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zan 이달의 작가- 시] 삶의 한 귀퉁이에서 내뱉는 독백

in zzan3 years ago

삶의 한 귀퉁이에서 내뱉는 독백/cjsdns

그 묵직한 서운함 가시기도 전
그의 투병을 알았다.
그래도 그랬다.
남들처럼만
그래 남들처럼만 하면 되지 그랬다.
그런 그가
어느 날 전화를 해 왔다.
친한척 해 왔어야 친하지 않은 그
부정할 수 없는 과거가
썩은 고기에 파리 들러붙듯 달려들었다.
그렇지 그와는 울타리 같이 쓰는 이웃이었지
그런 그가 언제부터인가 외국에 가있는 사람보다도 더 멀게만 느껴졌지
어쩌면 등 돌리면 가장 먼 사람이란 말처럼 그렇게 되었지

그런 그가
어느 날 전화를 해 왔다.
그리고 하는 말 병원이란다.
왜? 하고 묻는 말에 예견한 뻔한 대답
그러려니 했다.
고생이지, 그 고생 걷어치워지길 바라면서도
마음은 그냥 그랬다.
걱정하는 그에게 빠른 쾌유를 바란다며
끝으로 하는 안부 말, 가족들 모두 잘 있지
그 말에 대답은 나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뭐, 뭐라고!
그게 정말이야!

난 그날부터 잠자리가 편치 않았다.
잠을 편히 잘 수없었다.
그간의 미움은 어디 갔고 어쩌면 좋지 하는 염려가 따라다녔다.
아니, 왜 하필 아들까지 그 몹쓸 것이...
아들놈만 아니면 못 들은 척 본 척하고 살면 되지 싶었는데
왜, 젊은 놈이 뭔 죄가 있다고 이건 아니야 아니야
정말 하나님도 이러면 안 되지 안돼 하는 생각에 암울하다.
어쩌면 좋지, 어떻게 해야지
그래, 위급한 수술 먼저 하고 시간 벌면 좋은 일이 생기겠지
그럼 좋은 날이 올 거야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하며 여기저기 검색을 해본다.
병명도 난치성 희귀 질환 신경섬유종증이란다.
치료약도 없어 문제 있어도 문제, 신약이 개발되었어도 건강보험 미적용이라
부담도 만만치 않고 수급에도 문제가 있나 보다.
그게 그것에 효과가 있는 약인지는 몰라도 그렇다.

그랬다.
그냥 서운 했다.
그런 놈이 왜 이리 안타까운 생각이 들고 마음까지 불편한가
그래 여기 까지다며 마음 뺏기지 않겠다 했던 다짐
왜, 다 허물어져 버렸나
그래, 아들 때문이다.
한창 꿈을 펼칠 나이에 이건 아니지 하는 생각이 자꾸 든다.
슬며시 아내에게 말을 해본다.
지금 어렵지만 , 어렵지만 말이야 그 친구 병원비 좀 보태주자
아들놈만 아니면 모른 척하겠는데 아들이 더 위험해서 큰 수술 했다네
내 마음이 편치 않네, 면회도 안되고 할 수 있는 게 없네
부자 모두 수술해서 병원에 있으니 병원비도 많을 테고
어쩌면 좋지, 스 달 값이라도 좋으면 그냥 눈 딱 감고 해주면 좋은데
그렇다고 그냥 있을 수도 없고 한울타리 사이였는데

그녀의 대답은 온기 가득한 말이었다.
우린 못써도 이럴 때 해줘야죠, 당 신 마음 내키는 대로 해요
남들처럼 돈 있다고 써댔으면 줄 것도 없겠지만
아직도 돈 쓸 줄 모르는 사람들처럼 살고 있으니
모아놓은 스달 팔아서라도 보내줘요.
그 친구 야속하고 서운해서 모른다더니
왜 그래요? 하던 아내, 아들까지 그렇다니 나도 맘이 편치 않네요.
당신 마음 이해가 되네요, 당신 마음대로 하세요.

그 말이 끝나자마자 나는 스달을 팔았다.
그리고 동창회 총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일전 모금한 거 보냈다며 수고했다, 그런데 말이야 필요해서 그러니
그 친구 계좌 번호 좀 알려줄래 부탁할게 하고 부탁을 했다.
그리고 띵동 하고 계좌 번호가 왔다.
서둘러 입금을 했다.
그렇게 하고 나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스달이 좋아지면 좀 더, 좀 더 , 해줘야지 하는 생각이다.
나쁜 놈! 내 말 좀 듣지, 그랬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야속한 놈 미운 놈, 이제는 내게 연민 가득하게 하는 친구가 되어
너무나도 안타깝다.
미워하지 말자.
그래, 서운해하지도 말자.
친구잖아,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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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참 짠하네요.
뒤돌아 보게도도 되구요...
마음 가는대로 하는게 참 중요하고, 아내분도 너무 감사하네요.
복 받으실겁니다♡

정말 마음이 짠한..

오늘도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Tulisan cerita yang sangat menginspirasi, terimakasih telah berbag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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