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정원에 대한 생각

의사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밥그릇때문일 수도 있다.
난 뭐 의대정원 늘리든 안늘리든 별 상관없다.
하지만 우리나라 의료 상황은 심각하고 굉장한 위기라고 생각하고 10년전부터 이야기하고 다녔는데 해결은 커녕 더 악화되었다.
의료정책도 개판이고 의사들도 사기꾼천지다.
정작 몸갈아가며 소신지키며 사는 의사들은 돈못번다고 무시당하고 바보라고 조롱당한다.
안해도 될 수술 막 해서 사람들 병신만들고 불필요한 검사랑 시술 막 해서 건보재정 빨아들이는 사기꾼들은 이것저것 많이 해준다고 환자들에게 찬양받고 스포츠카타고 다님.

의사면허를 국가에서 빡세게 관리하는건 시장에 의료를 풀면 이런 현상은 약과이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의료는 정보의 비대칭으로 이뤄지는 산업이니까

개인적인 생각으론 의사협회에 징계권한과 책임을 지어줘서 과잉진료하고 사기치는 의사들에 대한 자정작용을 해왔어야 하는데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서 지금으로써는 뭐 어디서부터 손봐야할지 참담한 상황이다.

난 지방에서 암을 치료하는 의사이다. 암병원은 지역마다 거의 정해져있고 의사 티오가 늘어날 일도 별로 없다. 즉, 의사가 늘어나도 암 보는 의사가 많아지진 않을거다.
근데 밖에 암환자들의 절실한 마음을 이용해서 사기치는 의사가 10년 새 진짜 오지게 늘어났다. 무슨 면역증강치료, 온열치료, 산소치료 등등을 실비나 비보험으로 마구마구 해대는데, 그래도 나한테 이실직고하고 물어나보면 내가 의학적으로 어떻고 연구결과들이 어떠하고 학회 입장이 어떤지 그래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알려줄텐데, 광고보고 환우회 카페보고 소문듣고 가서 돈쓰고 시간쓰고 치료시기 놓치고 그런 환자들이 허다하다.

의사 수 무작정 늘리면 어떨거 같나?
그 사람들이 사명감에 시골가서 자기몸 갈아가며 소송 위험 감내하고 진료 볼 사람이 많아질거 같나 아님 사기꾼이 많아질거 같나. 뭐 둘다 많아질수 있는데 이미 개판이지만 더 사기꾼이 많아지고 더 개판될거 같다. 왜냐면 공신력 있는 기관에서 적은 월급 받으면서 일하는 전문의 수는 그대로일 거고, 밖에서 돈 많이 벌려면 사기치고 살아야할테니깐.

의사 수 늘리더라도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병원에서 일할 인력 티오를 늘려주고 그 인건비를 확충해줘야한다. 나같이 죽을병 고쳐주고 노인들 수명 늘려서 국가를 초고령사회로 만드는 의사는 큰 욕심 안 바라고 조용히 이런 삶에 만족하며 살테니깐 산과랑 소아과나 좀 살려주라. 나라 존폐가 달린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