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

in zzan2 years ago

1월55.jpg

<겨울방학>

---이 은 봉---

내 나이 그새 서른하나
어쩌다 잘못 시작한 공부를 하겠다고
쫓기는 마음으로 책을 잡는다
친구들은 모두 장가를 들어
어허 춥다, 안방에 누워
여우 같은 마누라와 자식새끼들
솜털 같은 사랑을 어우르는데
공부는 해서 무엇에 쓰나
무수한 돌팔매에 얻어맞으며
빌려 쓰는 연구실 창밖엔 눈 내리고
엉덩일 부비며 눈 내리고
배고프지, 어지러운 세상을 향해
나는 뜻 모를 헛소리를 중얼거린다
학생들은 나보다 더 폭폭해서
번번이 올라와 치를 떠는데
그나마 식민지 토막난 나라
오오, 중진국 가난한 젊은 학자여
주당 일곱 시간 시간강의도
실은 얼마나 큰 혜택인가
살뜰한 부모님 못 뵌 지 오래
고향 눈보라 속 청청한 소나무를 생각다 보면
텅 빈 외양간, 녹슨 쇠고랑을 생각다 보면
잘도, 타는구나 먼 나라 중동에서 온
석유, 난로 위엔 구수한 라면이 끓고
나는 또또 콧노래 중얼거리며 책을 잡는다
그만 악착같이 책을 읽는다

1월5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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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학도의 글읽기를 응원해봅니다 ㅎㅎㅎ

지금은 은퇴하신 문창과 교수님입니다. 아주
오래전 작품을 소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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