장실 입구에 고이 개어 놓은 후, 태초의 모습으로 양변기와의 사투에 돌입했다.

푸슉! 푸슉! 푸슉! 푸슉!

적의 포화가 빗발같이 쏟아져도, 진격! 진격! 오로지 진격 뿐이다!

우와아아아아아!

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

삑!

......

"아...... 안 돼!"

나는 절규했다.

뚫어뻥이 전투의 격렬함을 이기지 못하고, 손잡이 부분이 꺾어지며 전사하고 만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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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미안하다......

나는 눈물인지 오물인지 모를 액체를 눈에서 닦아내었다.

"아니야...... 뚫어뻥! 너는 최선을 다했어!"

나는 여기까지 인가 보다...... 너와 함께 해서 행복했다.

"으아아아아아!"

나는 뚫어뻥의 손잡이를 분리한 후, 맨 손을 전장 한 가운데 투입하여 다시 누르기 시작했다.

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

"이 뚫어뻥의 원수!!!!"

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

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푸슉!

"헉...... 헉...... 헉......"

정신을 차려 보니, 나는 전사한 뚫어뻥을 앞에 두고 전장 한 가운데 남겨져 있었다.

전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지금은 울지 않겠다, 뚫어뻥. 이 전투가 승리로 끝나면, 그 때 너를 위해 울어주마.'

나는 뚫어뻥을 고이 양변기 옆에 놓고, 새로운 전투를 준비 했다.

2017년 8월 15일. 광복절. 오후 3시 30분 경


내 : 정보망에 따르면, 샴푸를 뿌려 두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알 : 그렇습니까?
내 : 그렇다. 지금 네 몰골도 말이 아니다. 샴푸에게 맡겨 두고 좀 쉬도록 해.
알 : 하지만...... 전황은 시급을 다툽니다. 제가 쉴 수는......
내 : 쉴 때 쉬는 것 또한 전쟁의 일부야. 잔 말 말고 샤워 하고 쉬도록 해.
알 : ......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샴푸를 양변기에 투하하고, 샤워를 하면서도 의구심이 가시지 않았다.

과연 이렇게 힘들게 싸웠는데도 해결되지 않는 전황이, 저 샴푸로 해결이 된단 말인가?

"뭐, 이길 수 있다면 좋은 거지."

쉴 때는 철저히 쉬어야 한다.

나는 샤워를 하고, 한 시간 정도를 기다려 보기로 했다.

2017년 8월 15일. 광복절. 오후 4시 30분 경


역시였다.

샴푸에 린스까지 뿌려 보았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고 있었다.

내무부장관님께서 신 무기인 입구를 도려낸 페트병을 주셨지만, 역시 마찬가지로 전장의 이슬로 산화하고......

나는 점점 지쳐가고 있었다.

'강력한 무기가 필요하다.'

나는 핸드폰을 들어, 새로운 무기 목록을 검색하였다.

추천 무기 : 테이프 밀봉 - 샴푸, 린스, 페트병, 뚫어뻥 안 될 시 다음 단계로 권함.

"이것인가......"

나의 눈이 다시 살아났다.

복수의 불꽃으로 일렁이기 시작한 것이다.

나는 집 창고로 가, 박스 테이프의 재고를 확인했다.

"충분하군......"

이 정도 양이면, 양변기 입구를 500번은 봉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테이프로 양변기의 입구를 봉하는 작업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사용법 : 양변기의 입구를 봉한 후, 물을 내리십시오. 테이프가 부풀어 올랐을 때, 양 손으로 압력을 가하십시오.

"지옥으로 보내주마!!!"

버튼을 누름과 동시에, 물이 차오르며 밀봉한 테이프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아니, 아직 아니야. 조금 더, 조금 더 위 쪽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부붓, 부부붓!!!

테이프가 괴로운 비명을 내기 시작했다.

"미안하다, 테이프야! 조금만 더 버텨줘!"

그 때 였다.

테이프가 최고점에 다다른 순간, 나는 힘껏 양 손으로 테이프를 눌렀다.

"뚫려라!"

손에 찰진 감촉이 전해져 왔다.

하지만......

"아, 아닛?!"

물은 밑으로 내려갈 생각을 하지 않고, 계속 위로 차오르고 있었다.

"이...... 지긋지긋한 녀석들!"

나는 다시 한 번 테이프를 눌렀다.

하지만 물의 군세는 잠시 뒤로 물러나는가 했더니, 다시 위로 치솟아 올랐다.

"바..... 방어선이!!!"

물은 이미 테이프를 밀어내며 올라오고 있었다.

푸슈! 푸슈! 푸쉬이이익!!!

이미 테이프를 통한 방어선은 뚫려 버리고 만 것이었다.

나는 이렇게, 두 번째로 방어선 저지에 실패하고 말았다......

"왜에에에에에에에!!!!!"

2017년 8월 15일. 광복절. 오후 6시 00분 경


알 : 추가 자금의 투입을 결정해 주십시오.
내 : 결국 그럴 수 밖에 없는 건가......
알 : 이대로는 안 됩니다.
내 : 이번엔 뭐가 필요한거지?
알 : 관통기...... 입니다.
내 : 그걸로는 확실히 해결할 수 있는 건가?
알 : 확신은 할 수 없습니다. 다만......
내 : 다만?
알 : 무엇인가 걸려 있다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내 : 알겠다. 그런데, 구할 수는 있는건가? 오늘은 광복절이다. 휴일이지. 철물점이 문을 닫았을 가능성은?
알 : 동네를 다 뒤져서라도 구해 오겠습니다.
내 : 곧 God따님의 식사 시간이다. 식사 후 목욕 임무를 잊지는 않았겠지?
알 : 물론입니다. 시간 내로 구해 오겠습니다.
내 : 기대하지.

하필이면 엄청나게 비가 오는 날이었다.

나는 동네를 헤집고 다녔다.

첫 번째, 문을 닫았다.

두 번째도, 세 번째도.

"이렇게 패배하고 마는 것인가......"

야속한 하늘이여!

그 때 였다.

저 멀리서 보이는 불빛!

'철물' 이라고 쓰여진 저 영롱한 간판!

"열었다!"

나는 달리기 시작했다.

역시, 문을 연 철물점이 있었던 것이었다!!!

"얼마에요?"

"이거, 만원."

"네, 주세요."

만원으로, 나는 최강의 무기를 손에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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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빠르게 집으로 복귀하여, 교착 상태에 있는 전황을 해결하고 God 따님을 씻겨야 한다.

나의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하' 편에 계속>


참고로 말씀 드리지만,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그 '큰 것' 때문은 아닙니다.
차라리 그거 때문이었으면 이렇게 오래 끌지는 않았을 거에요......
정말 정체 모를 무언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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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긴급박한 내용의 뽀스팅을 지금에서야 읽게되다니..
그래도 파이가 아웃되기 이전이라 다행이네요.
이제 그 처절했던 후편으로 눈길을 돌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아.. 그러나 정말 처절했다는 생각에
지휘관과 최전선 고지를 지키고자했던 알님의 무전내용 손에 땀을 쥐며듣게 됩니다..
후편에 분명 고지가 탈환되었기를 바라며..

정말 사투를 벌였습니다 소철님 ㅠㅠ

너무 급박한 시간 시간을 보냈습니다......

후편에서 뵙겠습니다 (__)

크읏.. 엄청난 고난을 겪으셨군요
저도 한번 고생한적이 있는데
일반 뚤어뻥으로는 소용이 없더라구요
그래서 인터넷에서 평가가 좋은 뚤어뻥을 구입해서 해결했던 적이 있네요 ㅎㅎ

정말 죽는 줄 알았습니다.

이게 뭔 일이야...... ㅠㅠ

아 눈물없이 읽을 수 없는 단쳔 소설입니다. 꼭 성공하시길 빌면서 하편도 기다립니다.

현재 제 파워가 부족한 관계로 선댓후봇 하겠습니다. 하편을 기대하면서.....

내일 하편이 이어집니다!

큰놈을 만나셨군요. 비닐 씌우기로 대부분 해결 되는데.. ti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큰 놈이 뉴규?

그 놈의 정체는 하편에서 밝혀집니다.

미지의 녀석에게 매우 모욕감을 느꼈습니다 ㅠㅠ

헐 ㅋㅋ 웃지 못할 일이지만 웃음이 나오네요 ㅋㅋ (지송)
뚫어뻥으로 왠만하면 뚫리던데 아 정말 무서운 놈을 만나신 듯 합니다.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는데 뚫어뻥으로 해결했거든요..
하 편에서 꼭 해결 되길 기대해 봅니다요~~

뭐 때문에 막혔는지 몰라서 더 멘붕인 상황이었습니다......

저는 액체만 흘려 보냈을 뿐인데......

아.. 희안하네요.. 업체에 의뢰를 하셔도 되는 상황인듯 보여지네요..

I didn't understand anything, but I love Korean. I <3 rt4u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3

저는 부인이 있기 때문에 사랑을 받을 수는 없지만 감사합니다.

나는 인간으로 당신을 사랑만을 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아내가 질투하지 않습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great! :)

전쟁,스릴,서스펜스,희생,전우애,휴머니즘,
권력(?)...이 모든것을 느낄수 있는 다큐물

멋진 리뷰 감사합니다.

숨이 안쉬어질 정도의 벅찬 무언가가 느껴집니다.
냄새 때문은 아닙니다.

폐소공포증을 느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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