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것들|| #4 비운의 작곡가 마상원과 은하철도999

in #kr-culture7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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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마상원. 자세히는 몰라도 어디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름일 것이다. 작곡가 이전 그는 70년대 ‘마상원과 그 악단’이라는 밴드를 이끌었던 음악가다. MBC의 인기 프로그램인 ‘명랑운동회’나 ‘가요청백전’에서 멋진 음악으로 예능에 활력을 더 했던 밴드가 바로 ‘마상원과 그 악단’이다.
나는 사실 방금 언급한 예능 프로를 한 번도 본 적 없다.(당시엔 내가 너무 어렸다) 그래서 밴드가 연주하는 음악도 들어 본 적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마상원이라는 이름 석 자를 또렷이 기억하는 건 그가 작곡한 수많은 만화 주제가 덕분이다.

악단을 운영하던 그가 어떻게 만화 주제가를 작곡하게 됐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만화를 방영해야 했던 방송사는 일본어가 아닌 한국어 주제가가 필요했고, 이 작업을 마상원에게 맡긴 게 아닐까 하고 추측만 해볼 뿐이다.
그가 작곡한 주제가들은 8,90년대 전반적으로 방영됐던 만화들이다. 그랜다이저, 메칸더V, 천년 여왕, 알프스 소녀 하이디, 플란다스의 개, 톰소여의 모험, 엄마 찾아 삼만리, 들장미 소녀 캔디, 은하철도999, 나디아, 꼬마자동차 붕붕, 머털 도사 등등. 이외에도 수십 곡은 더 있으니 그의 손을 안 거친 만화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다.
이중 반드시 언급해야할 만화 주제가가 있다. 은하철도999다. ‘은하철도999’의 주제가는 마상원을 대표한다 해도 부족함이 없을 곡이다. 그런데 여기에는 약간의 오해가 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은하철도999는 “기차가 어둠을 헤치고 은하수를 건너면~”하는 노래일 것이다. 그러나 이 노래는 마상원이 작곡한 곡이 아닌(그렇다고 아무 관계가 없던 건 아니다) 원작 주제가를 번안한 곡이다. 마상원이 작곡한 곡은 ‘눈물 실은 은하철도’라는 노래로 주제가가 아닌 삽입곡으로 쓰였다.
‘눈물 실은 은하철도’는 원래 주제가로 쓰일 예정이었다. 그러나 방송국은 아이들이 볼 만화의 노래가 너무 어둡다는 이유로 사용하지 않았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지도 않는 이유다. 이 연유라면 애초에 만화를 방영하지 말았어야 한다. 만화를 본 이라면 알겠지만 은하철도999가 어디 아이들이 볼만한 내용이던가. 한 번이라도 만화를 제대로 봤다면 이런 결정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어쨌든 방송국은 원작 주제가를 번안하여 사용하게 되고, 이 노래는 크게 사랑받게 된다. 그리고 마상원은 이로 인해 표절 작곡가라는 오명을 쓰는 계기가 된다.
1992년. 마상원이 작곡한 것으로 알고 있던 ‘마징가Z’와 ‘은하철도999’의 주제가가 원작과 같다는 게 세간에 알려지면서 표절 문제로 확산된다. 이는 사람들 사이에 크게 회자되며 마상원에게 표절 작곡가라 낙인찍게 된다. 오랜 시간 악단장으로 몸 담았던 밴드를 떠난 시기도 이즈음이다.

훗날 마상원은 인터뷰를 통해 표절에 대한 입장을 이렇게 밝혔다. “내가 만든 노래는 아니지만 일본인 작곡가의 이름을 올릴 수 없었던 방송국에서 내 이름을 사용했던 것. 당시에는 그런 일이 많았다.” 번안곡임에도 불구하고 버젓이 그의 이름이 올라가 있던 건 이런 사정 때문이었다.
생각해보면 ‘눈물 실은 은하철도’라는 훌륭한 곡을 만들어 놓고 굳이 번안곡에 자신의 이름을 올릴 이유 따위는 없었다. 그의 해명에도 표절 작곡가라는 낙인은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마상원은 이런 오명 속에서도 슈퍼 그랑죠, 축구왕 슛돌이 같은 명곡을 남긴다. 물론 온전한 평가는 받지 못했다. 만약 그가 현시대에 활동했다면 국민 모두가 기억하는 작곡가 됐을지도 모른다.


+못 다한 이야기+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은하철도999의 주제가. 번안곡이긴 하지만 후반부는 많이 다른데 후렴구는 마상원이 작곡했기 때문이다.



마상원이 작곡한 '눈물 실은 은하철도'다. 지금 들으면 이곡이 오히려 만화의 분위기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이 노래를 들은 일본 관계자가 호평했다는 후문이 있지만 정확한 사실관계는 확인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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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네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어렸을때 만화 주제가 지금도 참 잘만들었다고 생각하는 곡이 많은데
이런 사연이 있는 줄은 몰랐네요~

저도 대충은 알고 있었지만 자세히는 이번에 조사하면서 알게 됐답니다.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정말 비운의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재능도 시대가 뒷받쳐줘야...... ㅠㅠ

요즘엔 나라도 받여줘야..ㅠ

우스게소리로 밸런스 패치를 위해 한국 국적을 가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니.

어릴 때 이 만화 재미있게 봤어요. 내용도 하나도 이해 못하면서 그냥 봤던 기억이.. 사실 내용보다도 주제가를 더 좋아하긴 했네요. ^^; 작곡가에 대한 얘기는 처음 듣습니다.

저도 사실 그 때 본건 기억 하나도 안 나요. ㅎㅎ 나중에 누가 정리해 놓은 걸 보며 이런 심오한 내용이었구나 했죠. :)

어릴적 만화 주제가들은 하나같이 참 좋았던 것 같아요. 가수들도 많이 참여해서 부르기도 했고요

많은 가수들이 있지만 그래도 역시 만화 주제가하면 김국환 아저씨가!!
이 번 글에 함께 다룰려고 했는데 이미 김국환 아저씨는 유명하셔서 잠시 미뤄 뒀습니다. :)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몸은 괜찮으시죠?

번안곡을 표절곡이라고 하기에는 좀..;;;
영상을 보니 은하철도999가 참 스펙타클 했네요.ㅎㅎ
은하철도999를 들어는 봐도 본적이 없어서.ㅋㅋ

사실 저도 그땐 좀 어려서 하나도 기억이 안나요. 그렇지만 우울하고 슬픈 분위기는 기억해요. 추억이라는 감성과 함께요. :)

우와 이런이야기 읽으니 옛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네요ㅎㅎ 슈퍼그랑죠... 제가 진짜 좋아했었는데 ㅍㅎㅎㅎ그랑죠~! 그랑~죠! 마법으로빛나는 그랑~죠!ㅋ.ㅋ 옛기억 떠올리게 해주어 감사해요 초콜렛님!

안녕하세요.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0^
빨리빨리 연재를 해야하는데 계속 늦어지고 있어서 민망할 따름입니다. :)

한국은 지금 밤에 비가 내리고 있네요. 인디구님이 계신 곳의 날씨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 행복한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습니다. ^-^

한국은 비가내리나봐요! 저는 비는싫어하지만 밤비는 참 좋아해요ㅎ 집에서 막걸리에 지짐부쳐먹음..ㅈ 캬...>.< 여기 제가있는곳은 택사스인데 사막지역이라 평소엔 엄청 건조하고 덥답니다>.<

아, 택사스에 계시구나. 아이디 때문인지 순간 인디애나 쪽으로 착각을. :)
비가 많이 내리는 건 아니고 그냥 오락가락해요. 그냥 비라면 무미건조한데 어째 밤비라고 하니까 운치가 있네요. ^-^ 전 그래서 피곤해서 쉬는 김에 맥주 한 캔 먹고 있답니다. ^0^
근데 택사스에 계시면 막걸리와 빈대떡 먹으실 기회가 많이 없으실 거 같아요. ㅠ

ㅎㅎ네ㅜ 빈대떡..ㅜㅜ할무니 빈대떡 먹구싶네요 오늘 김치부침개라도 아쉬워서 부쳐먹어야겠어요 ㅍㅎㅎㅎ

오빠랑 어렸을때 보기는 보았는데 ㅋㅋ내용이 기억나지는 않고 ㅋㅋ 음악만 기억이 나네요. 음악의 힘이 이렇게 대단한 줄..ㅋㅋ작곡가님에게 그런 사연이 있었군요. ㅠㅠ 안타깝네요.

지난글이라 ㅠㅠ 보상에는 도움을 못드려 죄송하지만, 독자에게는 미소를 주셨습니다. 쵸코님~ :)

보상은 괜찮습니다. 보상을 생각하면 스팀잇에 글을 쓰기가 좀 힘들더라고요. 자꾸 타인과 비교를 하면서 스스로를 괴롭히더라고요. 그래서 어느정도는 내려 놓고 있습니다. :)

해피님이 재밌게 보셨다면 그거로 전 됐다고 생각해요. :) 염치 없지만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를 써 내려갈 테니 많이 봐주세요. ^0^

마지막으로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계시지요? 맛있는 것 많이 드시고 행복한 추석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0^

ㅎㅎㅎ저랑 비슷하시네용 ^^
앞으로도 많은 이야기 풀어주세요. ^^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지난 글들 몇개 읽었어요.."라면을 끓이며" ,"보고싶어" 등요..(나머지 지난 글도 시간나는대로 읽을생각입니다.) 다 너무 좋습니다. ^^ 보고싶어는 보면서 끼득끼득 웃었네요 ㅎㅎㅎㅎ
전 미국에 있어서 ㅠㅠ 추석하고는 거리가 멀어용 ㅠㅠ 맛있는게 일단 없는게 함정 이네요 ㅋㅋㅋ 쨋든 ^^ 잘 보내겠습니다. 감사해요~~
쵸코님도 행복한 추석 되세요. ^^

아, 미국에 계셨군요. 대충 예상은 했지만 확신이 없어서. :)
그러고 보니 스팀잇엔 외국에 계신 분들이 많은 거 같아요. 저는 오히려 외국과 굉장히 거리가 먼 사람인데. ^-^ 그래서 이렇게 해피님하고도 얘기를 나누는 것도 굉장히 신기하다랄까요.
아무튼 저는 추석동안 정말 아무것도 안 하고 쉴 생각입니다. 해피님도 오늘도 내일도 꼭 행복하셔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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