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정이 되어서야 자판 앞에 앉았다.
하루종일 움직이기 싫은 건 당연지사, 배고픔을 넘어 통증까지 오는 단계에서 먹기 귀찮다가 이러다가 죽을지도 모르겠다 싶어서 빵 한 조각을 먹고, 늦잠을 잤음에도 불구하고 쏟아지는 졸음에 낮잠을 자고. 아침에는 명상을 하면서 현재에 머물러있다는 느낌에 도취되었는데 오후는 자괴감이 몰려왔다. 나란 존재는 참 신기하다고 또 한번 느꼈다. 기분이 위로갔다 아래로갔다 널을 뛰는게 참 신기하면서 웃긴다.
답답한 마음에 일기장을 열어 마음 속 말들을 글로 쭉 써갔다. 그러다보니 화나는 내가 있었고, 억울한 내가 있었고, 슬픈 내가 있었고, 불안한 내가 있었다. 역시 나라는 존재는 잘 못 한게 하나도 없이, 아주 잘 하고 있다는 내용으로 끝맺음을 맺었다.
요즘에는 글도 쓰기 싫고, 벌여놓은 일들은 손대기도 싫고, 벌려놓은 계획들은 그저 뭉실뭉실 날라갔다.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시간은 밤이 되어서다. 그래도 한 글자라도 적으려고 이렇게 들어와있지 않은가. 역시 사람은 억지로 하면 안돼. 물 흐르듯이 할 때가 다 있는거야. 하며 위안을 삼는다.
어두운 방 안에서 스탠드를 켜놓고 곧 갈 라우브 콘서트 예습 노래를 틀어놓고, 조용함 안에서 자판 두드리는 소리로 방 안을 채운다. 음. 그래. 난 역시 이 느낌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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