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review 31. 물의 감옥 | 견찰과 경찰

in #kr-book6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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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88934976462

우리는 공안정치를 하는 끔찍한 나라에 살아봤습니다. 농담 따먹기를 녹음해서는 내란 음모라고 감옥에 처넣고, 국정원이 대선에 개입했는데도 셀프 감금이라며 오히려 피해자라고 하더니, 검찰은 대선 개입에 대해 무혐의 처리했습니다. 경찰은 온갖 공포정치의 개 노릇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경찰을 견찰, 검찰을 개검이라고 불렀습니다. 국정원은 멀쩡한 사람을 간첩이라고 증거를 조작하려다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도저히 경찰을 믿을 수 없는 세상이었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할 경찰이 무당에 홀린 독재자의 딸을 지키기 위해 개 노릇을 했습니다. 법은 이미 돈의 편입니다. 견찰과 개검과 국정원이, 국가의 주인인 국민을 개 돼지로 보고, 오직 정권만을 위해 일했습니다. 이런 견찰들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건 아니더군요. 정치적인 견찰은 아니지만, 개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사람을 해하는 견찰과 그놈에게 복수하려는 범죄자의 이야기인 <물의 감옥>이 쓰레기 견찰을 고발합니다.

줄거리는 대략 이렇습니다. 한 여자가 익사합니다. 그런데 그 여자는 경찰인 에릭 슈티플러와 연관이 있는 여자입니다. 이 사건을 슈티플러가 담당하고 팀이 꾸려지는데, 그 팀에 여자 신참 마누엘라 슈페를링이 들어갑니다. 열정 가득한 신참이 이것저것 해보려는데 슈티플러가 훼방을 놓습니다. 하지만 신참은 그 상황을 이겨내며 한 발씩 범인에게 접근합니다. 그리고 한 여자 라비니아 볼프가 있습니다. 라비니아는 누군가에게 미행당하고 있다고 늘 생각합니다. 그러다가 택시기사 프랑크의 택시에 탔는데, 프랑크가 라비니아에게 반합니다. 프랑크는 라비니아를 도와주고 싶어 했고, 라비니아는 프랑크에게 과거를 모두 털어놓습니다. 그리고 실종됩니다. 범인은 알고 보니 슈티플러와 관계된 여자들을 죽이고 있었습니다. 그의 전처, 그와 잠을 잔 여자들. 신참은 이 사실을 알아내고 범인이 라비니아를 살해하려 한다는 추리까지 완성합니다. 그리고 그녀를 구하려고 달려갑니다. 결말은 비밀. 책에서 확인해보세요.

문화적 차이인지 이해할 수 없는 게 있습니다. 범인이 슈티플러의 여자들을 살해하는데, 여자의 죽음으로 슈티플러가 괴로워한다면 그야말로 작전 대성공입니다. 실제로 슈티플러는 전처가 살해되자 죽을 만큼 괴로워합니다. 그런데 사랑하지도 않은 성적인 만남의 여자들의 죽음은 슬퍼하지 않습니다. 슬퍼할 이유도 없는 여자를 왜 죽이려 한 걸까요? 슈티플러가 괴로워하는 게 목적인데, 하나도 안 괴로워하잖아요. 이 부분이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라비니아가 차라리 슈티플러의 딸이었다면 더 극적인 상황으로 전개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슈티플러는 라비니아를 사랑하지도, 구할 생각도, 관심도 없거든요. 그녀가 죽든 말든 아무런 관련이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범인은 마지막 희생자로 라비니아를 선택합니다. 제가 유럽의 문화를 이해 못하는 것이거나, 책을 잘못 읽은 것이거나, 범인이 멍청이거나. 아니면, 전처를 죽여 실성하게 만든 다음, 복수심에 불타는 슈티플러를 유인하려고 한 것 같기도 합니다. 슈티플러는 라비니아를 구하러 가는 게 아니라 범인을 죽이러 가는 것일 테니까요. 아마도 이런 이유였나 봅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면 아시겠지만, 범인의 증오가 충분히 이해됐습니다. 슈티플러는 견찰이거든요. 아니 그냥 개자식이었습니다. 견찰이라고 부르기도 아까울 정도의 악마더군요. 이런 악마들은 현실에도 많습니다. 경찰이라는 신분으로 활동하지만 사실은 악마입니다. 우리는 이런 수많은 견찰과 악마들을 뉴스에서 접합니다. 여왕폐하 부역자들 청문회에서도 이런 악마들을 목격할 수 있습니다.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 안 했다, 나는 잘못이 없다. 국민들은 그런 악마들에게 분노했습니다. 입만 열면 거짓말을 내뱉는 악마들. 그당시 지하철에서 고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애들이 이런 대화를 하더군요. '김재규 같은 사람이 나타나서 그녀를 쏴 죽였으면 좋겠다' 라구요. 하~~ 청소년들은 생각하는 것도 다르더군요.

독일이 배경인 소설은 오랜만입니다. 독일이 배경인 스릴러는 처음인 것도 같습니다. 책은 매우 두껍지만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읽을수록 속도가 붙었고, 라비니아가 실종된 이후로는 손에서 책을 내려놓을 수 없었습니다. 챕터마다 관점이 변하는 3인칭이라서 그런지 도입부는 좀 헷갈렸지만, 읽다 보니 금방 적응됐습니다. 관점이 변할 때마다 성을 부르기도 하고 이름을 부르기도 해서, 등장인물들 이름을 적으며 읽긴 했지만 불편하진 않았습니다. 제대로 속도가 붙으니 외국인 이름을 잘 못 외워서 외국소설을 잘 읽지 않는다는 핑계가 무색해졌습니다. 그 정도로 속도감 있는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큰 줄거리와 상관없는 상세한 묘사들이 처음엔 지겹긴 했지만, 일단 속도가 붙으니 지루한 묘사들도 읽는 재미를 더해줬습니다. 안드레아스 빙켈만의 소설은 처음인데도 작가님의 매력에 푹 빠질 정도였습니다. 아, 큰일입니다. 이렇게 재밌는 소설들을 만나는 요즘, 소설 쓰기보다 소설 읽기가 더 즐겁습니다.


♡♥♡ 보팅 댓글 리스팀은 사랑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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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건 국민의 경찰이 아니 권력의 개가 된 사례는 많이있죠!
여왕폐하 부역자들, 견찰, 악마들이 더 이상 나오지 않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고, 권력을 견제할 수 있도록 늘 깨어 있어야겠죠!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으면 저런 놈들 또 나온다고 해요. 그러니 눈에 불을 켜고 관심하려고요.

이제서야 들판에 봄이 온것 같습니다. 리뷰만 봐도 재밌는데 진짜 책으로 보면 더 재밌을지 궁금합니다.^^

완전한 봄이 왔어요. 낮엔 덥기깢. ㅎㅎㅎ

5월 다시 파이팅해요!
호출에 감사드립니다!

오늘도 파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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