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의 어느 날
안개 자욱한 길을
엉금엉금 밟아간다
몽유병으로 죽은 자의 유령처럼
숲속을 떠도는 안개
낙엽이 수북이 쌓인 골짜기를 가득 메우고
낯모르는 사람들의 원이 쌓인 돌탑을 묻고
바위 위에 올라선 나무까지
덮어 씌운다
지금껏 바위 틈으로 난 길을
한 번도 잃은 적이 없는 물소리가
간간이 마른 잎 지는 소리를
이끌어 가는 사이
미몽속에서 마른 가지사이로 쏟아지는 빛살에
부시시 날개를터는 새처럼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유랑을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