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시절의 아버지와 닮아있다.
아버지는 약속이 없는 날이면
검은 봉지를 들고 퇴근하셨다.
검은 봉지 안에는 항상
과일이나 붕어빵, 고구마 등
먹을 것들이 들어있었다.
속이 채워져 배가 불룩한 검은 봉지는
선물을 받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아버지가 퇴근해서 올 시간이면,
부스럭 부스럭 봉지 소리가 들릴때면
그렇게 좋을 수가 없었다.
안이 들여다 보이지 않기에
더 기대가 됐는지도 모른다.
동생과 나는 봉지를 받아 들고
바로 그자리에 앉아
봉지 안에 있는 것들을 꺼내며
"우와~" 연신 소리를 질러댔고,
아버지는 그런 우리의 모습을 보며
즐거워 하셨다.
아이가 있기 전
무언가를 손에 들고 다니는 것을
싫어했던 남편.
더군다나 봉지는 창피하다며
절대 들고다니지 않았다.
그러던 남편은 첫째녀석이 생기고,
가장의 타이틀을 단 이후부터는
종종 검은봉지를 들고 집으로 온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사다 달라고 하거나 사무실에서 빵이나 떡을 싸주면
그 봉지를 덜레덜레 들고 온다.
봉지를 받아들때마다
좋아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며
남편은 숨은 미소를 짓고 있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시절의 아버지가 생각나곤 한다.
첫째녀석은 명절에 고모랑
키즈카페에 갔었다.
집에 오자마자
땀이 찬 고사리 손을 펼치며
일부 부러진 장난감 반지 하나를
나에게 무심하게 건네준다.
키즈카페 안에 작은 문구점이 있었나보다.
고모가 반지를 고르는 첫째녀석에게
"반지는 여자애들이 끼는건데 왜사는거야?"
라고 물으니
첫째녀석은 "으응~엄마 주려고" 했단다.
집에 도착할 때까지 망가지지 않게
작은 손에 꼭 쥐고 온 첫째녀석.
역시 아들밖에 없네, 다컸네 라고
감동하려는 순간
또 주머니를 뒤적뒤적한다.
주머니 안에는 새로운 장난감들로
가득 차 있었다.
내가 "우와~"하며 좋아하자
첫째녀석은 뿌듯한 미소를 띠며
즐겁게 자랑하기 시작한다.
이 모습을 보려고 얼마나 참으며 왔을까
집에 오는 동안 좋아할 내 모습을
상상하며 걸음 걸이가 바빴을 것이다.
첫째녀석을 보니
그시절의 아버지가 생각이 났다.
그시절 아버지는
밖에 나가 있는 동안
집에서 기다리고 있을 가족을 생각하며
좋은 것을 보면 보여주고 싶고
맛있는 것을 먹고 있으면 같이 먹고 싶은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어딘가 모르게
첫째녀석도..남편도..
그시절의 아버지와 닮아있다.
★ 책 속의 글귀
'자식은 왜 아무리 늙어도 자식의 얼굴을
가질까?'
그러자 뜻밖에도 방금 전까지 쩔쩔맸던
문제의 실마리가 떠올랐다.
'사람들은 왜 아이를 낳을까?'
나는 그 찰나의 햇살이 내게서
급히 떠나가지 않도록
다급하게 자판을 두드렸다.
'자기가 기억하지 못하는 생을
다시 살고 싶어서'
그렇게 써놓고 보니 그런것 같았다.
누구도 본인의 어린시절을 또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니까. 특히 서너살 이전의
경험은 온전히 복원될 수 없는거니까.
자식을 통해 그걸 보는거다.
그 시간을 다시 겪는거다.
아, 내가 젖을 물었구나.
아, 나는 이맘때 목을 가눴구나.
아, 내가 저런 눈으로 엄마를 봤구나, 하고.
-김애란의 '두근두근 내인생' 중에서-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아이를 안고 있으면 제가 엄마가 되는
그리고 아기가 되어 엄마와 눈을 맞추기도 하는
엄마와 아기
그 어느쪽도 불공평을 이야기 하지 않는 관계겠지요.
Very nice post,
We need more on Steemit.
Heartly Greetings From Berlin
저는 부모님을 안볼땐 애틋..막상보면 틱틱.. ㅠㅠ 왜이럴까요..?? ㅠㅠ 나중에 후회할꺼 아는데 ...
부모님의 마음이 느껴지네요.. 저희 아버지는 오늘도 무언가를 가져오셨습니다. ㅎㅎ
감사하며 같이 빵을 먹고 있죠.
저도 오늘 부모님의 마음과 관련된 글을 적었습니다. 한번 봐보실래요~
서로 공통된 주제라서 공감이 많이 갈거 같습니다! holic7님
분명 감동적인 일인데,, 순간 눈시울이 붉어 지네요.. 아버지와 닮은 아이의 모습..
주머니 한가득 장난감을 자랑하고도 싶었을 텐데,, 엄마한테 선물주려고 생각했다는 그 마음자체가 너무 이쁘네요.. 잘 키우셨습니다~ ^^
생각해보니 맞는말 같네요.
자기자식을 보며 다시사는 느낌...
기억하지못하는데 저도 제 아이들 보며 나도 이랬지 하며 생각하게 되네요. 엄마젖을 빨던것이 기억 안나는데 말이죠^^
저희 남편도 종종 회사 점심을 먹고 나오는 쥬스나 떡을 주머니에 넣고와 큰 아이에게 건네곤 한답니다. 세상 모든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은 같은거군요^^
존경합니다. 세상모든 부모...엄지척👍
자연스레 젊은시절과 어린시절의 아버지와 조금은함께 하시는 삶이 이어지고 계시네요~^^ 자제분의 뿜뿜에 흐뭇해하시는 모습에 빙그레하게 됩니다..ㅎ
너무 행복한 유년의 추억을 갖고계시네요
평생 힘이될 아버지의 사랑입니다
그리고 아이들도 또 그런행복을 맛본다는건 넘 즐거운 일입니다
참 좋아 보이세요^^
부모마음은 부모가 되어봐야 안다는 이야기를 점점 알아가는것 같아요. 잠시 하늘에 계신 아버지를 생각해보았네요.
감사합니다.
저는 오히려 어머니가 일하실적에. 퇴근하고 집에 오실때마다 이것 저것 군것질 거리를 많이 사오셨어요^^ 밤이 되면 얼릉 어머니가 오셔서 맛있는 걸 먹고 싶어했던 기억이 나네요.
소중한 사람에게 뭔가를 가져다주는 건 그 과정 자체의 즐거움도 큰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