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치앙마이, 갑작스런 몬잼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edited)

태국, 치앙마이에서 내가 잡은 숙소는 학교를 개조한 호스텔이었다. 한국인이 많은 치앙마이에서 한국인들과 어울리고 싶지 않아 선택한 곳이었다. 외진 곳에 있어서 한적했고 마당에는 거대한 수영장이 있었으며 정글같은 느낌이 들 정도로 거칠게 수풀이 우거진 정원도 썩 마음에 들었다. 학교를 개조한 곳이라 그런지 복도가 길었고 양 옆으로 방이 빼곡히 들어차 있었다. 방은 보통 4~6인용 정도의 도미토리였다. 방 자체도 많고 싸고 넓은 탓인지 유럽이나 미국에서 단체로 캠프에 온 듯한 10대 아이들이 대부분이었다. 아이들은 에너지 넘치고 시끄러웠다. 정말이지 한국인은 한 명도 없었으니 내가 원했던 환경이지만 영어 한 마디 나눌 사람 사귀지 못하고 1~2주를 보내다보니 입이 너무 간지러웠다. 그래서 극단의 조치로 한국 민박을 향하게 된다. 민박에 도착하던 밤, 파티의 민족 아니랄까봐 사람들은 이미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같이, 한 잔. 하실래요?"
"아...네.."

방에서 혼자 먹는 것보다 낫겠지 싶어 자리에 합석해서 술을 홀짝였는데, 재미가 없어도 너무 없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누군가를 처음 만났을 때 나를 드러내기보다는 관찰하는 편이다. 상대가 어떤 사람인지를 충분히 보고 내가 좋아하는 성향의 사람인지 아닌지를 가름한다. 전자면 조금이라도 나를 보여주고 후자라면 적당한 거리를 두고 깍듯하게 대할 뿐이다. 나는 예의를 차리며 그저 마냥 웃음지으며 그 자리에 있었다. 그 민박집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는데 빼곡하게 일정이 있는 사람들과 달리 나는 별 거 안하며 가만히 있었기에 사람들이 동행 요청을 자주 했다. 경계심은 없는 편에 이동편을 제공해주는 그런 제안을 대부분 받아들였다. 10살이나 어린 남자애와 이름도 모르는 야외 외터파크를 놀러갔으며 우연히 만난 전도사님과 몬챔을 간다는 남자애의 제안도 덥썩 수락해 차에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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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앙마이에서 약 40분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몬잼은 해발 1200고지에 위치해 있고 전망대로 유명해 관광객들과 현지인에게도 사랑받는 장소이다. 솔직히 말하면 고산 지역의 끝판왕 라다크를 오래 머물렀던 터라 그다지 놀랍지도 신기하지도 않은 풍경이었다. 오두막에 앉아 음식과 음료를 먹고 전망대에서 찍는 사진이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전부였다. 전도사님과 남자애 둘다 지루한 대화를 이어갔다. 자꾸 핸드폰에만 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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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감흥은 없었지만 이 날 기억에 남는 건 3가지이다. 오두막에서 먹었던 돼지고기 바질 볶음밥, 팟카파오무쌉과 카페 전경, 말린 과일 도매점. 갑작스러운 여행 길에 3개의 기억을 남겼으니 다시 가볼 생각은 없어도 나쁘지 않은 하루가 아니였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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