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100] 나를 성장시키는 라이벌
카카오페이지에 뜬 <유리가면> 무료회차를 보고 나서는 뒷내용을 보고싶은 마음을 참을 수 없어 한편에 200원을 주고 결제를 하다가 결국 만화방을 갔다. 어찌보면 유리가면은 나의 최애 만화이다. 연극이란 것에 호기심을 움틋 피어나게한 결정적 계기이기도 하고. 작가가 홍천녀 세계관을 쓰다가 결국 사이비 교주가 되어 완결을 내고있지 않다는 얘기는 이미 20년도 넘게 들었다. 완결이 되지 않은 작품임에도 다시 붙잡으니 멈출 수 없고 계속 그 다음이 궁금해졌다. 고전은 이래서 고전인거다. 어렸을 때 봤던 거랑은 몇가지 달리 눈에 보이는 점이 있다. 그 당시에는 마야와 아유미의 관계가 흙수저와 금수저의 경쟁구도로만 보여 내심 늘 가난하고 불쌍한 마야의 편이었다. 다시 보니 마야가 얼마나 무서운 재능을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그걸 기가막히게 처음부터 알아보며 뿌리깊은 열등감을 느끼면서도 자기와 어깨를 마주하기를 응원하는 아유미에게 더 마음이 간다. 형편은 언제든 나아질 수 있지만 천재적인 재능은 노력만으로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일 거다. 민폐일 정도로 연극에 파고드는 집중력과 무대에 모두의 존재감을 잡아먹는 마야는 천재일지언정 사회성도 떨어지고 연기를 뺀 인생의 모든 부분이 어설프기 그지 없다. 그래서 연극판에서 강도 높고 악질적인 이지메를 번번히 당하는데 그걸 보는 아유미는 마치 수호천사처럼 그녀의 편에 선다. 마야를 함정에 빠트리고 궁지에 몰아넣은 배우를 본때를 보여주려고 아빠의 배경을 절대 이용하지 않는 그녀가 아빠의 빽을 써서 상대 배우로 들어갔을 정도이다.
마야, 단 하나뿐인 나의 라이벌.
마야,,,따라와줬구나
너에게 경멸당할 정도의 연기만큼은 하고 싶지 않아!
단 한 사람 너만이...! 예술대상 같은 건 바라볼 희망조차 가질 수 없었던 그때의 나를 날 기다려줬어.
너 한 사람만이 기다려줬어.
홍천녀의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마야는 예술대상을 받았어야 했지만 연극계에서 위상이 바닥까지 떨어져 아무데서도 써주지 않았기에 사람들은 홍천녀 역할이 아유미의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때도 아유미는 마야에게 기다리겠다며 굳건한 신뢰를 보였다. 그 어떤 사이보다도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고 서로가 서로를 성장시키는 이 바람직스러운 라이벌 관계가 얼마나 아름답던지....그리고 이 만화의 백미는 극중 극인데, 당연히 원작이 있는 연극이라고 생각했지만 60% 넘게 창작극이다. 대체 이 작품 하나에 몇개의 창작을 버무린건지....놀랍기만하다. 현재 마지막권인 49권은 2012년에 나왔으니 10년 넘게 잠잠하지만,,,,언젠가는 끝을 볼 수 있기를...
요전에도 "자신이 이제 70살이니까, 이제 완결해 주세요" 라고 하는 편지를 받아, 정말로 미안한 마음 가득합니다. 하지만 결말도 결정했고, 마지막 씬의 대사나 그림은 생각하고 있습니다. 조금씩이지만 그림을 진행하고 있으며, 반드시 단행본은 낼 테니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네. 기다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