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독서는 근본이 없다.

나의 독서는 근본이 없다./cjsdns

나의 독서는 근본이 없다.
체계적인 독서교육을 제대로 받은 적도 없고 그럴 기회를 가져 보지도 못했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생기는 욕구는 뭔가를 읽게 했고 그것이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읽어대던 시절이 이었고 오늘날에도 그 버릇은 변함이 없다.

암호화폐를 대하는 태도도 그런 맥과 통하는 구석이 있어 보인다.
알려고 해도 알 수 없고 알려고 하는 것 자체가 뭔지도 모르며 그러나 무조건 뛰어들고 허우적거리는 것이 소득이 없다손 치더라도 그렇게라도 해야 후회가 없을 거 같아 허우적거리다 물 좀먹고 정신 차릴 때쯤 되면 오히려 더욱 헤까닥 해버리는 그래서 뭐가 뭔지도 모르고 더욱 빠져드는 공상인지 망상인지 속에서 그림 그리는 모습이 나의 모습이며 그 망상에는 늘 이런 물음과 대답이 있다.

모래성 쌓아 봐라 혹은 모래 위에 탑 쌓기 그게 무슨 소용이 있나라는 질책성 다분하고 비아냥 충분한 이야기에 나는 늘 생각한다. 그것마저도 안 쌓는 것보다는 낫고 모래성도 쌓다 보면 안 무너지게 하는 방법이 있고 모래 위에 탑도 쓰러지지 않게 하는 방법이 있겠지 난 그 방법을 찾아낼 거야 그렇게 허무맹랑한 다소 발칙한 생각으로 세상을 살아왔다.

주어진 기회가 없으면 한탄하지 말고 스스로 기회를 만들던지 흉내라도 내다보면 뭐가 되어도 되겠지 하는 생각이며 하다 보면 아니한 것보다는 나으리 라인데 요즘은 모방도 창조라는 다소 위안이 되는 말이 있기고 하다.

이야기가 다른 대로 가는데 나의 독서는 무계획하고 충동적이라 오늘도 책장에서 눈길을 끄는 책을 한 권 꺼내서 펴 보았다.

펼쳐지는 페이지를 읽다 보니 장 자크 루소에 대한 이야기다.
예전에 스쳐 지나가며라도 보았을 것 같으나 지금은 기억도 없는 루소의 이야기 가 눈길을 끌어 가더니 멈추게 한다.

루소가 이런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인생의 초반 30년은 무엇을 했는지 모르고 지나가버리며, 나머지 30년은 무엇인가 해보려 하다 그냥 지나쳐 버리고, 나머지 30년은 무엇인가를 해보기에는 너무 늦은 채로 흘러가 버린다.

이런 이야기를 한 루소가 궁금하여 루소에 대해서 알아보니 그의 삶이 측은하기도 하고 이해되기도 하고 한편 용서가 안되기도 한다.

자신의 다섯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버린 교육 사상가라는 점에서 질책을 하고 싶고 자신의 태어남으로 인해 엄마의 생명을 빼앗았다는 죄책감과 엄마의 품과 모성애를 그리워하다 온갖 난잡한 생활을 하였다는 이야기에 측은지심이 발동하기도 하고 루소에 관하여 알아보는 아침이 되었다.

"나는 지금까지 내가 보아왔던 그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 나는 현재 존재하고 있는 그 어느 누구와도 다르다고 믿고 있다. 내가 남보다 나은 인간이 아니라 할지라도, 적어도 나는 남들과 다르다"라고 말했는데 자연주의자이기도 한 그가 죽으면서 했다는 이 말에는 나의 젊은 시절 생각을 소환하면서 그의 생각에 동의하며 그의 삶의 경의를 표하게 된다.

근본이 없는 독서로 삶의 지혜를 긁어모은 삶도 그런대로 괜찮게 살아온 것 같다.
왠지 300년 전에 사람인 루소가 친근하게 느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