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ty 100] 그 와인 바, 그 와인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3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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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의 격리 후 딱 2일만 해제의 자유를 만끽하고 다시 일본에 가야하는 P와 만나기로 한 곳은 공항철도 운서역이었다. P는 출국을 위해 코로나 음성진단서를 내야하는데 일요일에 문을 연 코로나 검사소는 인천공항 밖에 없었기에 만남의 시간을 늘리기 위한 궁여지책이었다. 정말 코로나 시대에나 가능한 부조리함이다. 인천공항에서 가장 가까운 번화가인 운서역은 1터미널에서 2정거장 떨어져 있다. 요즘은 늘 와인을 찾는 J의 의견에 오늘도 와인. 운서역에 와인바를 치면 두 곳이 나오는데 분위기가 좀 더 좋은 <놀러와인>을 가기로 했다.

​살다살다 운서역까지와서 술을 먹을 줄이야...집에서 정말 1시간 40분은 걸린듯 하다. 술집을 검색하니 꽤 많은 목록이 나와서 꽤나 번화한 신도시라 생각했지만 황량했다. 역에서 좀 떨어진 와인바까지 가는데 인상적인 가게도 별로 없고 사람도 별로 없고 휑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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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위기는 깔끔하다. 와인병과 술병들을 가지런히 장식해놨다. 감성적인 달도 매달려있다. 와인과 음식은 태블릿 메뉴판을 제공한다. 재미나게도 여기는 1인 19,900원에 놀러와인 코스가 있어서 4가지 와인과 3가지 타파스를 먹을 수 있는데 와인의 종류가 스파클링-화이트-레드-디저트 와인이라 시키지 않았다. 우리는 달달한 와인은 먹지 않기 때문..전체적인 분위기는 괜찮았지만 성조기 테이블보나 바쪽에 성조기와 고양이 캐릭터의 키치한 바 의자는 공간과 좀 겉도는 느낌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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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화이트 와인 아일랜드 이스터 소비뇽 블랑과 함박스테이크 감바스를 시켰다. 화이트 와인 잘 안마시는데 적당히 산미있고 가벼워서 스타터로 괜찮았다. 와인은 2~3만원 선이고 안주도 만원 안팍이라 저렴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 P와 1년 만의 만남이라 격렬히 수다를 떨고 먹고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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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시킨 와인은 장 발몽 까베르네 쇼비뇽. 개성은 떨어져도 적당한 과실맛에 부드럽고 실키하니 목넘김이 좋아 맛나게 먹었다. 테이스팅 노트를 찾아보니 이렇게 적혀있네..

"진한 루비빛에 카시스, 블랙베리의 과일향이 풍부하고 입안 가득 물결치는 부드러운 재질감이 돋보이며, 안정적이고 기분좋은 산도가 와인의 균형미를 부각시킨다."

​그 날 먹었던 와인 중 가장 맛있게 먹었다. 우리가 다시는 운서역에서 술을 마실 날이 없기를 바라지만 다시 먹으러 온다면 장발몽 까쇼를 마시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가성비 좋은 술이라 생각했다. 따로 사먹어 볼까 싶어 검색을 했지만 취급하는 와인샵이 거의 없었다. 인천에 있는 한 샵만을 발견했을 뿐이다. 세상에 저렴하고 맛난 와인은 널려있기에 난 금세 그 존재를 잊었다.

그러고 3개월 뒤 처음 방문한 20세기 소년의 메뉴판에서 장발몽 까쇼를 다시 만났다. 광희 작가님이 만든 파스타에 장발몽 까쇼를 곁들여 먹는 걸 시작으로 2021년, 20세기의 여름과 가을의 모든 술자리에는 장발몽 까쇼가 어김없이 자리를 지켰다. 퍽, 신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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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발몽 까쇼 저도 마셔봐야겠네요 ㅎㅎ

 3 years ago 

저렴한 와인인데 먹을만 해요! 사실 와인은 거슬리는 맛만 없으면 잘먹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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