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든 • 손

in zzan3 years ago

겨울은
안으로 자라는 계절
그동안 외양을 키우며
밖으로 나가던 발길을 돌리고
타인을 바라보던 눈길을 돌려
내 안을 바라보는 계절이다

깊은 밤
아무도 없는 빈 방에
혼자 앉아 눈을 감으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길이나고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빛을 따라
탯줄이 이어지던 그 곳을 지나
처음으로 불어넣어진 숨결을
비로소 만나게 된다

다시 한 번
그 숨결로 심장을 뛰게 하고
핏줄을 돌게 하며
빛 속에서 새 눈을 뜨게 될 것이다

겨울사랑/ 박노해

사랑하는 사람아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무엇으로 따뜻한 포옹이 가능하겠느냐
무엇으로 우리 서로 깊어질 수 있겠느냐

이 추운 떨림이 없다면
꽃은 무엇으로 피어나고
무슨 기운으로 향기를 낼 수 있겠느냐
나 언 눈 뜨고 그대를 기다릴 수 있겠느냐

눈보라 치는 겨울밤이 없다면
추워 떠는 자의 시린 마음을 무엇으로 헤아리고
내 언 몸을 녹이는 몇 평의 따뜻한 방을 고마워 하고
자기를 벗어버린 희망 하나 커 나올 수 있겠느냐

아아 겨울이 온다
추운 겨울이 온다
떨리는 겨울 사랑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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