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음악을 떠올리며

이런저런 잡념에 빠져 있다가 문득
지난 주말, 생애 처음으로 다녀온 이태원의 러시안 레스토랑 '트로이카 тройка'에서 주문한 식사 메뉴가 나올 때마다 맛을 보며 했던 생각.

그 위대한 러시안 작곡가들이 이런 종류의 음식들을 먹고 작곡도 하고 연주도 하며 일상을 살았겠구나..!
러시안 음식이 처음이어서 그랬는지 왠지 의미있게 여겨졌다.

원래는 가볍고 화사하게 봄 음악을 타고 싶었었는데 한시적이나 러시안으로 생각의 방향이 잡혀있다 보니 그냥 그 기분 타고 러시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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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안 작곡가 하면, 차이콥스키부터 라흐마니노프, 프로코피예프, 림스키-코르사코프 그리고 스트라빈스키가 먼저 떠오르고 이어서 쇼스타코비치, 글린카, 보로딘과 무소륵스키, 스크랴빈.. 아, 하차투리안도 있었지! ...... 적다 보니 어마어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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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안 스프 '보르쉬 борщ Borscht'에 브라운 식빵 조각을 적셔 먹으며 가장 먼저 떠올랐던 작곡가 차이콥스키 Пётр Ильич Чайковский Pyotr Ilyich Tchaikovsky(1840-1893) 표트르 일리치 차(/치)이콥스키(이),
아마도 한국인에게 있어 가장 친숙한 러시안 작곡가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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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차이콥스키.(보통은 흰 수염 덮인 지긋하신 사진이 익숙하지만 봄의 기운에 맞춰 Young Tchaikovsky로!

발레 모음곡으로 <백조의 호수>,<잠자는 숲속의 공주> 등이 있으며, <호두까기 인형>은 크리스마스 즈음이면 어김없이 어린이들을 위해 대공연장을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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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들에게는 어쩌면 <1812년 서곡>이 리얼 대포 소리와 함께 독특한 기억으로 남아 있을 수도 있겠으나, 차이콥스키와 함께 시작하는 이 스티밋 여정의 처음은 2년여만에 제대로 된 봄을 오랜만에 맞은 듯한 기분 탓에 그의 소품집 <사계四季 Времена Года The Seasons>로 시작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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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여름, 가을, 겨울의 사계절로 이루어진 비발디Vivaldi의 바이올린 협주곡인 <사계四季 The Four Seasons>와 달리 차이콥스키의 <사계四季>는 '12개의 성격(적) 소품 Character Piece'이라는 부제를 가진 피아노 소품 모음곡으로 러시아의 1월부터 12월까지의 계절적 변화와 함께 상징적 소재를 통해 시와 음악을 월별로 그려내고 있다.

이 작품은 상트 페테르부르크 출판사의 음악잡지 <누벨리스트 Нувеллист Nouvellist>의 발행인 니콜라이 베르나르드가 차이콥스키에게 제안한 대로 각 작품의 제목과 그에 따르는 시어詩語에 맞춰 작곡되었고, 일 년 동안 매달 1일에 출간되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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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12곡 각각의 부제(시) 전체를 소개한 후,
이번 달 <5월>부터 시작하여 6월, 7월... 그렇게 순차적으로 이 작품의 월별 진행에 따라 매월 첫 글로 게재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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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성격적 소품 <사계 四季 The Seasons>

1월 화롯가(난롯가)에서
2월 사육제(카니발)
3월 종달새의 노래
4월 봄꽃(설강화)
5월 백야(별이 빛나는 밤)
6월 뱃노래
7월 추수하는(풀 베는) 사람의 노래
8월 추수(수확)
9월 사냥
10월 가을의 노래
11월 트로이카
12월 크리스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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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백야 Май. Белые ночи Les nuits de Mai> 아파나시 페트 시詩 Эпиграф из А. А. Фета

아름다운 밤!
온 세상에 천국의 축복이!
내 고향 북쪽 나라를 떠올린다
얼음의 왕국으로부터, 몰아치는 눈보라와 눈송이들,
5월은 얼마나 상쾌하고 산뜻하게 날아드는가!

잠시 잔잔한 봄의 기운에 빠져들고 싶어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의 연주를 선택해보았다.

피아노 소품집 <사계>는 차이콥스키의 선율적 영감과 뛰어난 관현악법이 묻어나 있는 여러 교향곡이나 협주곡들과는 결이 다른, 피아노를 위한 "소품(소곡)"들로서의 직관적인 에너지와 그에 따른 색채감의 표현 등 차이콥스키의 "새로운" 음악 세계를 맛볼 수 있다는 면에서 그 가치를 재평가 받고 있다.

여기 피아노와 오케스트라가 함께 연주하도록 작곡가가 따로 편곡 해놓은 버젼도 있는데, 그 흐름 자체가 조금 더 가벼운 듯 색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최근에 방문한 이태원의 러시안 레스토랑과 같은 이름 '트로이카 тройка'도 <11월>의 첫 글로 소개할 예정이며, 총 12곡 중 특히 <6월> '뱃노래'는 배경음악 BGM으로도 자주 쓰이는 익숙한 곡인 만큼, 상반기의 막바지로 향하는 다소 벅찬 6월의 시작과 함께 편안한 느낌으로 나누기에 제격일 듯하다.

사실은... 5월 7일, 지난 토요일이 차이콥스키의 탄생일이어서 그날 꼭 이 포스팅을 하고 싶었었는데.. 음... 생각보다 일상이 쉽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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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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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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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오 러시안 음식을 드시면서 러시안 작곡가를 떠올리시다니 역시 음악하시는 분은 다르시군요!
링크해주신 피아노 소품 잠깐 들어봤는데 정말 좋네요.. 시간내서 여유있게 듣고 싶어요 ^^
좋은 연주 소개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부족하지만 성의있게 써보려고 합니다 ^^
응원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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