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것들|| #2 TV만화의 숨겨진 비밀

in #kr-culture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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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아이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번개 전사 슈퍼 그랑죠


내가 어릴 적 TV에서 본 만화를 잠시 늘어놓자면 이렇다. 쥐라기 월드컵, 축구왕 슛돌이, 베르사유의 장미, 피구왕 통키, 전설의 용사 라무, 번개 전사 슈퍼 그랑죠, 몬타나 존스, 시간탐험대, 미래 용사 볼트론, 은하철도 999, 메칸더 V, 꾸러기 수비대, 로봇 수사대 K캅스, 아벨 탐험대. 이밖에도 더 굵직굵직한 만화들이 있지만 내가 기억하는 건 이 정도다.

인기가 좋았던 이 만화들은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일본 만화라는 것. 이제와 만화의 국적이 무슨 상관있겠냐마는 당시에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한국인인 줄 알았던 통키가 일본인일 줄은 꿈에도 몰랐기 때문이다.

피구왕 통키의 원제는 ‘불꽃의 투구아 도지 단페이(炎の闘球児 ドッジ弾平)’로 ‘폭주 형제 렛츠&고(국내에서는 1998년 ‘우리는 챔피언’이라는 제목으로 방영됐다.)’의 작가인 코시타 테츠히로가 그린 만화다. 위에 나열한 대부분의 제목들도 국내 방영 당시 변경된 이름이다.

로봇 변신이 인상 깊었던 그랑죠는 ‘마동왕 그랑조트(魔動王グランゾート)’, 시간여행을 한다는 재밌는 설정의 시간탐험대는 ‘타임 트러블 돈데케만!(たいむとらぶるトンデケマン!)’, 신나는 주제가의 전설의 용사 라무는 ‘엔지 나이트 라무네 앤드 포티(NG騎士ラムネ&40)’, 우리들에게 십이간지(十二干支)를 외우게 해 준 꾸러기 수비대는 ‘십이전지 폭렬 에토레인저(十二戦支 爆烈エトレンジャー)’가 원제다. 은하철도 999나 베르사유의 장미처럼 원제를 그대로 가져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왜색(倭色)을 지우기 위해 변경되었다.

제목은 바뀌었지만 이 만화들은 하나같이 국내에서 인기가 높았다. 특히 꾸러기 수비대는 내용보다 주제가가 더 유명한 작품인데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만화 주제가를 부름으로써 십이간지를 외울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꽤나 교육적인 노래였던 셈이다.


많은 아이들에게 십이간지를 외울 수 있게 해줬던 꾸러기 수비대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는 이 만화들이 한국에서 얻은 인기에 비해 본토인 일본에서는 인기가 없었다는 점이다. 피구왕 통키, 꾸러기 수비대, 전설 용사 라무, 축구왕 슛돌이 등 한국에서는 모두 내로라하는 작품이지만 일본에서는 전부 흥행에 참패했다.

통키는 90년대 초반 피구 열풍을 일으키기는 했지만 TV도쿄 계에서 방영, 지방에서는 방송되지 않았고 시간도 애매해 모르는 사람이 많다. 독수리 슛으로 유명한 슛돌이는 인기 만화였던 캡틴 츠바사(キャプテン翼)의 아류작이라는 소리까지 들으며 인기몰이에 실패했다.
한 유투버는 이를 조사하기 위해 직접 일본으로 날아가 길거리 설문을 한 적이 있다. 설문에 응한 대다수의 사람들은 위의 만화를 한 번도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소 충격적이지만 천천히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다.

90년대 한국에서 만화는 그저 애들이나 보는 문화였다. 만화에 큰돈을 들이는 방송국이 흔치 않았다. 때문에 인기가 없는 작품을 싼값에 수입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국내에서는 이 만화들이 대박을 친 것이다.
훗날 만화 전문채널인 투니버스가 개국하면서 일본의 인기 만화들이 방영되기는 했지만 이전까지는 싼 맛에 수입한 만화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이 보기 어려운 정서의 만화가 방영됐던 것도 다 이런 이유였다.

사실 이제와 내가 본 만화의 인기 유무나 국적, 가격 등은 별로 중요치 않다. 한국인 통키나 일본인 탄페이나 내게는 모두 소중한 추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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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만화들 가끔은 너무 그리워 쉬는날 찾아서 다시 보며 그때의 추억을 떠올려보네요 ^^

저는 생각날 때마다 만화는 못 보더라도 주제가만이라도 찾아서 듣고는 해요.^^

저는 어릴 때 푸른천사 로미오? 푸른날개 로미오?
그 만화 정말 재밌게 봤어요 아직 노래도 외워요 :-)
날 잡고 다시 볼까봐요

얼마 전에 통키 다시 보는데 저는 못 보겠더라구요. 초등학생 애들이 막 점프하는데 수십미터씩 뛰고. 나이를 먹었나 봐요. ㅠㅠ

왠만한 만화의 노래는 다 외우고 다녔었는뎅 >_< 진짜 옛날생각이 다시나네요 !! 그리워짐 ㅠㅠ

저도 본 만화들 주제가는 다 외우고 다녔던 기억이 ㅋㅋ지금도 술 먹으면 그리워서 가끔씩 듣고는 하죠.

흥행 실패한 싸구려 만화인지 모르겠지만 전 옛날에 보던 만화들이 더 좋아요!!
지금 만화들은 뭐가뭔지 이해가 안가요.= =; 코드도 안맞고.= =;
요즘은 명탐정 코난 정도만 보니..= =;;
그시절 그때 만화들이 정서적으로 더 좋았던 거 같은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지금 만화들은 좀 너무 덕후스러운 듯한 느낌이라;;

요즘 만화는 너무 정처없이 떠돌기은 하져. 끝날 때 끝나야하는데. 코난도 이미 원래 나이를 넘어 선. ^^

ㅎㅎ 코난은 나이는 먹지 않죠.ㅎㅎ 하지만 가전제품은 비디오에서 DVD로 폴더 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바뀌었더라구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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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건가요? ㅎㅎ

그렇죠!! 그냥 아무것도 하기 싫을때 코난 켜놓고 있는데
얼마전에 올레티비에서 계약이 끝났는지 코난이 없어졌어요..ㅠ_ㅠ

연재가 끝나기 전에 계약이 끝나버리다니. 뭔가 코난 같네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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