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8/12(월)역사단편123. 가짜역사는 가라. 讀史新論[독사신론](5)

선생의 어록으로 오늘의 글을 시작한다.

민족을 버리면 역사가 없을 것이며,
역사를 버리면 민족의 그 국가에 대한 관념이 크지 않을 것이다.
< 출처: 讀史新論[독사신론]>

이전 글에 이어서 계속 읽어본다.

이 세 시기로 난어서(=나눠서) 우리 민족의 활동무대를 살펴보건대,
그 흥망 성쇠의 정세가 칼날을 맞이하여 스스로 나타나니,
대체로 전국의 문명이
압록강 바깥 지역에서 발생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내가 듣기로는
사람이 처음 살았던 때의 문명은 항상
넓은 들, 큰 강, 바닷가에서 일어나는 것인데,
이제 본국의 내륙지방은 비록 삼면이 큰 바다로 둘러져 있으나
곳곳에 산령(山嶺) 들이 겹겹이 싸여서
통상과 행군에 큰 장애를 만들고,
요동(遼東) 이나 심양( 瀋陽)과 같은 넓은 들이 없으며,
또 내륙의 하천의 크기는
요하(遼河) 나 압록강에 비교할 만한 것이 적은 까닭이다.
<출처: 독사신론>

북한지형.JPG

전국(前國): 고대의 나라,
요동(遼東): 사료의 부족때문에, 단재는 요동을 청나라때의 지명,
즉 요녕성에 있는 현재의 랴오허강의 동쪽으로 이해하는 듯 하다.

문명의 형성과 발전은 지형에 대한 이해가 기본이다.
형광색 부분은 고원지대로
문명이 성장하는 토대가 될 수 없다.
다른 곳으로 이동 또는 확장해야 한다.

선생의 해석을 보자.

우리 민족이 서북쪽으로부터 동남으로 옮겨 들어온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서쪽지방이 몹시 추워서
사람이 처음 살았던 때의 백성들이 살기에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단군 이래 고려 초기에 이르기까지
서쪽과 남쪽이 항상 분립하여
무릇 수 천년을 지난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 지방 기후의 춥고 따뜻함이 이미 다르고
민족의 특성이 또한 달라서
조화하고 합하는 것이 항상 어려울 뿐만 아니라,
또한 높은 봉우리와 산악이 도처에 험준(險峻)하여
교통이 불편한 때문이다.
<출처: 독사신론>

서북쪽에서 동남으로 민족이 이동해서
고대국가를 형성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지형이 문화발전에 미치는 영향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서쪽과 남쪽이 분립해 있던 시대에
서쪽편이 항상 강하고
남쪽편이 항상 약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남쪽이 따뜻하여
사람들의 성격이 문약(文弱) 한 때문이다.
<출처: 독사신론>

우리에게 익숙한 역사인식이라면,
북쪽과 남쪽이라고 해야 할텐데

서쪽과 남쪽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영토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것을 의미한다.

계속 읽어보자.

마지막으로 고구려와 발해가 강하면서도
멸망을 면하지 못함은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저 대륙의 강대한 나라들과 북쪽지방의 오랑캐들이,
우리 민족이 주변에서 핍박하는 것을 싫어하여서
참담한 피의 싸움이 그칠 날이 없었는데,
남쪽의 민족이 언제나 이 때를 이용하여
동서(東西)에서 협공(夾攻)을 시도한 때문이다.
<출처: 독사신론>

우리 민족의 실력이
압록강 바깥의 지역을 넘어 들어가
조상의 발상지(發祥地) 를 되돌려받지 못한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내륙지방 천연의 산물들이 풍부하여
사용하는 것이 자족하여서
농서(隴西)지방을 얻어 촉(蜀) 나라를 넘보는
큰 생각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출처: 독사신론>

농서(隴西): 진-한(秦漢)시대의 군(郡)이름, 간쑤성을 의미한다.
당장 생활에 불편이 없으니 현실에 만족하고,
진취성이 부족함을 지적하기 위해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땅의 모양이
그리스·이태리 등과 비슷한 반도(半島)이나,
그 인민이 쇄국(鎖國)정책에 스스로 안주하여
항해(航海)와 원정(遠征)의 사상이 일어나지 않은 것은 무슨 까닭인가.
그것은 이 또한 천연의 산물이 풍부하여
바깥과 통하지 않더라도 생업(生業)이 자족한 때문이다.
<출처: 독사신론>

사회발전과 방향성을 결정하는 사상의 원동력이 결국은
'물질적인 조건'에 좌우된다고 인식하고 있다.
이 글이 쓰여진 1908년이면
마르크스주의를 접했을 가능성은 없는 시기다.
선생의 탁월한 사상적 면모가 돋보인다.

인민들의 가족관념이 두텁고,
국가관이 박약하고,
단결력이 흩어지고 고립을 즐기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출처: 독사신론>

그것은 두메가 깊은 곳에 치우쳐,
각 지역이 떨어져,
중앙정부의 간섭이 두루 미치기가 어려워
인민이 정부의 휴척(休戚)을
자기의 아픔과는 관계되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여
오직 저 청학동(靑鶴洞)· 우복동(愚伏洞) 과 같은
깊은 산골에 은거하면서 가장정치(家長政治)만 발달한 때문이다.
<출처: 독사신론>

대개 지리(地理)라는 것은
그 민족의 특질(特質)과 습관을 형성하면서,
무릇 인심·풍속·정치·산업과
일일이 밀접한 관계를 가지는 것이니,
국민된 자는 이를 연구하여
자기의 특성을 발휘하고 결점을 보충하는 일이
역시 천직(天職) 일 것이다.
<출처: 독사신론>

휴척(休戚): 안락함과 걱정
가장정치(家長政治): 집안의 우두머리가 일정 지역을 다스리는 것
동네에서 기득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만족하는 폐쇄적 의식을 지적하는 것이다.
천직(天職): 타고난 직분

독사신론목차.JPG

특정민족의 역사 와 지리의 관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
에 대한 본인의 관점을 제시했다.

다음편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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