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베풂

in AVLE 일상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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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한 행동을 기록한 글을 봤다. 기록 목적으로 적은 글일 것이다. 특히 나 같은 사람은 기억력이 멍청이 수준이라 기록하는 걸 좋아하기도 하니까. 난 별 걸 다 기록하니까. 기억력이 바보 수준이라서.

그런데 내가 기록하지 않는 게 하나 있다. 베풂이다.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곳이 몇 곳 있다. 몇 년이나 후원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세어보지도 않았다. 기록하지 않았다. 헌혈을 몇 번 했는지 모른다. 기록하지 않았고, 헌혈증도 모두 기부했다.

아내도 내 정기 후원을 결혼하고 5년인가 7년인가 지나서야 알았다. 아내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내 신념이기도 하고 종교적 행동이기도 하다. 예수님은, 선한 행동을 남에게 알리지 말라고 했다. 선한 행동을 할 땐,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했다. 그래서 가족도 모르게 한 건 아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을 뿐이다.

가끔, 연예인의 선한 행동이 기사로 뜰 때가 있다. 수년, 길게는 십 년이 넘게 했던 봉사와 기부를 기자에게 들킨 것이다. 그 연예인은 자신의 몰래 한 행동이 들켜서 기분이 나빴을 수 있다. 그러니 기자들은, 그런 거 기사로 안 실었으면 좋겠다.

15년쯤 전에, 어느 봉사모임에서 한 사람을 만났다. 이 사람은 봉사에 인생을 건 사람이었다. 한 번은 긴 생머리가 단발머리가 돼 있기에 머리 잘랐냐고 물었더니, 백혈병 환자에게 필요한 가발을 만들려고 일부러 머리를 길렀다고 했다. 얼마 전 머리카락을 기부했다고. 이 분은 삼겹살도 안 먹는데, 헌혈을 하려면 깨끗한 피를 헌혈해야 해서 안 먹는다 했다. 물도 몸에 좋은 차를 끓여 마셨다. 깨끗한 피를 헌혈하기 위해서였다. 이 분 덕분에 김장봉사, 목욕봉사, 도배봉사 등 별별 봉사를 다 따라다녔다. 특히 남자가 필요한 봉사에, 그녀는 나를 적극적으로 끌고다녔다. 김장엔 들고 나를 남자가 많이 필요했고, 목욕봉사자는 대부분 여자라, 남자 봉사자가 절실했다. 도배를 하려면 짐을 다 빼야 했는데, 주로 독거노인 도배봉사였기 때문에, 남자들이 우르르 가서 짐을 빼면 여자들이 붙어서 봉사를 하는 식이었다. 이쯤 읽었으면 눈치챘을 것이다. 그렇다. 그 사람은 내 여친이었다.

난 여자에 의해 인생이 많이 바뀌었다. 첫사랑으로 인해 개발자의 길을 걸었고, 봉사에 진심인 여자를 만났을 땐 다양한 봉사를 해봤고, 독립영화에 진심인 여자를 만났을 땐 다양한 독립영화를 봤다. 소설가가 꿈인 여자를 만났을 땐 늘 소설얘기만 하고 작가 사인회 다니고 독서모임에 다녔다. 술에 진심인 여자를 만났을 땐 엄청난 술을 마셨고, 맛집에 진심인 여자를 만났을 땐 맛집 투어를 하고 다녔다.

그렇게 ‘나’가 만들어졌다. 난 지금도 개발자로 살며, 아직 봉사활동에 다니고, 독립영화 보기를 즐기며, 주량이 엄청나졌고, 스스로를 ‘소설가’로 부른다. 음,,, 맛집엔 안 다니는데, 시간도 없고 돈도 없고, 아들이 자폐라서 아들과 식당에 갈 수가 없다.

나를 개발자로 만든 (하늘나라에 있는)그녀의 아버지는 지금도 개발자로 살며, 독립영화를 좋아하던 그녀는 아직도 독립영화를 보러 다닌다. 술을 좋아하던 그녀는 지금도 술을 좋아하고, 소설을 쓰던 그녀는 등단했고 책도 많이 냈다. 봉사활동 다니던 그녀는 봉사하려고 결혼도 안 하고 봉사하러 다니고, 맛집에 다니던 그녀의 SNS엔 음식사진 대신 아들 딸 사진만 가득한 걸 보면, 이제 맛집엔 안 다니는 것 같다. 헤어진 옛 여친 근황을 어떻게 아느냐고? 나도 그게 너무 신기하다. SNS가 없던 시절에 헤어진 사람이 어떻게 내 화면에 뜨는지 너무 신기하다. 폰에 전번도 없는데… 아마도 친구의 친구라서 뜨는 걸지도. SNS를 하면 내 근황이 만천하에 공개된다는 뜻이다. 누군가는 언젠가는 본다. ‘베풂을 적을 필요는 없다.’ 어딘가에 적으면 누군가는 읽는다. 생각해보니, ‘베품을 적을 필요는 없다’는 말 하려다가, 난,,, 적고 말았다. 괜찮다. 이 글을 읽는 사람은 다섯 명도 안 될 테니까. 스팀잇 글은 검색도 안 되고, 내 글 조회수는 3도 안 나올 테니까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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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다양한 경험 하셨네요! 남는 건 경험이네요.

이런 경험들이 소설쓸 때 크게 작용하더군요. 제가 '어떻게 한 사람이 그 많은 경험을 해볼 수 있지?'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파란만장하게 기구한 인생을 살았어요 ^^

@nha , I read your post hartly ,nice .You have written very well about Karma. Karma is that which you took advantage of even if you thought about its fruit. It is of no use. Forget the lamp with one hand. correct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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