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우리가 열광했던 것들|| #3 통키 아빠는 피구하다 죽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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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만화가 한 두 개가 아니겠지만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인 피구왕 통키를 잠시 소개하려 한다. 피구왕 통키가 기억에 많이 남는 건 그저 만화만 본 것이 아니라 직접 피구를 하며 놀았기 때문이다.
나는 만화를 보기 전까지 피구, 즉 닷지볼(Dodgeball)이라는 운동이 있는지 몰랐다. 만화를 보면서도 피구가 실제 한다고 생각해본 적도 없다. 작가가 만든 가상의 운동인 줄로만 알았다.
피구는 1895년 YMCA 체육부장인 월리엄 모건(William Morgan)이 만든 구기운동으로 양 팀이 일정한 구역 안에서 상대를 공으로 맞춰 마지막까지 남는 팀이 승리하는 경기다. 만화를 본 사람이나 나와 비슷한 또래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운동이다.

이 피구라는 운동에 만화적 상상력이 더해져 만들어진 게 바로 피구왕 통키다. 지금은 너무나 터무니없는 만화가 됐지만 당시에는 무척이나 흥미롭고 놀라웠으며 무엇보다 재밌었다.
통키가 재미있던 이유야 많지만 굳이 한 가지를 꼽자면 주인공들의 필살기에 있다. 통키는 불꽃 슛을 타이거는 스카이 슛, 태백산은 파워 슛 같은 필살기를 하나씩 갖고 있다. 물론 나도 필살기 하나쯤은 구사했다.
피구왕 통키는 국내에 방영되자마자 큰 인기를 끌었다. 피구의 피 자도 모르던 한국에 피구 열풍을 일으켰으니 그 인기가 실로 엄청났다. 문방구에서는 통키의 불꽃마크가 그려진 피구 공을 팔았는데 없어서 못 팔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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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피구왕 통키 오프닝. 잠시 듣고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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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피구왕 통키는 일본 만화다. 통키라는 이름은 국내에 방영되면서 변경된 이름이다. 통키의 원제는 ‘불꽃의 투구아 도지 단페이(炎の闘球児 ドッジ弾平)’다. 일전에도 말했지만 나는 통키가 한국인인 줄 알았다. 그도 그럴 것이 나오는 모든 인물이 저마다의 한국 이름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치게키 단페이(一撃弾平(いちげきだんぺい)는 나통키로 코보토게 친넨(小仏珍念(ちんねん)는 오맹태, 여자 주인공은 토도 미사토(藤堂(みさと))가 아닌 손미나였다. 이밖에도 유명인의 이름을 따온 캐릭터도 있다. 서태지, 이봉원, 남진, 현진영 통키의 엄마는 무려 김미화다.
통키의 라이벌인 타이거의 이름은 니카이도 다이가(二階堂大河). 발음이 비슷해 ‘다이가’가 ‘타이거’가 된 게 아닐까 싶다. 여기에 한국의 성씨인 남을 붙여 남 타이거였다. 이름 하나로 삼국을 담은 셈이다.

통키의 설화 중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게 있다. 바로 통키 아빠의 죽음이다. 통키 아빠 나태풍은 많은 사람들이 피구를 하다 죽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나태풍은 프로 피구 유망주로 집을 떠나 수련하고 있었지 죽은 게 아니다. 국내에서도 나태풍이 죽었다는 내용은 없다. 어쩌다 죽었다고 소문이 났는지는 지금도 잘 모르겠다. 원작 만화 마지막에는 통키와 나태풍이 재회하는 장면도 있으니 통키 아빠가 금 밟아 죽었다는 것도, 피구 하다 죽었다는 것도 모두 진실이 아니다.

피구왕이었던 통키는 종영 후에도 수많은 왕족을 탄생시킨다. 축구왕 슛돌이를 비롯해 홈런왕, 요리왕, 낚시왕, 스피드왕, 리치왕(아, 이건 아닌가?) 통키는 ‘OO왕’의 시조 격이다. 이는 지금도 통영 되고 있으니 만화 치고는 그 영향력이 꽤 크다 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