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 by 존 보인

in #kr-book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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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선의 어느쪽에 서 있는가


9살 소년에게 전쟁은 남의 이야기였다


세계 대전이 벌어지고 있고, 유대인들은 강제수용소로 잡혀가고, 어떤 이들에게는 사람 목숨이 파리 목숨보다도 못한 그런 시절. 여기 한 소년이 있었다. 9살. 이런 가혹한 세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소년 브루노. 그의 관심사는 그저 어떻게 하면 친구들과 더 재미있게 놀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자기를 괴롭히는 누나가 자기에게 관심을 꺼줄 수 있는지 하는 것뿐이었다. 자기 아빠가 꽤 높은 독일군 장교라는 건 알지만 아빠가 하는 일이 정확히 뭔지는 몰랐다. 과일을 파는 것도 아니고, 요리사도 아니고. 하지만 빳빳하게 다려진 군복과 반짝이는 훈장들, 그리고 자기 집에 드나들며 깍뜻하게 경례를 해대는 수많은 병사들을 보며 그저 아빠가 대단한 일을 하는 거라 짐작만 할 뿐.

그러던 어느날 아빠는 '퓨리'의 명령으로 '아웃위드'라는 곳으로 전출을 가게 됐다. 그곳에서 그가 해야만 하는 아주 중요한 일이 있다고 했다. 그 삭막한 곳에 혼자만 갈 수 없어서, 아내와 딸, 그리고 브루노까지 온 가족이 함께 가야한다고 했다.

브루노는 '아웃위드'로 가는 게 싫었다. 친한 친구들과도 헤어져야 하고, 넓은 집도 포기해야 하니까. 막상 도착한 '아웃위드'는 허허벌판이나 다름없었다. 이들이 다닐 학교도 없어서 가정교사에게 배워야 했고, 당연히 함께 놀 친구들도 없었다. 그의 집에서 늘 보아오던 즐비한 건물들, 북적이는 사람들도 없었다. 이곳에는 그의 시선을 잡아끌 어느 것도, 그와 놀아줄 그 누구도 없었다.

9살 브루노는 누나가 아무리 '퓨어러(Fuher: 총통)'의 명령으로 온 거라고 말해줘도 그가 누군지 몰라 '퓨리(Fury: 분노)'라고 알아들었고, '아우슈비츠(Auschwitz)'라는 이곳의 이름을 발음하지 못해서 '아웃위드(Out-With)'라고 부를 정도로 너무나 어리고 순진했다.



출처: 교보문고
한글판 표지. 줄무늬 파자마를 나타내기 위해 파란 줄무늬를 표지로 썼다.


그저 친구가 그리웠던 브루노


그러던 어느날 소년은 이곳에 자기네 가족이 머무는 관사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걸 발견했다. 관사 뒤쪽으로 저 너머에는 철조망이 있었고, 그 철조망 너머에는 (비록 높고 화려하진 않았지만) 즐비한 건물들과 (비록 모두 같은, 줄무늬 파자마 같은 옷을 입고 있기는 했지만) 북적이는 사람들이 있었다. 저곳에는 학교가 있을까? 저 너머에는 우리 동네에서 보던 시장 골목도 있을까? 저 사람들 중에는 내 또래 아이들도 있을까? 함께 놀 친구가 있을까?

브루노는 자꾸만 철조망 너머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리고, 가끔씩, 어른들이 모두 바쁠 때 철조망을 따라서 죽 걸으며 그 너머의 세계를 관찰하곤 했다.

그러던 어느날, 한참을 걷던 브루노는 아무도 없는 철조망 너머로 한 소년을 발견하게 된다. 건물도, 사람들도 보이지 않는 이 먼 곳까지 걸어와 혼자만 철조망 앞에 앉아 있던 소년. 그 소년이 남루해보이는 파자마를 입고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머리를 박박 밀었지만 괜찮았다. 드디어, 함께 놀 (적어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친구가 생긴 것이다.

브루노는 틈이 날 때마다 이곳까지 한 시간여를 걸어와 그 소년과 만나기 시작했다.



출처: Goodreads
영어 원서 표지. 철조망의 양쪽에 앉아 있는 소년들.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이 표지는 영화의 한 장면이다.


당신은 선의 어느 쪽에 서있는가.


브루노는 물어본다. "이쪽으로 넘어올래? 같이 놀자."
그 소년은 고개를 젓는다. "네가 이쪽으로 와."
브루노는 멈칫한다. 왠지 이 철조망을 넘어가는 건 불안하다.

그렇게 둘은 서로를 마주보고 이야기를 나누며 우정을 쌓아간다. 자신들을 갈라놓고 있는 철조망은 애써 무시한 채.

우연인지 필연인지, 그 소년도 9살이었다. 브루노와 생일마저 똑같았다. 누가 보면 쌍둥이라고 해도 믿을 것 같았다. 그저 선의 (그러니까, 철조망의) 이쪽과 저쪽에 있는 것만 다를 뿐. 하지만 그 '선'이 너무나 중요하다는 걸, 그건 무시할 수 없는 차이라는 걸 둘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과연, 앞으로 이들은 어떻게 될까?

이 책의 설정을 위해 9살 브루노가 너무나 눈치없고, 순진하기만 한 아이로 나오는데, 그 점이 내게는 다소 거슬리긴 했다. 하지만 그 점만 슬쩍 눈감는다면 (혹은 그 점이 전혀 거슬리지 않는다면) 이 책은 분명 큰 감동을 주는 책이다. 그다지 길지도 않고, 어려운 내용도 없어서 쉽게 읽을 수 있다.

이 책을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도 만들어졌으니, 영화가 더 익숙하신 분이라면 영화를 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이다.


나를 깨우는 말들


1.

‘We don’t have the luxury of thinking,’ (p. 13)

"우리에게 '생각한다'는 건 사치야."

하지만, 그럼에도, 생각을 해야 한다. 생각없이 사는 삶은 너무나 큰 잘못을 저지를 수 있다.


2.

if Father’s job means that we have to move away from our house and the sliding banister and my three best friends for life, then I think Father should think twice about his job, don’t you?’ (p. 17)

"만일 아빠 직업 때문에 우리가 이 집에서 이사를 가야하고, 그래서 계단 난간에서 미끄럼도 못타고, 내 친한 친구 3명과도 헤어져야 한다면, 아빠가 직업에 대해서 다시한번 생각해봐야한다고 생각해. 안 그래?"

이런 상황에서 부모님의 직업을 그만두고 가족을 택하는 비율은 얼마나 될까? 반드시 누가 옳다, 그르다 말하기 힘들지만. 가족이 헤어져 살 수도 없고, 함께 살기 위해 가족 구성원 중 누구 한 명이 희생해야 하는 거라면. 참, 어려운 문제다.


3.
저 철조망 너머에 수많은 사람들이 있는데 왜 우리는 그들과 만날 수 없는지, 그 안에 같이 놀 자기 또래의 친구들이 있을 수 있는데, 그애들은 신나게 놀고 있을 텐데, 왜 자기는 철조망 이쪽에서 혼자 외롭게, 기껏해야 관사에 드나드는 병사들밖에 없는 이곳에서 지내야 하는지 궁금했던 브루노. 그는 아빠에게 철조망 너머의 사람들에 대해 물어본다.

‘Ah, those people,’ said Father, nodding his head and smiling slightly. ‘Those people … well, they’re not people at all, Bruno.’
Bruno frowned. ‘They’re not?’ he asked, unsure what Father meant by that.
‘Well, at least not as we understand the term,’ (p. 53)

"아, 그 사람들." 아빠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살짝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 사람들은... 뭐, 그들은 사람들이 아니란다, 브루노."
브루노는 인상을 찌푸렸다. "사람들이 아니에요?" 브루노는 아빠의 말씀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물었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해하는 그런 의미의 '사람들'은 아니라는 거지."

그들은 '사람들'이 아니었다. 독일군 장교에게는.


4.
브루노의 할머니는 자신의 아들 즉, 브루노의 아빠가 탐탁치 않았다. 아니, 아들이 맘에 들지 않은 게 아니라, 아들이 하는 '일'이 맘에 들지 않았다.
승진을 해서 번쩍이는 훈장을 단 새 군복을 입고 파티를 하는 아들을 보고, 브루노의 할머니는 한탄을 한다.

‘Standing there in your uniform,’ she continued, ‘as if it makes you something special. Not even caring what it means really. What it stands for.’ (pp. 90-91)

할머니가 말을 이었다. "군복을 입고 그렇게 서서, 마치 그 군복이 널 뭔가 특별한 존재로 만들어주는 것처럼. 그 군복이 정말로 뭘 의미하는지는 신경쓰지도 않고. 그게 뭘 뜻하는 건지."

독일군 장교의 새 훈장, 군복, 승진. 그건 누군가의 수많은 죽음을 뜻하는 거겠지.


5.

What exactly was the difference? he wondered to himself. And who decided which people wore the striped pajamas and which people wore the uniforms? (p. 100).

정확히 뭐가 다른 거지? 그는 궁금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줄무늬 파자마를 입고 어떤 사람들이 군복을 입는지는 누가 결정하는 거지?

글쎄. 누가 결정하는 걸까? 그들과 우리는 뭐가 다른 걸까?


제목: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
원서 제목: 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출판사: 비룡소
옮긴이: 정희성
저자: 존 보인 (John Boyne)
특징: 같은 제목의 영화로도 제작되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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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bree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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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인들이 집단으로 미쳐가기를 선택할때
부르노 집에서는 아빠만 그런 인간으로 변해가죠

마지막에 가서는 너무 슬펐어요. 누군가는 자업자득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사람이 감당하기엔 큰 슬픔이니까요.
군인이라는 직업이 아니었더라면 좀 달랐을까요?

뭐였지 예전에 읽었던 임레의 "운명"이 생각나네요. 부다페스트 유대인 작가의 자전적 소설로 노벨 문학상을 받은 거였는데 이 사람의 운명도 정말 기구했죠

노벨상을 받기 전까지만 해도 거의 헝가리 문학계에서 듣보잡 취급 당했었고 가난했었는데 노벨상을 받고 나서 재평가를 받고 가난을 겨우 벗어났었지요

이 소설은 머랄까 오히려 아우슈비츠의 삶을 간접적으로 재시하고 기존의 홀로코스트 소설과 다른 관점으로 바라봐서 정말 독특했었고 그래서 인지 아직까지 머릿속에 남아있습니다 ㅋㅋ;

사실 어떻게 보면 이 소설은 이 사람의 자전적 소설 4부작 중 1부라고 봐도 되는데 (운명-좌절-기도-청산) ㅋㅋ 저는 홀로코스트 하면 이 책이 처음으로 떠오릅니다. ㅎㅎ

혹시 안 읽어보셨다면 추천드려요~ ㅎㅎ

처음 들어봐요. 한번 찾아볼게요. 추천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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