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너쓰(Runearth)] 괜찮으세요?

in RunEarth2 month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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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새벽은 유난히 어두웠다. 태풍 영향으로 바람이 불고 비가 흩날린다. 종다리가 이름처럼 귀여워져서 그런지 별 피해 없이 지나가는 거 같다. 다행이다. 어제 못한 설거지를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섰다. 선선하게 불어오는 바람 덕분에 기분이 좋아졌다.

어제 저녁 가족들과 함께 여울공원에서 달렸다. 속도를 끌어올린 탓인지 햄스트링이 올라오는 거 같은 느낌이 들어 오늘은 천천히 달렸다. 산책로를 한참 달리고 있는데 자전거 한 대가 쓰러져 있는 게 보였다. 비 때문에 시야가 가려 형체만 확인했었는데 가까이서 보고는 깜짝 놀랐다. 나이 지긋하신 어르신이 자전거 옆에 넘어져 계셨기 때문이다. 달리기를 멈추고 "괜찮으세요?" 라고 여쭤보니 "괜찮아요."하고 답변하셨다. 곧이어 "자전거 체인이 빠져서 끼우고 있어요."라고 하신다. 한 손에는 성경책도 들려 있었고 별일 아니라는 듯 이야기 하셔서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아무리 그래도 자꾸만 신경 쓰여 돌아보게 되었다.

어르신은 쪼그려 앉아 체인을 끼우는 것보다 누워서 하시는 게 더 편하셨던 걸까? 비도 오는데 왜 우산도 없이 자전거를 타고 가셨던 걸까? 이 또한 하느님이 주신 시련이고 극복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하고 계셨을까?

"괜찮다"는 말을 믿고 집으로 돌아온 내 행동은 옳을까? 어르신을 도와드렸어야 했을까? 아님 오지랖 부리지 않고 돌아온 게 잘한 일일까? 어르신은 자전거를 금방 고치고 집으로, 혹은 교회로 잘 가셨을까? 혹시나 심하게 다치셨던 건 아닐까? 괜찮다곤 했지만 도움이 필요하셨던 건 아닐까? 미안해서, 혹은 염려스러워서 그러셨던 건 아닐까?

계속 어르신이 생각 나는 걸 보면 내가 더 조치해 드리지 못한 게 잘못되었다는 확신이 든다. 모쪼록 어르신께서 무사히 귀가하셨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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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이쁜 여자가 체인 끼우고 있으면 손을 더럽히면서 막 도와주곤 했었죠.
그냥 그저 좋았습니다 그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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