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끄끄|| #4. 라면을 끓이며

in kr-book •  2 years ago 

라면을 끓이며.jpg


나는 오랜 세월 동안 라면을 먹어왔다.
거리에서 싸고 간단히, 혼자서 끼니를 해겨할 수 있는 음식이다. 그 맛들은 내 정서의 밑바닥에 인 박여 있다.
모르는 사람과 마주앉아서 김밥으로 점심을 먹는 일은 쓸쓸하다.
쓸쓸해하는 나의 존재가 내 앞에서 라면을 먹는 사내를 쓸쓸하게 해주었을 일을 생각하면 더욱 쓸쓸하다. 쓸쓸한 것이 김밥과 함께 목구멍을 넘어간다.

라면이나 짜장면은 장복을 하게 되면 인이 박인다. 그 안쓰러운 것들을 한동안 먹지 않으면,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공연히 먹고 싶어진다.
인은 혓바닥이 아니라 정서 위에 찍힌 문양과도 같다. 세상은 짜장면처럼 어둡고 퀴퀴하거나, 라면처럼 부박浮博 하리라는 체념의 편안함이 마음의 깊은 곳을 쓰다듬는다. 이래저래 인은 골수염처럼 뼛속에 사무친다. _본문에서

_김훈, 라면을 끓이며


김훈 작가의 글을 읽는다는 건 생각보다 더딘 일이다. 남한산성이 그랬고 라면을 끓이면이 그러했다. 당연한 일이다. 그는 아직도 글을 쓸때 원고지에 한 글자씩 써 내려간다. 쓰는 사람이 오래걸리니 읽은 사람도 오래 걸릴 수 밖엔 없는 것이다.
끝배너1호.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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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 작가님은 정말...... 글이 멋집니다 그냥 ㅠㅠ

아 참, 제가 지금 소설과 즐거운 이야기들에 좀 더 많은 보팅을 하기 위해 한 달 간 스팀 파워 임대를 하려고 하는데,

경쟁이 치열하여 투표로 임대자를 결정하고 있습니다 :)

혹시 괜찮으시다면 아래 주소로 한 번 방문 해 주셔서 제 댓글에 1% 보팅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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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이 댓글이 보시기 불편하셨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__)

물론 해드려야죠. :) 가서 그냥 알티님에게 보팅하면 되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

감사해요 ^^

남한산성은 읽다가 포기했고 이 책은 읽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상태인데 글을 읽어보니 남한산성보다는 수월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잘 읽고가요

남한산성보다는 가벼운 소재이긴 합니다. 근데 저는 처음에 제목만 보고 음식에 관련된 글이 많을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라서 깜짝 놀랐던 기억이. 김훈 작가 답게 확실히 산문이라도 무게감이 있습니다.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

넘사벽 김훈님. 그저 입 벌리고 감탄만 하지요.

문장 하나하나에 힘이 있는 작가죠. :)

글 쓰는 분들은 어떻게 저리 섬세하게 표현을 잘하시는지 항상 감탄하게 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