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에세이] 일기를 쓰게 된 계기

남이 시켜서 일기를 쓴 건 초등학교 6학년이 마지막이고, 내가 내켜서 일기를 쓴 건 3주 전이 처음이었다. panpanya 작가의 ‘게에게 홀려서’라는 만화책을 읽은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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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불가능한 세계를 가진 작가’ 이 문구에 보기 좋게 당한 나는 곧바로 책을 사고 말았다. 배송비가 무료였고, 그날 아침에 주문해서 오후에 받았다. 책은 밤에 펼쳐 보았다.

panpanya의 책이 남들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중간중간 작가의 일기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panpanya의 일기가 남들과 다른 점 중 하나는 의식에 대한 의식이 담겨있다는 것이다. 삶 속에서 발견되는 통찰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내가 오늘 누구를 만났고, 어떤 얘기를 나눴는지, 헤어진 뒤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내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아니었다. 우리는 살면서 마주하게 되는 것이 많은데 자주 보게 되는 것도, 가끔 보는 것도 있다. 어느 것이든 우리는 그것에 대한 의식 속에서 살고 있다. 그 상황을 의식적으로 포착하는 것, panpanya의 일기는 사고의 카메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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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바라본 비행기, 비행기에서 바라본 나
고속도로에서 바라본 마을, 마을에서 바라본 나

자동차나 사람이 많이 모여있는 곳이면 나는 곧잘 멈춰서서 구경하기를 좋아한다. 읽을 수 없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제각각의 삶이 있을 것이다. 꽉 막히는 도로에서도 맞은편에 있는 사람들은 내가 떠난 곳으로 가는 중일테다. 삶의 크기가 다양한 사람들이 수없이 여기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너머의 세계에는 발담은 적이 없다. 그래서 수많은 단절이 여기 있는 것이다.

작가의 생각이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작가는 생각을 기록했다는 점에서 이 사람이 멋지다고 느꼈다. 내가 일기를 쓰게 된 것도 작가를 닮고 싶었다는 점이 없잖아 있을 것이다.

보통 사람들은 세월이 지나 자신을 추억하기 위해 일기를 기록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내가 이런 생각을 했다는 것을 잊지 않고 싶었다. 우스운 말이지만 문화재를 보존하는 간송 전형필의 마음처럼 내 것들을 남기고자 했다.

요즘은 마음대로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없는 시절이다. 날마다 새로운 생각이 떠오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매일 일기를 기록하지는 못했다. 조금 아쉬웠던 나는 일상의 작은 것들도 기록하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그 작은 것들에서조차 새로운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고, 이제는 매일 일기를 쓰고 있다.

자기 전 스마트폰을 내려놓는다는 것도 좋은 습관이 된 것 같다. 예전보다 더 쉽게 잠들 수 있게 되었으니까. 마치 마음에 드는 버릇이 생긴 것만 같다.

주변에 아무것도 적혀있지 않은 공책이 있다면 여러분은 고단했던 삶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보물을 얻은 것입니다. 어느 만화책이 제 일상의 전환점이 된 것처럼 이 작은 글도 당신 일상의 전환점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

오늘은 제 첫 번째 에세이로 여러분과 만나게 되었네요.
업보팅, 다운보팅, 팔로우, 블로그, 월렛 등등 스팀은 생소한 것이 너무 많은 것 같습니다 ㅎㅎ...
그리고 댓글을 다는 것도 횟수에 제한이 있는 것 같더라고요.
물어볼 게 산더미처럼 쌓여있어서 정리가 잘 안됩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부딪혀보기로 했습니다!
일단 글부터 쓰고 생각하는게 역시 개운하네요.
다음에 또 찾아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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