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 삶은 달걀 머리로 깨면서

in zzan3 years ago

화면 캡처 2021-12-11 224301.png

탁, 삶은 달걀 머리로 깨면서

달걀은
속까지 익으려고
끓는 물 속에서 숨죽였습니다
찬물에 담겨 뒹굴면서 정신 번쩍 차렸습니다
속과 겉이 깨져도 각각 하나 되기를 준비했습니다

달걀은 삶은 달걀일 때
껍질이 깨지면서
탱글탱글, 속살을 드러냈습니다
너를 떠나 온 내 삶은, 버텨 낸 삶은
들끓던 젊음을 지나 익었겠지 했습니다
만남과 이별을 거듭하며
속과 겉이 한껏 쓸쓸해지곤 했습니다
돈벌이가 없어서 빈 지갑을 감출 때
사정없이 내던져지기도 했고요
달려든 애벌레 먹잇감이 되었습니다

한 허물 벗고 몇 굽이 돌고 돌아
너에게 가려고 꿈틀거리는 밤
너에게로 한 걸음씩 돌아가는 날
너의 쓸쓸한 미소 위에
나비로 앉고 싶은 날이 쌓여갑니다
탁, 머리에 쳐서 달걀 껍데기를 부숩니다
또, 전철은 어김없이 지나갑니다
안개가 걷히고 밤이 깊습니다
너에게로 조금씩 가고 있습니다

하루에 한 개씩 머리를 쳐서
단단한 슬픔을 깨부수면서
꼭꼭 씹어 삼킨 날은 너에게로 갑니다
남은 삶은 달걀로 쥐어지려고
나 없이도 잘 살라고 했던 모진 말을
탁, 머리에 쳐서 깨부수고 있습니다
너 없이도 잘 살 줄 알았습니다
너 아니어도 사랑하며 살 줄 착각했습니다
너 없인 아무것도 아니었습니다

용서를 빌고 있습니다
조금씩 너에게로 가면서
탁, 머리 깨지도록 그리울 때
삶은 달걀 머리로 깨면서
용서를 빌고 있습니다

2021.12.12.
@Jamis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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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egg
Yellow and white
Breakfast time

종하가 좋아하는 계란이네요 ㅎㅎ
좋은 주말 되세요^^

삶은 달걀을 탁 소리가 나도록
머리에쳐서 깨뜨려 얻은 깨달음

너 없인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두고 두고 맴돌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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