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sic 100] 내 영어 이름이 만들어진 날

in Wisdom Race 위즈덤 레이스5 years ago

내 영어 이름은 Billy다. 이탈리아 친구 루카가 지어주었다. 그가 이 이름을 내 영어명으로 지어준 날의 기억이 생생하다. 상황이 아주 우스꽝스러웠기 때문이다.

2020년 봄 루카와 함께 서울 서촌의 한 LP바에 갔다. 우리는 거기서 다양한 록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셨다. 상당한 규모의 LP를 소장하고 있는 주인장 아저씨는 우리가 신청곡을 써서 전달하러 갈 때마다 뭔가 모르게 긴장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왜 저러지? 우리는 약간 의아했다. 그러는 와중에 루카가 말했다.

"내가 신청한 노래가 한참 지났는데 안 나오네?"
"어떤 노래인데?"

그는 종이에 곡명을 다시 적어주었다. 나는 한참 안주를 만드느라 분주한 주인장에게 다가가 물었다.

"사장님, 저희가 신청한 이 노래요."

그런데 그가 갑자기 뒤로 크게 물러서며 외쳤다.

"가까이 오지 말아요!"

나는 의아해 다시 소리쳤다.

"네? 저희 신청곡이 안나오고 있다고요."

그는 신경질적으로 외쳤다.

"가까이 오지마! 내가 알아서 틀 테니까!"

나는 루카에게 돌아가 아저씨가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코로나 공포증에 잔뜩 질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장사는 하고 있었던 것일까.

그 해프닝을 매개한 루카의 신청곡은 Billy Idol의 "Rebel Yell"이다. 번역하면 반항아의 외침. LP바 사장은 분명 외쳤으되, 그건 반항아의 외침이 아니었다는 게 아이러니다. 그건 명확히 공포의 외침이었다.

아무튼 루카는 내게 그 곡을 신청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네가 반항아이기 때문이야. 이제부터 네 이름은 빌리다."

Coin Marketplace

STEEM 0.04
TRX 0.32
JST 0.076
BTC 64420.09
ETH 1675.09
USDT 1.00
SBD 0.41