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화2 식탁보, 같이 잘 살아보자구요

in zzan3 years ago

그대여
미안하지만 너무 크다 했나요
식탁보가 없다고요
그대는 나를 한 장 뜯어 접었지요
밥그릇 올려놓고
국그릇 옆에 두고
반찬통 떠받치고
밥 먹다 눈물 한 방울 떨어지면
그대 눈물에 나도 젖어요
괜찮아요, 맞추며 살아요
다 받아내고 받아주며 살아요
숟가락이 흘린 국물
젓가락이 흘린 밥알
쓸쓸한 시간이 흘린 부스러기
그런 걸 받아내다 더럽혀지면
지난 달력 한 장 보내고
새 달력 한 장 뜯어요
겸손을 몇 겹 접어 밑바닥에 깔아줘요
그대 사는 방
저녁엔 햇살도 비스듬히 끼어들잖아요
해 저물어 어둡기 전에
밥 잘 먹고 살아줘서 고맙다 인사 건네며
나는 그대 식탁보로 살아요
놓으면 놓는 대로 떠받치고
없으면 없는 대로 떠받치고
얼룩덜룩, 물들며 잘살고 있어요
그러니 걱정 마요
같이 잘 살아보자구요

달력은 달력일 때도 행복하지만
달력이 아닐 때도 행복하니까요
2021.12.13.
@Jamis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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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lender yang bahagia

달력으로 태어났지만
또 다른 삶이 기다리는 줄 몰랐겠지요.
그래도 그 삶을 통해
하늘에 해가 있는 달도 있고 별도 있다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겠지요.

오순도순 밤하늘을 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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