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6일이 걸려 도착한 델리
"잘 준비하셨네요."
에어인디아 체크인을 기다리며 서류를 점검하는 직원에게 칭찬을 들었다. 이미 한 번 출국 거부를 당하고 5일 동안 준비한 서류라 못 준비할 수 없었다는 말을 나는 안으로 삼켰다. 그러면 진짜 심각한 모지리다. 2시간 전에 공항에 도착했지만 체크인 줄은 심각하게 길었다. 체크할 서류도 많은데다가 다들 하나 가득 짐을 부치고 있어서 처리하는데도 시간이 무지막지하게 걸렸다. 잘 준비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1시간 내내 기다리면서 긴장을 놓지 못했다. 무언가가 문제가 되어 또 못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모르긴 몰라도 출국 거부 트라우마는 향후 몇 년간 날 괴롭힐 것이 분명했다.
"비자가 더블이여서 확인이 필요해요. 처음 사용하는 게 맞으세요?"
"네!"
"최근에 인도 다녀온 적은 있으세요?"
"2019년에 경유 비자를 받은 적은 있어요. 나가진 않았고요."
"그건 괜찮아요.""
직원의 질문 하나하나에 신경이 곤두선다. 얼마나 긴장을 하고 있었던지 직원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데 "어???"라고 의아함을 표현하는 환청을 듣고 심장이 철렁해 "네??????뭐가 문제가 있나요??????" 묻기도 했다. 발권된 비행기표를 손에 쥐자 그제서야 안도가 몰려왔다.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상공의 대기와 구름을 보기위해 돌렸던 시선은 비행기의 날개로 꽂힌다. 드문드문 칠이 벗겨진 가난하고 남루한 민낯이다. 시커멓게 드러난 멍자욱은 가련하기 하다. 날개까지 멀리 시선을 옮기지 않아도 비행기는 오래된 연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꼬질꼬질한 화면 모니터와 신경질난듯 곤두 선 의자의 보풀, 아무리 버튼을 눌러도 뒤로 제껴지지 않는 좌석, 정확하게 반영되지 않는 모니터의 터치 스크린, 물내림 버튼에 붙어있는 테이프하며 인심을 써도 족히 수십년을 넘었을 것이다. 이런 최악의 상황에서도 빼앗겼다 되찾은 비행의 시간은 감미롭다. 당연히 누렸을 모든 순간이 미쁘고 황공하다. 화이트 와인을 시켰더니 두병이나 안겨주는 산타 승무원도, 맛있다 생각해본 적 별로 없는 기내식도, 다른 비행기보다 넉넉하게 느껴지는 앞뒤 공간도 모든 것이 나를 충만하게 만들었다. 예정대로 문제 없이 왔으면 느끼지 못했을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