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스팀] 바깥은 여름, 김애란, 문학동네(2017)

in #kr-book7 years ago (edi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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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laylakim 입니다.
오늘은 제가 좋아하는 김애란 작가의 책 리뷰를 포스팅하려고 합니다.

김애란 작가는
<두근두근 내인생>, <비행운>으로 유명한 분이죠.
전 몇년 전 비행운을 처음 읽고 충격에 빠졌었어요.
뭔가 그로테스크하면서도 본인이 전달하고자 하는 현대 사회의 여러 단면을 판타지적으로 잘 전달한 것 같았거든요. <비행운>도 단편집입니다.
그래서 그 이후에 읽었던 장편 <두근두근 내인생>은 생각보다는 제 취향이 아니었어요.
작년에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을 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원래 정유정 작가의 글을 읽으려고 했는데, 정유정 작가의 작품은 흠...뭐랄까 마음의 준비가 더 필요한 것 같아요.
그래서 상대적으로 호흡이 짧은 단편 쪽으로 마음을 옮겼습니다.

요새는 아이패드프로에서 리디북스로 전자책을 읽으니
정말 세상 좋아졌어요~~
광화문 교보문고에 나가볼까.
알라딘 헌책방에 가볼까.
아직도 뭔가 종이책에 대한 마음이 더 큰 건 사실이에요.
그러다가 모든 게 귀찮아서 전자책을 다운로드 받았습니다.
서론이 너무 길었네요.

책 리뷰로 들어가볼게요.

**Review
총 7개의 단편으로 되어 있습니다.

첫 번째 이야기, 입동

평범한 가정의 이야기가 펼쳐져요.
너무나 평범해서 제 이야기 같아서 중간 중간에 웃음도 났습니다.
두 부부는 결혼10년만에 어렵게 가진 5살 난 어린 아이를 키우며,
자꾸 오르는 전세금 때문에 집 매매를 결심합니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살기 좋은 아파트 단지에 다소 오래된 아파트를 구입해서
열심히 꾸미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어린이집 셔틀 버스에 치여 아이가 죽게 되는 충격적인 사고를 겪게 됩니다.
두 부부는 아이를 잃고, 행복도 잃게 됩니다.
무엇을 위해 이 아파트에 이사를 왔으며, 무엇을 위해 힘들게 매일 매일을 살아가는가.
세 가족이 행복하게 살기 위해 예쁘게 꾸몄던 집,
특히 부엌 식탁 옆 벽지를 예쁘게 꾸몄었습니다.
아이가 죽은 뒤, 집에 잠시 오신 시어머니는
어린이집에서 실수로 보낸 선물용 복분자주를 터뜨리게 되고
부엌 옆 벽지를 더럽히게 됩니다.
더럽혀진 벽지를 새로 바를 힘도 남아 있지 않던 두 부부는
그렇게 시간을 보냅니다.
그러다 드디어 벽지를 두 부부가 힘을 합쳐 새로 도배를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귀퉁이에서 아이가 스스로의 이름을 쓴 낙서를 발견합니다.
금기처럼 슬픔을 이야기하지 못했던 두 부부는
아이에 대해 슬픔을 나누며 서로를 보듬어갑니다.

뉴스에서 일년에 한두번씩 무심코 보는 어린이집 셔틀 버스 사고 이야기.
어머, 저런 일이 쯧쯧쯧..
그 뒤에 남겨지는 그 아이의 부모의 심정에 대해서는
5분 정도 공감하다가 지나가곤 했던 것 같습니다.
현실에서 갑자기 일어나는 평범한 사람들의 불행을 김애란 작가는 특유의 감각적인 문체로
담담하게 풀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작가의 글을 따라가다보니, 아직 아이가 없는데도 그 두 부부의 마음이
너무나 절절하게 와닿아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탄식과 안타까움을 표한 이웃이 우리를 어떻게 대하기 시작했는지. 그들은 마치 거대한 불행에 감염되기라도 할 듯 우리를 피하고 수군거렸다. 그래서 흰 꽃이 무더기로 그려진 벽지 아래 쪼그려앉은 아내를 보고 있자니, 아내가 동네 사람들로부터 '꽃매'를 맞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많은 이들이 '내가 이만큼 울어줬으니 이제 그만 울라'며 줄기 긴 꽃으로 아내를 채찍질하는 것처럼 보였다. (p53)

뉴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에 감정이입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슬픔에 대해 비난하지는 말아야 할 것입니다.
그만큼 슬퍼했으면 됐잖아. 이제 그만 좀 해.
이런 폭력이 우리 사회에서는 너무나 빈번한 것 같습니다. 바깥은 여름이 이제 되었지만 아직도 그 부부에게는 아이를 잃은 지금은 추운 겨울입니다. 이제 벽지 도배를 마치고 겨우 봄에 다가가려고 열심히 노력 중입니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은 이제 여름이 왔는데, 왜 추운 외투를 껴 입고 사냐고 비난하고 피합니다. 이 두 부부는 차마 아이 앞으로 나온 합의금을, 보상금을 쓰지 못합니다. 그 돈을 쓰면 아이의 죽음이 사실이 되는 것 같아서. 그러나 대출이자는 쌓여만 가고, 아이의 일 수습을 위해 뛰어다니느라 생업은 뒤쳐져 경제 사정은 바닥으로 떨어집니다. 그래도 차마 그 돈에는 손을 댈 수 없습니다. 소설 말미에 아내가 남편에게 우리 그 돈으로 대출을 갚자고 이야기 합니다.
사고로 인해 아이를, 가족을 잃은 사람들에게 돈 받았으니 되지 않았냐 아무말이나 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만큼 받았으니 됐지 사건의 진상 파악이라던지 진정성 있는 사과는 왜 요구하느냐고들 합니다. 돈을 더 받으려고 하는 것 아니냐고들 합니다.
작가는 가족을 잃은 평범한 가족의 마음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너무나 평범한, 우리 아파트 옆 동, 옆집에서 일어날 수도 있는.
그리고 그들을 바라보는 이웃. 이웃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 같습니다.

두번째 이야기, 노찬성과 에반

할머니와 둘이 사는 노찬성과 병 들어 죽어가는 늙은 개 에반

세번째 이야기, 건너편

노량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만났던 두 젊은 연인의 만남과 이별

네 번째 이야기, 침묵의 미래

사라져가는 모국어의 이야기

다섯 번째 이야기, 풍경의 쓸모

이혼한 아버지에게 애증을 가지고 있는 한 대학 강사

여섯 번째 이야기, 가리는 손

이혼한 어머니와 청소년이 된 다문화가정의 아들

일곱 번째 이야기,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학생을 구하다 불의의 사고로 남편을 잃은 30대의 젊은 아내

일곱 이야기 모두,
우리 이웃의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뉴스에서 볼 법한, 아니면 주변에서 들었음직한.
죽음, 사고, 소멸의 이야기를 합니다.
전 김애란 작가 특유의 현실을 바라보는 눈을 좋아합니다.
다소 우울하고 비관적인 색채가 없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이야기이므로 알아야 하는,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결정 된 것은 없어서 달라질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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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나눔]무조건-수동보팅 11회차 에 참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책 추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김애란 작가라니!!
반가워서 바로 들어왔어요^^
저는 <달려라 아비>로 처음 작가를 만났는데
b급 코미디같은 느낌이 참 웃픈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답니다
작가의 우울한 시선이 현실이죠^^

김애란 작가 코드가 참 좋아요
디디엘엘님도 좋아하신다니!!!
현실을 특별히 우울하게 본다기보다 그게 현실..
맞는 것 같아요

레일라킴님의 감성은
완전 제 취향저격 빵야빵야!ㅎㅎ

앗 이러시면 또 너무나 부끄럽습니다.
더 열심히 부응해야겠네요

첫 번째 글은 이렇게 짧게만 읽었는데도
가슴이 짠했어요
김애란 작가님은 잘 몰랐는데 찾아읽어봐야겠네요!

저도 우연히 친구 추천으로 김애란 작가님을 알게 됐는데 참 마음에 들어요.
비행운도 추천드립니다.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해요~

@laylakim님이 정리한 글을 읽으니
오래전 기억들이 조금씩 나네요.

개인적으론 제 취향과는 잘 맞지 않았던 책으로 기억해요.^^;;

제가 성격과는 다르게 글 취향은 상당히 우울해서 ㅋㅋ
읽은 지 오래되셨다고 하니 제 생생한 기억을 빌려드립니다. 침묵의 미래가 이상문학상 받았는지 몰랐네요. 어쩐지 난해하더라...

너무나 평범한 우리 이웃의 이야기라서 너무 슬펐어요 ㅠㅠ

그만큼 슬퍼했으면 됐잖아. 이제 그만 좀 해.

이거 진짜 너무 심한 폭력인 것 같습니다.
피해자를 바라보는 시선도요!
좋은 리뷰 감사합니다 :D

우리 사회가 언제쯤 피해자의 입장에 더 서주게 될 날이 올까요? 지속적인 관심까지는 너무 바빠서 못 가진다면...비난은 정말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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