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미국 의료계를 팩트폭행하는 책

in #kr-book4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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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현실 의사


지금까지 웬만한 의드는 거의 봐왔던 거 같다. 기본적으로 재미를 깔고 들어가는 데다 의드 특유의 감동도 있고, 거기에 로맨스까지 솔솔 뿌려지면, 이변이 없는 한 의드를 선택했을 때 실패는 없었기 때문이다.

주로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봤지만, 미드에서도 <그레이 아나토미>, <하우스>, <굿 닥터> 등을 봤다. 나도 만약에 의대에 갔다면 저렇게 동료 의사들과 치열하게 고민하며 환자를 치료하는 멋진 의사가 됐을까, 라는 환상을 잠깐 하게 만들고, 의사들에 대한 호감도를 높여주는 의학 드라마들.

그런데 드라마 말고, 현실 속의 의사들은 어떨까? 미국의 의료계를 살짝만 들여다보자.


환자 치료보다 돈 욕심에 눈 먼 의사


만일 의사가 환자의 병을 치료하고 환자를 건강하게 회복시키는 것보다 자신의 안위와 수입 확대를 더 신경쓴다면? 환자의 소송에 대비하느라 최선을 다해 치료 했다는 걸 증명하려고 혹은 돈을 벌기 위해 과잉진료를 하고, 덕분에 환자는 과도한 병원비와 치료비를 떠안아야 한다면?


과잉 치료의 문제는 많은 곳에서 고소에 대한 두려움과 또한 일부 의사들의 경우 수입 확대를 위한 욕망으로 인해 더 악화되고 있다. 작가이자 의사인 제롬 그루프먼에 의하면 대부분의 의사들은 "치료보다는 고소당하는 것 혹은 자신들의 수입을 극대화시키는 것에 대해 더 걱정한다." 혹은 약간 우스꽝스러운 다른 사람의 해설을 덧붙이자면, "한 사람에 대한 과잉진료는 다른 사람의 수입원이다." (각주 1)


아, 물론 이건 미국 이야기다. (아래에 있는 각주 1 참고) 2019년 10월에 나온 책이니 먼 옛날 이야기도 아니다. 최근까지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한국 의사들에 대한 책을 읽은 게 아니라서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도 과잉진료 문제 해결을 위해 포괄수가제를 늘리려고 한다는 기사를 본 것 같긴 하지만.


제약회사의 뒷돈을 받는 의사


의사가 처방해준 약이 환자의 치료에 꼭 필요해서라기보다 제약회사에서 뒷돈을 받았기 때문이라면?


제약회사들은 자신들의 약을 홍보하기 위해 통상적으로 의사들에게 상당한 보상을 제공한다. <뉴욕 리뷰 오브 북스(The New York Review of Books)>에 글을 쓴 하버드 의과대학 마르시아 앤젤은 "대부분의 의사들이 어떤 방식으로든 제약회사로부터 돈이나 선물을 받는다."고 말했다. 어떤 제약회사들은 의사들이 호화 리조트에서 골프 치고 즐기는 게 거의 전부인 컨퍼런스에 참여하는 비용을 댄다. 어떤 제약회사들은 의사들이 자기들이 쓰지도 않은 논문에 이름을 올릴 수 있도록 돈을 대고, 그들이 정말로 하지도 않은 "리서치"를 위해 보상을 제공한다. 미국 내 제약회사들이 해마다 의사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지출하는 비용은 도합 "수백억" 달라일 거라고 앤젤은 추정한다. (각주 2)


이것도 물론 미국 이야기다. (아래에 있는 각주 2 참고.) 한국의 실정은 어떤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도 최근 경찰이 리베이트와 관련해서 중외제약을 압수수색했다는 기사를 읽은 것 같긴 하지만.


환자를 위하는 의사


환자를 잘 치료하는 의사는 실력이 좋은 의사일 것이다. 그런데, 실력이 좋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 아니, 환자를 잘 치료한다는 건 어떤 걸 말하는 걸까.


의학만으로 모든 걸 다 해결할 수 없다는 건 간단명료한 사실이다. 하지만, 의학만 고집할 필요는 없다. 다른 요인들도 결과에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친다. 때로는 아주 놀라운 방식으로. 예를 들면 친절함 같은 것 말이다. 2016년 당뇨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뉴질랜드 연구에서는 환자에게 더 다정한* 의사들이 치료할 경우 심각한 합병증으로 고통받는 환자가 40% 더 적었다. 관찰자의 표현을 빌자면 "가장 강도 높은 의학 치료 결과와 비유할만"하다.
짧게 말하자면, 공감이나 상식과 같은 일상적인 특성들이 기술적으로 뛰어난 장치들만큼이나 중요할 수 있다는 거다. (각주 3)
(* rated high for compassion)


환자에게 더 공감하고 친절한 의사가 치료를 더 잘한다는 즉, 더 실력이 좋은 의사라는 뜻이다. 위에 나와 있듯이 뉴질랜드의 사례다.(아래에 있는 각주 3 참고) 실력 좋은 의사는 환자를 잘 치료하는 의사일 것이고, 환자를 잘 치료하는 의사는 의학적 실력과 더불어 환자에게 공감을 잘해주는 의사란다.

한국은 어떤지 모르겠다. 전국 1등을 놓치지 않기 위해 애쓴 의사에게 수술받고 싶지 않느냐는 설문지를 본 것 같긴 하지만, 환자에게 얼마나 친절한지를 자랑하는 내용은 본 기억이 없다. 의사들이 환자를 얼마나 위하는지도 책이나 자료를 본 게 없어서 잘 모르겠다. 자신들의 의견을 관철시키기 위해 의사들이 (응급실과 중환자실 의사들 포함) 환자들 곁을 떠나 파업을 했다는 기사는 봤지만.


때마침 이 책을 읽었다


The Body: A Guide for Occupants라는 책을 읽고 있는데, 흥미로운 내용이 있어서 몇자 적어봤다. 이 책은 미국 의료계의 현실을 고발하는 책은 아니다. 생물학적 지식과 건강 및 다이어트 등에 관한 상식이 잘 녹아든 책인데, 거기에 의료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담겨있었을 뿐이다. 공식 독후감은 조만간 올릴 생각이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위 내용은 한국 의사들에 대한 게 아니다. 순전히 The Body라는 책에서 발췌한, 미국 의사들에 대한 내용이다. 하지만 다른 나라 의사들의 모습을 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좋지 않을까. 한국 의료계의 발전을 위해.


각주


1.
The problem of overtreatment is exacerbated in many places by fear of litigation and, it must be said, by a desire of some doctors to inflate their earnings. According to the author and physician Jerome Groopman, most doctors are "less concerned about healing and more worried about being sued or maximizing their income." Or as another commentator put it more drolly, "One person's overtreatment is another's income stream." (p. 363. The Body: A Guide for Occupants by Bill Bryson)


2.
Drug companies commonly offer generous rewards to doctors to promote their drugs. Marcia Angell of the Harvard Medical School, writing in "The New York Review of Books", has said that "most doctors take money or gifts from drug companies in one way or another." Some companies pay for doctors to attend conferences at luxury resorts where they do little more than play golf and enjoy themselves. Others pay doctors to put their names to papers that they haven't in fact written or reward them for "research" that they didn't really do. Altogether, Angell has estimated, drug companies in America spend "tens of billions" of dollars on direct and indirect payments to doctors every year. (p. 363. The Body: A Guide for Occupants by Bill Bryson)


3.
The simple fact is that medical science alone cannot do it all - but then it doesn't need to. Other factors can significantly affect outcomes, sometimes in surprising ways. Just being kind, for instance. A study in New Zealand of diabetic patients in 2016 found that the proportion suffering severe complications was 40 percent lower among patients treated by doctors rated high for compassion. As one observer put it, that is "comparable to the benefits seen with the most intensive medical therapy for diabetes."
In short, everyday attributes like empathy and common sense can be just as important as the most technologically sophisticated equipment. (p. 366. The Body: A Guide for Occupants by Bill Brys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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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업에 참여한 의사들 명단이나 다 공개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맘카페에서는 리스트가 공유돼고 있다는 얘기를 본 거 같아요.

중학교 때 친구들이랑 하우스를 보고 이야기 하면서 한 때 의사를 꿈꾸긴 했는데 수술 장면 보고선.... ㅋㅋㅋㅋ 수술 안하는 정신과 의사로 진로를 바꾸었었다가 그냥 과학에 빠져버린 추억이 나네요 ㅋㅋ

하우스 어떻게 끝났는지 한번 찾아봐야겠네요 ㅋㅋㅋ

저도 미드는 끝까지 본 게 별로 없어요.
하우스도 보다 말았네요.
굿닥터도 2시즌까지만 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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