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2020년의 절반이 다 지났습니다. 다들 어떻게 보내셨나요?

in Korea • 한국 • KR • KO4 years ago (edited)

2020년 상반기가 조용히 흘러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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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고 보니’

: 요즘 가장 많이 드는 생각이자, 제가 최근 들어 부쩍 자주 사용하게 되는 말입니다. 지나고 보니, 그저 감사한 순간들 뿐입니다.

고작 3개월만에 우리 세상이 확 뒤집혔네요

코로나19 사태 확산 직후인 2월에서 시간이 멈춘 것만 같은데 어느새 상반기가 후다닥 지나가버렸습니다.

하루 아침에 ‘신천지’라는 종교는 굉장히 유명해졌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말은 길거리 어디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됐고, 한때 글로벌 유행어가 되기도 했습니다. ‘콜센터’와 ‘쿠팡’, ‘이태원’ 등 집단감염 핵심 사건을 거쳐 이제는 매일 울리는 재난문자에 사람들은 익숙해졌습니다.

살기 어려워졌다고 나라에서는 먹고 살라고 돈도 쥐어 주었습니다. ‘재난지원금’으로 불리는 이 돈은 이제 너무나도 우리의 일상이 되어버려 대략 복지포인트 개념으로 다가오기도 하지만, 사실 ‘재난’이라는 이 말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지금 재난을 겪고 있는 시대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을 그저 알면서도 모른 체 하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사책에서만 보던, ‘역병이 돌아 정부 관처에서 죽이나 곡식을 나누어주었다’는 것과 일치하는 대목입니다. 책에서나 보던 그런 세상에 내가 살게 될 줄이야,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밖에 나서길 꺼렸던 사람들도 이제는 하나 둘 거리에 나섭니다. 그런데 세상에 나와보니 세계가 이전과는 다른 세상이 되어있더라구요. 재택근무가 일상화됐고, 대규모 단체 모임은 꺼려지고, 조금이라도 감기 기운이 있다면 눈치보지 말고 쉬어야 나도 살고 남도 사는 세상.

이제는 마스크 없이 대중교통에 탑승할 수 없다는 것이 기본 상식이 되었고,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느껴졌던 야외에서 마저도 모두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게 됐습니다. 제 가방에는 손세정제와 여분의 마스크가 필수적으로 자리한지 벌써 4개월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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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라는 건 목숨을 걸어야하는 일이 됐습니다. 사람이 많은 곳을 별로 좋아하지 않기는 했지만, 사람 없는 장소를 그저 골라 가던 예전 시절과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이제는 사람을 반드시 피해야만 비로소 여행을 안전하게 갈 수 있게 됐습니다.

아이들은 학교에 겨우 나갈 수 있게 됐지만, 그나마도 격주로 등교한다거나 온라인 수업을 병행하는 형태로 이전과는 다른 변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했습니다.

선생님 역시 흐름에 맞춰 온라인 강의를 시작했고, 컴퓨터를 다뤄야하는 것은 물론 카메라에 익숙해지고 소통 없는 수업을 진행해야 하는 등 기존과는 다른 신시대적 요구들이 선생님을 새롭게 평가하는 잣대가 됐습니다.

세상이 많이 바뀌었더라구요.

제 삶에도 아주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저는 코로나 사태 이전까지 글로벌 컨퍼런스를 기획하는 업무를 주로 했습니다. 해외 출장이 잦고 사람을 많이 만나야만 하는 직업이었습니다. 주요 인사들을 더 많이 모을 수록 회의의 규모는 물론 협찬금도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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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일이 끊긴지 오래입니다. 솔직히 앞으로도 이 일은 전망이 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의 부러움을 사던 직업에서 한순간 ‘힘들어서 어떡하니?’, ‘일이 많이 줄었겠다’ 와 같은 주변의 걱정을 듬뿍 받을 수 있는 직업으로 전락하게 됐습니다.

그런데 사실 저는 컨퍼런스 업무를 작년 6월부터 서서히 마무리 짓고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 코로나 사건이 발생할 줄은 당연히 몰랐지만, 당시에는 해당 일에 점점 흥미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꿈꾸던 일을 막상 이루고 나니, 잠깐의 기쁨과 함께 막연한 허탈감이 밀려왔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직을 생각했었습니다. 당시 빠른 속도의 성장세를 보이며 잘 나가고 있었던 업체들을 단숨에 뛰어넘은 핫한 여행업체에서 근무하게 될 뻔했습니다. 그런데 몇 가지 작은 개인적인 이슈들로 이직이 무산되면서 속상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이직했으면 ‘어휴…’. 모든 여행업체가 적자를 치다 못해 바닥을 뚫고 파산까지 이르고 있는 실정을 보면, 저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될 뻔 했습니다. 당시 이직이 무산되고 저는 개인 과외를 시작했습니다. 단기간 수입원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주변에서는 학원 강사에 도전해보는 게 어떻겠느냐고 물었고, 대형 학원 강사 자리도 있었지만, 역시나 저는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사람들 앞에 서길 좋아하던 저였지만, 그다지 끌리지가 않았습니다. 역시나 지나고 보니, 학원 강사했으면… ‘어휴2...’. 아이들 얼굴 한번 보지도 못하고 일을 접을 뻔 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제가 선택했던 개인 과외 시장은 다른 업계 대비 상대적으로 괜찮았습니다.

1:1 프라이빗 수업이라는 특성상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하기도 수월했고, 단순 기술 과외가 아니였기에 시황 변화에 따른 타격도 그다지 크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해외 시장과 전화와 화상으로 업무해야 할 일이 갑자기 늘어난 직장인들이 많아지면서 저의 기회는 조금씩 넓어졌습니다.

항상 저는 운이 따르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지나고 보니, 하늘이 저를 두번이나 도왔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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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역시 하늘이 도운 케이스입니다. 크루즈 승무원 연수를 마친 동생은 선원수첩도 발급 받고 외국 대형 업체들이 제시한 좋은 조건의 승선 기회들이 있었지만, 왜인지 끌리지 않았다고 합니다. 머지 않아 터진 프린세스호(일본 크루즈) 집단 감염 사례를 보며, ‘어휴3…’. 동생을 크루즈로 내몰지 않았던 것이 새삼 다행으로 느껴졌습니다.

당시 크루즈 업체와 계약해 승선한 동료 연수생 중 일부는 출항 이후 발생한 코로나 사태로 인해 어느 국가에서도 정박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하면서 바다 위를 그저 떠다니는 중이었다는 소식도 전해듣게 됐습니다.

지나고 보니, 이 모든 게 참으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늘이 나와 동생을 총 세 번이나 구해준 것 같은 기분이랄까요? :)

저는 종교가 없습니다. 그래서 이것이 저희의 단순한 ‘촉’으로, 혹은 그냥 운이 좋게 ‘우연히’ 일어난 일이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감사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겨나는 것은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누구에게 감사한 건지는 여전히 모르겠지만요 ㅎㅎ).

미친듯이 돌아다녔던 시간들

사실 저는 20살 이후에는 한국에 붙어있던 적이 없었습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 무조건 밖으로 돌고 싶었습니다. 젊음의 패기인지, 무서운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동생과 함께 세상을 돌았습니다. 좋은 곳에 갈 때는 엄마도 함께 모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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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간과 경험을 스쳐간 나의 수많은 생각들을 다 기억해낼 수도, 적어낼 수도 없지만, 그냥 다 이렇게 지나고 보니 그저 또 감사했습니다.

마음이 하자는 대로 했던 모든 순간이 옳았던 것 같습니다. 가끔은 너무 즉흥적이라 그만큼 힘들었던 순간도 물론 있었지만, 지나고 보니 모든 것이 그때가 아니였다면 하지 못할 일들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시 여행이 그때만큼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요? 다시 해외출장을 그렇게 즐겁게 다닐 수 있을까요? 언젠가 가능하다고 한대도,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하다고 할지라도, 결코 지난 날의 추억들과 같은 모습은 아닐테죠. :)

벌써 올해가 절반도 남지 않았습니다. 코로나를 보낸 크리스마스는 어떤 모습일까요? 산타 할아버지도 마스크를 쓴 모습으로 나타나시려나요? 방한 마스크가 인기를 끌겠지요? 그런 시점에서 맞이하게 될 2021년은 어떤 세상일까요? 그리고 그때의 저는 무얼 하고 있을까요?

오늘 고민한만큼 변화할 수 있는 내일에 조금 더 기대를 가져봅니다.

여러분 모두가 상반기보다 더 나은 하반기를 보내실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같이 화이팅해요. 다 잘 될 겁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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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팅 팔로우합니다. 사실 감사하는 마음은 딱히 가지려고 하지 않아도 드는 것 같습니다. 살다 보면 내가 재능있거나 운좋았던 일이 있을 수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아하^^ 정말 기분 좋은 말씀입니다. 이렇게 공감해주시니, 글을 쓰고 더 기뻐졌습니다 :) 보팅에 팔로우까지.. 뉴비에게 힘이 됩니다!ㅎㅎ 감사합니다

 4 years ago 

Be positive!
요즘 같은 때 특히 중요하죠. :D

Be Positive 정말요 :) machellin님 감사합니다 ♥

스팀잇에서 오랜만에 신선한 글이군요. 잘읽었습니다.

뉴비로서 넘 반가운 말씀입니다 :) 앞으로도 한 자 한 자 마음담아 써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빨리 상황이 나아졌으면 좋겠어요.

그치요.. 요즘 들어보면 다방면으로 힘들고 불편하지 않으신 분 없으시더라구요.. 이것 또한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은 길게만 느껴집니다. gungho님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4 years ago 

평소에 덕을 많이 쌓으셨.. 을 것 같기도 하고, 앞을 내다보는 안목도 같이 갖추셨네요.

좋은 경험담 공유 감사드립니다.

칭찬의 말씀 정말 감사드려요 ♥ 힘이 됩니다 :)

 4 years ago 

당장 오늘을 돌아보게 하는 글이네요

그렇게 느껴주셨다니, 정말 기쁩니다 :) ! virus707님의 보팅에 저도 큰 힘 얻었습니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

오랜만에 가슴에 와닿는 좋은 글 읽고 갑니다.
감사합니다.

forealife 님의 진심 담긴 코멘트에, 저는 오늘 정말 행복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4 years ago 

좋은 글 감사드립니다. ^^ 잘 읽었습니다.
다 잘 될 겁니다~!!! 화이팅!

jayplaco 님의 밝고 긍정적인 기운이 여기까지 전해집니다!! ♥ 소중한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

 4 years ago 

ㅎㅎ 화이팅~~!!

정말 세상이 급변하고 있네요.
삶의 중심을 잡기가 어려운 시절인 것 같습니다.ㅠ

그렇지요ㅠ.ㅠ 빠르게 바뀐 세상 속도에 맞춰 새롭게 적응한다는게 정말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같이 힘내어보아요!! ♥ 코멘트 감사드립니다 :)

 4 years ago 

이렇게 와보니 어떤 일을 하던 분인지 알겠네요.ㅋ

코로나가 바꾼 우리의 삶과 생각은 어마어마하죠.
제가 지금은 제주도에 살고 있지만 제주도에 이사오기 전에 해마다 무리를 해서 해외로 여행을 다녔었습니다.
사람들은 '니들 참 멋지게 산다'고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노후 대비는 하고 있는 거지?'하는 걱정도 종종 들었습니다.
그래도 무리해서 일년에 한달 이상씩 몇년을 여행을 다니던 그때는 대책이 없는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하지 않았으면 어쩌면 버킷리스트로만 남았을 계획들이 될 뻔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저흰 그래서 요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이 기간 열심히 일하고 있다 보면, 다시 자유로운 여행이 가능해지면 더 멋진 곳을 갈 자금이 모이겠지.. 하고요.ㅋㅋ
'잠시 멈춤'을 한 후에는 더 멋진 일들이 펼쳐질테니까요.

한국에 거의 안 붙어 있을 정도로 많이 나다니시던 분이 이렇게 마음 다지고 일과 일상을 이야기로 풀 수 있다니, 멋진 분이신 거 같습니다.^^
앞으로 좋은 글로 자주 뵙겠습니다.

와~ 정말 공감 많이 가는 말씀입니다! gghite 님께서 지나오신 세상의 경험치에 저는 발끝도 닿지 못하겠지만, 앞으로 올려주시는 포스팅 보면서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오늘 말씀 진심으로 응원이 되고, 힘이 됩니다 :) 정말 감사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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